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지금 막 졸업한 25살 대학생입니다. 전공은 디자인(d) 계열이지만, 딱히 이 분야에서 꼭 일하고 싶다! 하는 확신은 없어요. 학부 때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기획과 문제해결 과정에 흥미를 느꼈고, 자연스럽게 UX에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동시에 브랜드 기획, 마케팅, 나아가 스타트업처럼 비즈니스 전반을 다루는 쪽에도 끌리더라고요.
요즘은 UX도 ‘디자인(d)’이라는 단어보단 ‘문제 해결과 사고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저는 그 말에 공감하면서도 ‘그럼 나는 뭘 준비해야 할까?’라는 질문이 생깁니다. UX를 하고 싶다고는 하지만, 시각디자인 실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서비스 설계 쪽은 잘하고 싶은데 경험이 부족해서 자신이 없어요. 취업을 하자니 방향이 애매하고, 대학원을 가자니 확신이 없고요. 요즘 멘토님 책을 읽으면서 여러 케이스를 접해보고는 있지만, 여전히 제 케이스가 그 어디에도 딱 들어맞지 않는 것 같아 혼란스럽습니다.
UX, 기획, 비즈니스 중 어디에 중심을 두고 커리어를 설계하는 게 좋을지, 멘토님께서는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시고 방향을 잡아가셨는지 조언 부탁드려요! 그리고 비슷한 고민을 했던 시절이 있으셨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감사합니다!
➥ 25살 디자인 계열 전공 졸업생이시며, 특정 분야에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UX, 기획, 브랜드/마케팅, 스타트업 등 비즈니스 전반에 흥미가 있으시다고 하셨습니다. UX를 디자인(d)보다 ‘문제 해결과 사고방식’으로 접근하고 싶으나, 시각디자인 실력이 부족하고 서비스 설계 경험도 미흡하여 자신이 없다는 고민을 갖고 계시며, 진로의 방향성과 준비 방법에 대해 조언을 구하셨습니다.
질문 내용에서 드러나는 멘티님의 상태는 ‘탐색기’에 가깝습니다. 이미 학부 프로젝트 경험을 통해 문제 해결과 기획에 흥미를 느꼈고, UX라는 분야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으며, 동시에 브랜드와 마케팅, 스타트업에도 끌리는 상태죠. 이는 오히려 강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직 방향을 단정 짓지 않았기에 가능한 경험의 폭이 넓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제 UX 실무자들 역시 한 방향만 보고 달린 경우보다는 다양한 시도 끝에 UX로 귀결된 케이스가 많기도 합니다. 특히 UX라는 직무는 무엇보다 ‘직접 해봐야’ 알 수 있는 분야이며, 생각보다 UI에 치우치거나 반대로 전략기획에 더 가까운 경우도 많기 때문에, 시도와 경험을 통해 내가 맞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한편, 장점이란 게 무슨 말인진 알겠지만 그렇다고 고민이 해결되지는 않기에 답답하실 것 같습니다. 답을 내고 싶으시겠죠. 아이러니하게도 답을 내려면 경험을 해보야 합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UX 분야로 귀결돼 온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처음부터 UX를 정해서 온 경우는 어떤 의미에서는 행운아에 가깝습니다. 즉, 고민은 자연스러울 뿐, 그 고민의 끝에 해결은 없다는 점입니다.
경험이 부족해서 확신이 없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특히 UX는 공부로만 접근하기보다 실무를 통해 일의 흐름을 체득해야 진짜 감각이 생깁니다. 그래서 멘토들은 반복해서 작은 조직, 스타트업, UX 에이전시에서라도 단기간 실무 경험을 해볼 것을 권합니다. 특히 스타트업은 UX뿐 아니라 브랜딩, 마케팅, 사용자 응대까지 전방위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는 멘티님에겐 더없이 좋은 무대가 될 수 있습니다.
“3개월만 일해도 그 어떤 교육이나 컨퍼런스보다 훨씬 큰 인사이트를 얻는다”고 볼 수 있으며, “UX를 UI의 연장선이 아닌 기획의 관점으로 보고 싶다면, 실무를 통해 역할과 책임(R&R)을 직접 체득해야 한다”고 저는 조언드립니다. 디자인(d)이냐, 디자인(D)이냐는 경험 해보지 않고 스스로 정한다고 될 속성의 것이 못됩니다. 같은 사이즈의 옷도 입어봐야 알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죠.
시각디자인 실력이 UX에서 필수적인가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인하우스 UX 조직에서는 GUI 디자이너와 UX 기획자가 구분되어 일하는 경우가 많고, 실질적으로는 기획이나 리서치 기반의 업무가 중심인 경우도 많습니다. 극단적으로 디자인(d)을 전혀 할 줄 모르는 UXer도 있기 때문이죠. 중요한 것은 결국 사용자 문제를 포착하고 이를 논리적으로 해결하는 사고방식일 것입니다.
