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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UX QNA

UX 기획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요소?

기획 뿐 아니라 모든 기본 중의 기본은 뭐니뭐니해도 5W1H다

by UX민수 ㅡ 변민수
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중소 스타트업에서 2년째 서비스 디자이너로 있습니다. 작은 팀이다 보니 UI 설계부터 기획까지 폭넓게 경험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UX 기획자로서 좀 더 체계적인 역량을 갖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멘토님의 글과 책도 찾아보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

그런데 요즘 기획을 하면서 자꾸 같은 고민이 생깁니다. 사용자 경험을 개선해야 한다, 비즈니스 목표와도 연결해야 한다는 건 머리로는 아는데요. 막상 프로젝트 초반에 어떤 기준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무엇을 우선순위로 잡아야 할지 명확하게 결정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사용자를 더 깊이 이해하자’, ‘데이터를 보자’ 같은 말은 많이 듣는데, 정작 제가 어디서부터 무엇을 점검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어요.

혹시 멘토님은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사용자나 비즈니스 이전에 더 먼저 확인하는 지점이 있으신가요? 어떤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어떻게 프로젝트의 출발점을 잡으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가끔은 방법론에 너무 의존하는 게 아닌가 하는 고민도 들고요… 멘토님께서 기획자로서 본질적으로 가장 먼저 하는 '정리'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조언 부탁드립니다!


➥ 멘티님께서 주신 질문은 "UX 기획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요소는 무엇인가요?"입니다. 사실 UX, 기획, 이것만 가지고도 각각 할 얘기가 많지만, 이 글에선 편의상 묶어서 최대한 잘 설명을 해보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위 질문에 대해서 사용자 이해, 문제 정의, 비즈니스 목표와의 정렬, 데이터 기반의 문제 진단, 프로세스 체계화, 이해관계자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등을 이야기할 겁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초보자들이 간과하는 큰 실수는 따로 있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점이죠. 가장 본질적인 것 결국 바로 나라는 기획자가 처한 시공간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 그 지점에서 출발하는 것이 진짜 UX 기획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내부세계에 대한 이해의 탄탄함이 없이는 외부세계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시작부터 쉽지 않죠?


기획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시나리오를 세우는 일입니다. 다시 말해, 현재의 상황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원하는 미래를 설정하여, 그 사이의 경로를 설계하는 작업입니다. UX 기획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여기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답을 찾는 것, 그것이 기획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그래서 무엇이 중요한지 지금부터 살펴보죠. UX 기획자는 어떤 프로젝트에 투입되든, 가장 먼저 나라는 사람이 지금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나를 포함한 주변과 시공간부터 인식해야 합니다. 이게 흔히 말하는 육하원칙, 5W1H 프레임입니다.




나를 둘러싼 시공간 좌표 파악하기


내가 처한 상황과 맥락부터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기획의 첫 단추입니다. 모름지기 기획자란, 프로젝트에서 자신의 역할과 위치를 정확히 아는 사람부터 되어야 합니다. 그거 없이 그저 방법론부터 논하는 것은 매력적인 접근이 될 수 없습니다.


'누가(Who)'는 나 자신입니다. 나는 지금 어떤 포지션에서 이 일을 하고 있으며, 어떤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인가? 이걸 모르고 접근하면 애초에 잘못된 방향으로 가기 쉽습니다. 나아가 나와 연결된 모든 이해관계자일 수도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한 주요 캐릭터 파악은 가장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언제(When)'는 이 프로젝트가 어떤 시점에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기획 초기인지, 개선을 위한 리디자인인지, 아니면 서비스 론칭 직전인지에 따라 할 일과 접근 방법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더 명확히는 데드라라인 등이 있다면 언제인지 일정 관리도 포함합니다.


'어디서(Where)' 역시 중요합니다.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서비스와 로컬 중심 서비스는 UX 기획 관점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내가 지금 어디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지, 즉 시장과 경쟁 환경을 정확히 읽어야 합니다.



문제와 목표 명확히 하기


좌표 파악이 되었다면 '무엇을(What)' 그리고 '왜(Why)'는 UX 기획자의 핵심 질문입니다. 내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정확히 무엇인지, 그리고 그 문제를 왜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 없이는 이후 과정이 모두 겉돌게 됩니다. 이 두 가지 질문이 제대로 설정되지 않으면 UX 기획은 껍데기만 남게 되고, 실행 단계에서 방향을 잃기 쉽습니다.


