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산업디자인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졸업을 앞두고 UX 또는 서비스 기획자로 커리어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데요, 막상 실무 경험이 없다 보니 기획 감각을 키우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멘토님의 글을 보면서 기획은 책상 앞에서만 배울 수 없는 ‘종합 예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엔 스터디도 하고 있고, 개인적으로 서비스 분석도 해보려 노력 중이지만, 이게 정말 도움이 되는 방향인지 확신이 없어요. 또 인턴 경험도 없어서 실전 감각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자꾸 듭니다. 혹시 실무 경험이 없는 대학생이 현실적으로 UX 기획 역량을 효과적으로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 대학생이 실무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기획 역량을 효과적으로 키울 수 있을지 고민하고 계시군요. 기획이라는 영역은 단순한 아이디어 제시를 넘어서, 문제를 정의하고 이를 해결 가능한 구조로 설계해 내는 복합적인 능력을 요구합니다. 특히 UX나 서비스 기획처럼 실무와 밀접하게 연결되는 분야일수록 단순한 이론 습득만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실무를 경험하기 어려운 학생의 입장에서는 ‘간접 경험을 통한 감각의 체득’과 ‘기획적 사고의 반복 훈련’이 핵심이 됩니다. 지금부터는 실무에 진입하기 전 단계에서 대학생이 현실적으로 기획 감각을 키울 수 있는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기획 역량은 종이 위에서 키우기 어려운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양한 멘토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바는 실무 환경과 유사한 경험을 가급적 빠르게 해 보라는 것입니다. 특히 스타트업이나 소규모 조직에서의 인턴십은 기획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대기업에 비해 역할이 분화되지 않아 문제 인식부터 아이디어 도출, 구체화, 실행까지의 과정을 직접 다뤄볼 수 있고, 결과물이 고스란히 포트폴리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이상적일 수 있는 환경입니다.
기획이라는 업무는 종합 예술에 가깝습니다. 논리적 사고, 사용자 관점, 시장 이해, 팀워크, 설득 커뮤니케이션까지 포함되므로 단기 경험이라도 실제로 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명확히 드러납니다. 어떤 분들은 “아무리 UX 스터디를 오래 해도 인턴 3개월보다 못하다”고 단언하기도 한답니다.
여러 멘토들이 입을 모아 하는 조언은, 경험이 부족한 시점에서 기획 감각을 기르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방법 중 하나가 ‘역기획(Reverse Engineering)’입니다. 즉, 이미 출시된 서비스나 제품을 ‘기획자의 시선’으로 분석하는 연습입니다. 어떤 니즈를 해결하려 했는지, 왜 이 기능 구조를 채택했는지, UI 흐름은 어떤 사용자 여정에서 출발했는지를 유추해 보는 것입니다.
역기획은 단순한 기능 모방이 아닙니다. 오히려 사용자의 페인포인트나 사업적 제약조건까지 추론하며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를 끈질기게 탐색하는 훈련입니다. 특히 잘 만든 서비스일수록 기획자의 의도가 인터랙션 곳곳에 녹아 있으므로 역기획을 반복하다 보면 기획 문서 없이도 그들의 사고 구조를 자연스레 익히게 됩니다. 물론 실패 케이스의 분석도 의미 있겠죠. 어떤 분들은 “실무에서 기획 문서를 많이 쓰지 않는다. 오히려 기존 사례를 잘 분해하고 응용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한답니다.
분석에만 그치지 말고 Figma 등 툴을 이용해 기존 앱의 UI 플로우를 직접 재현해 보며 사용자 시나리오를 구성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를 반복하면 단순한 기능 따라 하기를 넘어서 기획의 핵심인 ‘문제 정의→맥락 설정→솔루션 구조화’ 과정에 대해서 깊이 있는 접근을 저절로 하게 됩니다. 맞고 틀리고를 떠나 나의 관점과 자세부터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죠.
