안녕하세요, 저는 제품디자인 전공으로 취업을 준비 중인 3년 차 직장인입니다. UX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 상황이 있는데, 때로는 생각이 막혀 창의적인 해결책을 떠올리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멘토님께서는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을 때 어떻게 발상을 전환하시나요? 혹시 실무에서 자주 활용하시는 방법이나 참고하시는 자료가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UX 프로젝트에서 아이디어 발굴에 대한 고민을 하고 계시다니 충분히 공감됩니다. 실무에서도 아이디어가 막힐 때는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저 역시 몇 가지 방법을 통해 발상을 전환하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아래에 제가 주로 사용하는 아이디어 발굴 과정과 실무에서 도움이 되는 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사실 저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을 때보다 그렇지 않을 때 더 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 같습니다. 성향이 그런 편인 것 같아요. 그래서 문뜩 생각이 나거나 하면 바로 어디에든 적어 둡니다. 때론 일과 관련이 있는 것이기도 아니기도 하죠. 이렇게 글감 같은 것도 떠오르면 메모를 해놓았다가 나중에 적곤 합니다.
발상이라는 것은 하려고 하면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특히 일로써 마주하게 되면 많은 이성이 작용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소위 뇌가 말랑말랑해지기 쉽지 않죠. 때론 그 모든 것들이 전부 내 일로 엄습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섣불리 아이디어를 내기 꺼려질 때도 있다 보면 더욱 그렇죠. 그래서 평소에 적어둔 아이디어나 생각을 때가 되었을 때 소생시키듯 사용하는 방법을 저는 많이 사용합니다.
그리고 적어놓지 않더라도 이러한 활동 자체가 나로 하여금 여러 가지 생각고리들이 실현되기를 기다리며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게 유도하는 것도 있는 것 같고요. 어쨌든 이 방법은 당장 시작은 할 수 있어도 그 효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기에 다른 방법도 제안해 보겠습니다.
제 아이디어 발굴의 시작은 사실 직관에서 많이 출발합니다. 문제 상황을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들을 빠르게 포착하며 초기 방향을 즉시 설정합니다. 회의를 하면서는 늘 이렇게 생각 조각들을 인풋과 함께 실시간으로 조합하면서 소화하곤 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의 완성도를 고민하기보다는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놓치지 않고 잘 메모하며, 그때그때 든 생각들을 컨셉화해서 간직해 두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두는 이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프로젝트 제약에 갇혀 자유로운 발상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초기에 그나마 자유로움이 보장된 시기에 떠오른 생각들을 스스로 갖고 있으면, 나중에 프로젝트가 막힐 때 이를 다시 꺼내보면서 새로운 영감을 스스로에게서 얻을 수도 있었습니다. 때론 놀라운 결과를 얻기도 하는데, 돌고 돌아 결국 처음에 생각한 아이디어와 유사한 방향으로 귀결되거나 일이 마무리되는 경험도 제법 했답니다. 그만큼 직관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가 없더군요.
아이디어가 막힐 때는 새로운 자극을 받으려 의도적으로 다양한 인풋을 찾기도 합니다. 단순하게는 새로운 검색어를 입력해 가며 인터넷 서핑을 해보기도 하고, 최신 디자인 트렌드나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유튜브를 보거나, 아무 사이트 등에서 사용자 리뷰라도 읽다 보면 불현듯 실마리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이런 활동은 무엇을 꼭 얻기 위한 목적을 두지 않고 그냥 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어떨 땐 드라마를 보다가 갑자기 떠오르기도 하고요. 핵심은 낯선 인풋, 새로운 자극을 내게 주는 것입니다. 그것의 종류나 형태는 상관이 없습니다. 하다못해 출퇴근 루트를 살짝 틀어서 바꿔보는 등 작은 변화를 즐기는 것도 저는 추천합니다. 일상 속 사소한 경험들—예를 들어 새로운 앱을 설치해 직접 사용해 본다든지, 길을 걷다 발견한 표지판의 디자인을 유심히 관찰한다든지—에서 문제 해결의 힌트를 얻기도 합니다.