추상적 문제 정의의 위험성

많은 기획자들이 이 단계에서 흔히 빠지는 오류가 바로 추상적 문제 정의입니다. 충분한 근거와 논리 없이 '사용자들이 불편할 것 같다', '이렇게 하면 좋아지지 않을까'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결과적으로 팀을 설득하기 어렵고, 사용자와 비즈니스 모두를 만족시키기 힘든 기획이 되기 마련입니다. 특히 문제를 기능 단위로 단순화해서 바라보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사용자 여정과 맥락 전체에서 문제를 분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비즈니스 목표와의 연결성

'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비즈니스 목표와 직결됩니다. UX 기획이 사용자만을 위한 서비스 개선이라고 생각하면 반쪽짜리 기획이 됩니다. 내가 정의한 문제가 어떻게 비즈니스 지표를 개선하고, 어떤 방식으로 전환율이나 충성도, 재방문율 등에 영향을 미치는지 연결 지어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팀 전체가 하나의 방향성을 공유하고, 프로젝트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문제 정의가 명확한 팀의 활력

서비스의 생애주기나 프로젝트의 단계에 따라 문제의 성격과 목표는 달라집니다. 초기 서비스라면 사용자 확보와 인지도가 목표일 수 있고, 성장 단계라면 충성도와 유지율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기획자는 이 맥락을 파악하고, 지금 이 시점에서 왜 이 문제를 다뤄야 하는지 명확히 정의해야 합니다. 이 정의가 명확하면 팀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이 됩니다.



실행 방법 구체화하기


좌표를 파악하고 문제와 목표가 명확해졌다면, 이제 '어떻게(How)' 실행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기획은 실행 가능한 시나리오가 없다면 공허한 이상에 불과합니다. 내가 어떤 자원을 가지고 있고, 누구와 협업해야 하며, 어떤 방법으로 사용자 경험을 개선할 것인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증명하고 결과를 낼 것인지까지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사실 멘티님 질문은 어쩌면 이 단계를 겨냥했던 질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이 꽃이 피기 위해 씨앗부터 뿌리가 줄기가 잎이 꽃을 향해 피어나지 않았다면 한 송이 꽃을 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즉, '어떻게(How)'란 방법론이나 프로세스만이 될 수 없답니다.


실행 가능성을 기준으로 설계하기

기획을 할 때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실행 가능성입니다. 이론적으로 완벽한 시나리오라도, 실제 환경과 리소스를 고려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됩니다. 내가 지금 사용할 수 있는 리소스는 무엇인지, 팀원들의 역량과 역할은 어떻게 배분되어야 하는지, 일정과 비용은 어느 정도가 허용되는지 등 현실적인 제약 조건을 명확히 인지하고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방법론보다 상황 적합성에 집중하기

많은 기획자들이 최신 UX 방법론이나 트렌드에 집중하기 쉽지만, 실제 현업에서는 상황에 적합한 방법을 선택하고 조율하는 능력이 더 중요합니다. 반드시 디자인 스프린트나 서비스 블루프린트 같은 정형화된 방법을 적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지금 내가 처한 프로젝트 상황과 비즈니스 요구에 맞게 절충하고 조율하는 능력이 기획자의 역량입니다. 육하원칙은 이 과정을 돕는 프레임으로 기능합니다. 단순히 문제를 정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실행 전략을 세우기 위한 기준점이 되는 것입니다.


실행 이후의 검증과 피드백 프로세스

어떤 방식으로 실행하든, 그 결과를 어떻게 검증하고 개선할 것인지까지 포함된 기획이 되어야 합니다. 사용자 경험 개선은 단발성 작업이 아닌 반복적인 과정이기 때문에, 실행 이후 어떤 데이터를 통해 성공 여부를 판단하고, 어떤 방식으로 피드백을 수집하여 다음 단계로 연결할지까지 설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기서도 ‘어떻게’라는 질문은 단순히 ‘실행’에만 머무르지 않고, 성과 검증과 반복 개선까지 아우르는 전략이 되어야 합니다.




기획의 기본은 오히려 나부터 잘 아는 것


정리하자면, UX 기획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나라는 기획자가 처한 시공간 정보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입니다. 기획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이고, 그 전략은 내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나올 수 없습니다. 이걸 아는 사람은 프로젝트에서 중심을 잡고 팀을 이끌 수 있는 기획자가 됩니다.


멘티님께는 지금부터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든 과제든, 육하원칙을 기준으로 나라는 사람의 위치와 상태를 정리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나와 팀, 사용자, 비즈니스를 잇는 시나리오를 만들어보는 거죠. 그게 진짜 UX 기획의 시작입니다.




Photo by Jean-Philippe Delbergh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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