물론 GUI나 인터페이스 작업이 중심인 조직도 존재하므로, 멘티님처럼 디자인(d) 역량이 오히려 부족이 걱정된다면 기획과 리서치 중심의 UX 업무를 목표로 삼고, 포트폴리오도 그에 맞춰 준비하시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디자인(d)에 대한 스스로의 역량 확신이 부족했고 그만큼 디자인(D)에 대한 가능성을 자꾸 확인을 했던 케이스입니다. 이런 성향의 분들은 결국 디자인(D)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쪽 중 어디든 경험을 통해서 더 큰 확신을 얻으시길 조언드립니다. 생각보다 디자인(D)이 더 안 맞게 느껴질 수도 있거든요.
대학원을 바로 진학하기보다 실무를 해본 후 선택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의견을 저는 드립니다. 실제 UX 관련 석사를 마친 멘토도 “막상 일을 해보고 나니 내가 진짜 하고 싶은 UX가 무엇인지 명확해졌고, 그래서 진짜 공부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회고하곤 합니다. 또 하나의 핵심은 ‘대학원도 결국 네트워크와 인적 기반 중심의 커리어 설계의 일부’이기에, 뚜렷한 목적 없이 진학하면 후회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UX는 자격증도, 전형적인 학위 경로도 없기에, 대학원 진학이 필수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도 좋겠습니다. 물론 경력 10년 차쯤 되었을 때 과거 언젠가 석사를 했다면 좋을 것입니다. 이처럼 언젠가는 경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맞겠으나, 당장 경력의 부스터로 작용하는 것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당장은 포트폴리오와 실무 경험이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는 영역입니다.
모든 분야를 다 가져갈 수는 없기에, 초반에는 넓은 스펙트럼에서 경험을 하고, 그 안에서 내가 더 오래 붙잡고 싶은 것을 좁혀가는 전략이 안정적이긴 합니다. 지금은 아직 탐색기이므로 정답을 찾기보단 해보는 것이 우선인 게 일반적인 조언입니다. 일을 해보면서 나와 안 맞는 것을 걸러내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죠.
그러나 멘티님의 경우 디자인(d)에 대한 자신이 부족하다면 디자인(D) 분야로 과감하게 움직이시는 것이 옳다고 저는 조심스럽지만 말씀드리고 싶네요. 때문에 UX, 기획, 비즈니스 중 어디에 중심을 둘진 ‘지금 내가 어디에 더 강하게 끌리는지’를 기준으로 정하면 됩니다.
실제 UXer도 리서처, 기획자, BX 관점의 설계자, 마이크로카피 중심의 라이터 등으로 세분화되는 시대입니다. 따라서 UX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 다양한 길이 존재하며, 멘티님처럼 브랜드와 마케팅에 관심이 있는 경우 서비스 브랜딩 관점의 UX 전략가라는 방향도 충분히 존재합니다. 당장의 길이 보이지 않아도 그러한 북극성을 지니고 있으냐 없느냐는 차이가 큽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시각디자인 전공 후 다른 분야에서 방황을 많이 했고, 결국 기획과 문제 해결에 집중하면서 UX로 귀결된 케이스입니다. 석사 진학은 실무 경험 이후에 결정했고, 회사와 산학 프로젝트를 통해 취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이것은 그저 과거 여정에 대한 회고일 뿐이지, 어떤 참고할 사례가 될 수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딱 맞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오히려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발 딛고 경험하고, 그 속에서 정답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죠. 멘티님의 지금 이 고민, 바로 그 탐색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애써 결정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는, 부담을 내려놓으시란 의미입니다. 구심점을 두고 움직이되, 그 자체 또한 커리어 설계의 일부이고, 그 흔들림과 혼란 속에서 진짜 방향이 다듬어진다는 것을 믿고 가셔야 합니다. 무엇보다 나를 믿어야 합니다.
지금 해야 할 일은 단 하나입니다. 무엇이든 직접 해보는 것. 스타트업 인턴도 좋고, UX 리서치 교육과정도 좋습니다. 아니면 관련 커뮤니티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학벌도 포트폴리오도 지금 다 채워야 한다는 강박은 내려두세요. 내공은 방향이 잡힌 다음에 쌓아도 늦지 않습니다. 한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계시니 그쪽 가능성으로 이것저것 해보세요.
졸업 후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주변이 내게 내리는 무게로 꼭 그래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묵묵히 자기 길을 탐색하고 조금씩 다가간다는 느낌이 있다면 잘하고 계신 것입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매우 어렵겠지만, 나 자신을 누구보다도 믿고 가야 합니다. 묵묵히.
UX는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열린 직무인 동시에, 자기만의 스토리를 갖추어야 인정받는 분야입니다. 멘티님처럼 고민의 흐름이 명확한 분이라면, 작은 경험 하나로도 충분히 자신만의 UX 여정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언제든지 더 구체적인 진로 시뮬레이션이 필요하시면 이어서 이야기 나눠보아요!
Photo by Brett Jordan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