가끔은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주제에서 영감을 받을 때도 많기 때문입니다. 전시회나 디자인 관련 세미나, 오프라인 이벤트에 참석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는 경험은 단순히 정보를 수집하는 것 이상의 자극을 줍니다. 중요한 것은 항상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자극을 받아들이는 태도입니다. 조금 거칠게 표현하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으로서 다소 뚱딴지같은 마인드와 시각을 확보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머릿속 생각만으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어렵다면 빠르게 시각화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무작정 글로써 흐르는 생각을 옮겨보거나, 손으로 간단히 스케치를 하거나, Figma 등 툴을 사용해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보면 생각이 더 구체화되고 문제의 맥락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결과물로 매끈하게 만드는 게 핵심 아닙니다. 손을 쓰면서 생각을 하는 활동을 해보는 것입니다.
초기 시안은 완벽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거친 형태일수록 새로운 아이디어를 덧붙이기 쉽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프로토타입을 팀원이나 사용자에게 공유하면 피드백을 통해 생각지 못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일단 만들어 본다”는 시도 자체입니다. 이를 위해선 이에 관대한 조직문화도 필요합니다.
보다 적극적으로는 몸을 움직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저 같은 경우 거의 대부분의 의미 있는 아이디어나 발상 혹은 생각정리는 걸으면서 이루어지고 합니다. 그게 걷다가 우연히 그런 효과가 발생해서도 그렇지만, 그런 효과를 노리고 일부러 걷다가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고민거리를 잔뜩 내면에 싣고 가까운 어디든 산책하듯 걸어보세요. 물론 스타일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가만히 앉아서 생각만 하다 보면 오히려 아이디어가 더 막히지만, 적극적으로 몸을 움직이면 문제의 다른 면이 보이고 생각이 재조합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뭔가 떠오르면 역시 잘 적어두곤 하지요. 저는 오히려 기획에는 걷기가 필수라고 생각하는 주의입니다.
프로젝트의 제약이 자유로운 아이디어 발산을 방해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는 오산이라고 저는 이야기합니다. 오히려 제약은 디자인(d/D)에게 기회를 주고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합니다. 소위 기발하다고 하는 아이디어는 이러한 제약을 딛고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약이 있기 때문에 그걸 피하다 보니 보편적이지 않은 뭔가가 접근가능해지는 것이죠. 물론 기이하고 엉뚱해서는 곤란합니다. 기발함이란 회피성 아이디어에서 소위 말하는 상업적 냄새가 느껴지는 묘한 구석을 두고 하는 말이거든요.
우리가 사람을 묘사할 때 반전 매력이라고 하듯, 이러한 아이디어 또한 반전매력을 갖습니다. 역발상이라고도 표현하는 이러한 아이디어는 제약을 역이용하거나 오히려 럭키비키하게 활용해서 탄생하는 아이디어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불량품에서 출발한 포스트잇 등이 있습니다. 각종 현대미술은 상식이나 편향을 활용해서 낯선 신선함을 테크니컬하게 전달하는 미디어이기도 합니다. 본질은 같습니다. 순탄하지 않은 그것을 오히려 축복으로 뒤집는 한 판, 그런 생각과 발상을 의도적으로 해보는 것이죠.
창의적인 아이디어 발굴은 직관과 꾸준한 기록, 그리고 다양한 경험에서 비롯됩니다. 아이디어가 막힐 때는 잠시 멈춰 다른 자극을 받으러 나가거나, 이미 기록해 둔 생각을 다시 꺼내 접목해 보세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아이디어를 한 번에 찾으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실험과 실패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더 나은 해결책을 발견하게 됩니다. 가현님도 본인만의 루틴을 만들어가며 아이디어 발굴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분명히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겁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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