또 하나의 기획 훈련장은 대학생 시절 쉽게 도전할 수 있는 각종 대외활동, 공모전, 교내 프로젝트 등입니다. 이 경험들은 리스크가 낮지만 오히려 온전히 본인의 주도하에 기획의 A to Z를 실행해 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특히 문제 설정부터 스스로 해야 하기 때문에 기획의 핵심인 ‘기획력’을 본질적으로 요구받게 됩니다.
“기획자는 아이디어맨이 아니라, 복잡한 문제를 정의하고 실행 가능한 해결책으로 구조화하는 사람”이라고들 말합니다. 그 말은 곧, 막연한 아이디어 제시보다는 ‘이게 왜 필요하고, 어떤 흐름으로 구현돼야 하며, 누구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기획은 실제 회사에서 큰 사업적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획으로 머물지 않고 어떤 무대를 위해 도전을 한 경험은 취업 시 자기소개서나 포트폴리오에서도 그렇지 않은 지원자보다 강한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기획 역량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동안의 경험을 정리해 포트폴리오로 잘 정제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포트폴리오를 단순한 결과물 나열이 아니라, 문제 정의와 접근법, 과정의 설계, 중간 의사결정 근거 등을 보여주는 문서로서 구성해야 합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기획자는 문서로 말하는 사람이라고요. 포트폴리오라는 정형화된 틀 그 자체보다 어떠한 내용과 흐름을 문서와 해내는 역량을 보여주는 도구 중 하나로 인식하셨음 합니다.
정 프로젝트 경험이 없고 시간도 부족하다면, 역기획 분석을 정리한 사례도 포트폴리오에 포함해 볼 수 있습니다. 보는 사람에 달렸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이를 긍정적으로 봐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나아가 그런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획을 반영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 수순으로 접어들 것입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기획 프로젝트를 손에 넣을 수도 있는 것이죠. 그것도 스토리아 상당히 탄탄할 프로젝트로 말이요.
단순 사용후기가 아닌 “어떤 가설을 세웠고, 어떤 사용 시나리오에서 어떤 의도가 발견되었는지”를 보여주면 나름의 기획 감각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습니다. 실제 서비스를 분해해 재기획하거나 기능을 변형해 새로운 사용자 시나리오를 제시해 보는 것도 강력한 어필 수단이 됩니다. 핵심은 이것만 있으면 된다는 아닙니다.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채워야 할까 고민이라면 이러한 시작도 유효하다는 점을 말씀드리는 것임을 잘 인지하셨음 합니다.
끝으로, 기획이라는 단어가 워낙 포괄적이기에 자신이 어떤 유형의 기획자가 되고 싶은지를 조금씩 명확히 해나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UX 기획, 서비스 기획, 콘텐츠 기획, 상품 기획 등 분야에 따라 요구 역량과 업무의 성격이 상당히 다릅니다. 기획자라는 직무는 정의가 가장 불명확한 직무 중 하나이기에, 스스로가 원하는 방향을 찾아야만 제대로 준비할 수 있다고 조언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UX 기획자라면 사용자 여정과 사용성, 정보 구조 설계 능력이 중요할 것이고, 마케팅 기반 서비스 기획자라면 퍼널 분석이나 시장 트렌드 감각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역기획 훈련을 통해 어떤 기획 유형에 흥미를 느끼는지 탐색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기획 역량은 단기간에 이론으로 익히기 어려운 성격의 능력입니다. 대신 경험, 분석, 정리라는 3가지 축을 통해 천천히 체화되는 능력입니다. 실무 인턴이나 소규모 프로젝트를 통해 직접 해보는 경험을 쌓고, 역기획을 통해 기획자의 시선을 반복적으로 훈련하며, 이를 포트폴리오로 구조화하는 흐름이 대학생 시기에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효과적인 기획 역량 향상 경로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작고 확실한 실행을 하나씩 시작해 보는 것입니다. 그 시작이 멘티님의 기획자로서의 길을 구체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Photo by Luis Villasmil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