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X와 UX 사이에서의 고민하는 이들에게
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26살 대학생입니다. 졸업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진로를 고민하다 보니 요즘 정말 선택이 어렵습니다. 대학에서는 브랜딩과 UX 관련 프로젝트 모두 경험해 보았는데요, 둘 다 흥미롭지만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어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브랜딩을 할 때는 브랜드의 철학과 아이덴티티를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과정이 즐겁고, UX는 사용자의 경험을 개선하고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점이 저랑 잘 맞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커리어를 생각하면, 브랜딩은 감각과 트렌드가 중요한 반면, UX는 아무래도 데이터와 리서치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좀 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느껴집니다.
현재 인턴십 지원서를 준비 중인데, 포트폴리오도 어느 방향에 맞춰야 할지 애매하고요ㅠㅠ 멘토님께서는 이런 선택의 순간에 어떤 기준으로 방향을 정하셨는지, 그리고 저처럼 두 분야에 모두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경험을 통해 명확한 길을 찾을 수 있을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 멘티님의 질문은 브랜딩과 UX 분야 중 어떤 진로를 선택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두 분야 모두 경험을 다루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실제로 깊이 들어가면 방향성과 접근 방식이 다르다는 점에서 선택이 쉽지 않으신 듯합니다. 저도 비슷한 고민을 했던 경험이 있어서 멘티님의 상황이 더 잘 이해됩니다. 이번 답변에서는 두 분야의 근본적인 차이를 정리하고, 각각의 트랙에 대해 준비 방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한 뒤, 멘티님께 도움이 될 만한 조언으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우선 BX와 UX는 ‘경험’을 중심으로 설계된다는 점에서 표면적으로는 유사해 보입니다. 하지만 경험을 다루는 접근 방식과 깊이에 있어 두 분야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 디자인을 소문자(d)와 대문자(D)로 구분하여 설명하면 보다 명확해집니다.
브랜드 경험(BX)은 기업의 비전과 가치를 시각적 언어로 풀어내는 데서 출발합니다. 전통적인 BI(Brand Identity)와 CI(Corporate Identity)가 그 출발점이며, 사실상 ‘어떻게 보일 것인가’를 중심에 둡니다. 따라서 BX는 시각디자인과의 밀접한 연관성이 있고, 디자인(d) 중심으로 논의됩니다. 그러다 보니 감각과 심미성, 트렌드에 대한 민감도가 중요하고, 결과물은 브랜드 이미지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고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데 목적을 둡니다. 브랜드 경험을 다룬다는 점에 방점을 두고 무형의 경험 기획에만 매몰된 업무는 사실상 거의 없다시피 할 상황이라고 보셔야 합니다.
반면 UX는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느끼는 전반적인 경험을 설계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시각적 부분도 물론 필요하나 그뿐만 아닌 서비스의 구조, 흐름, 정보 아키텍처, 인터랙션, 심지어 비즈니스 전략까지 고려됩니다. 이 점은 BX도 유사합니다. 하지만 UX는 디자인(d)의 시각적 완성도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고, 보다 넓은 의미의 디자인(D)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합합니다. 개념이 아니라 실무적으로 그렇다는 뜻입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사용자의 니즈를 분석하여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과정이 그래서 필요하며,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수적인 이유입니다.
위와 같은 구분은 누군가에겐 불편하기도 때론 괜히 더 대상을 복잡하게 만드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구분하는 노력을 가하는 이유는, 이론과 실재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함이 큽니다. 따라서 구분 자체에 큰 의미를 두기보다는 실질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이해하는 힌트고 삼으셨음 합니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BX가 감각과 철학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작업이라면, UX는 사용자 중심의 문제 해결과 최적의 흐름 설계를 목표로 하는 분야라고 굳이 구분해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둘 다 ‘경험’을 다루지만, BX는 감성적 경험을 설계하고, UX는 실질적 경험을 최적화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큽니다.
BX는 기업이나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를 시각화하는 작업에서 시작합니다. BI, CI와 같은 브랜드 정체성 수립이 기본이며, 이를 통해 브랜드 경험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감각적이고 트렌드에 민감한 디자인 역량이 필수적이며, 브랜딩 전략 수립 능력도 물론 중요합니다.
준비 방법으로는 시각디자인의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지는 것이 아무래도 우선입니다. 로고, 브랜드 시스템 구축, 패키지 등 브랜딩 프로젝트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브랜드 메시지를 시각 언어로 어떻게 효과적으로 풀어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결과물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트렌드 분석과 감각적인 타이포그래피, 컬러 시스템 이해도가 중요한 역량으로 평가됩니다.
더불어 브랜드 전략에 대한 이해도 함께 필요합니다. 단순히 ‘보이는 것’을 잘 만드는 것을 넘어, 브랜드의 철학과 비전이 어떻게 디자인에 녹아들 수 있는지, 소비자 접점에서 일관성 있게 경험되도록 설계하는 것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브랜딩 에이전시나 인하우스 브랜드 팀에서 실무 경험을 쌓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UX는 사용자 중심의 문제 해결을 지향합니다. 사용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비스의 흐름과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주요 업무입니다. 서비스의 본질을 탐구하고, 사용자 여정을 설계하며, 인터페이스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서비스 경험을 설계하는 역할입니다. 디자인(D)으로 접근해야 설명이 더 풍부해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UX는 단순히 시각적 완성도가 아닌, 사용자 관점에서 경험의 질을 높이는 종합적인 설계가 중심이 됩니다.
결국 UX도 UX 나름입니다. 디자인(d)과 밀접한 UX도, 디자인(D)이 더 중요시되는 UX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의 이러한 구분은 철저히 이론이나 개념보다는 실제 업무를 토대로 하는 것임이 핵심입니다. 실제 일할 자리를 기준으로 이러한 명칭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설명하자니 용어를 의도적으로 변형하거나 파괴할 필요가 있단 것입니다. 그만큼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상황에서 출발해야 옳습니다.
준비 방법으로는 위의 방향성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물론 일반적이라는 것을 그다지 선호하진 않지만) 페르소나 설정, 사용자 여정 지도(Journey Map), 사용자 테스트(UT) 등 UX 방법론을 익히고, 이를 실무에 적용한 경험을 포트폴리오에 담아야 합니다. Figma 등 툴을 활용한 프로토타이핑과 인터랙션 설계 능력도 요구됩니다.
추가로 비즈니스적 사고를 키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사용자 경험은 서비스의 성과와 직결되기 때문에 데이터를 해석하고 비즈니스 목표를 고려하여 디자인하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UX 전문 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 실무를 경험하며 빠르게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해 보는 것을 권합니다. 스타트업에서는 UX 전체 과정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추천드립니다.
멘티님께 드리고 싶은 마지막 조언은, 지금 이 순간 너무 깊이 고민하지 말고 직접 경험을 통해 답을 찾으시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보다 명확한 답을 줄 수 있기에 가장 핵심적입니다.
BX와 UX는 결코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며, 서로의 영역을 이해하고 경험한 담당자가 오히려 더 유연하고 경쟁력 있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시각디자인에서 시작해 UX로 넘어왔지만, BX에 대한 이해가 UX 프로젝트를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 단계에서는 두 분야 중 어느 쪽이든 인턴이나 프로젝트로 실무 경험을 쌓아보고, 실제로 어떤 환경과 업무가 본인에게 더 맞는지 체감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후 포트폴리오를 지원하는 직무에 맞게 정리하고, 깊이 있는 경험을 쌓아가시면 됩니다. 멘티님의 커리어 여정이 멋지게 펼쳐지길 바랍니다. 또 궁금한 점이 생기면 언제든 편하게 질문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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