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나이, 먼 길을 돌아갈 자신이 없네요..
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원래 문과 계열 전공으로 졸업하고 직무 전환을 고민하다가, 작년부터 뒤늦게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게 된 28살 취준생입니다. 현재는 UX 쪽으로 커리어를 쌓고 싶어서 온라인 강의도 듣고, Figma 등 툴 사용도 혼자 익히고 있는 중이에요. 문제는 지금 이 시점에서 진짜 제대로 된 방향 설정을 못 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비전공자인 제가 실무 경험 없이 무작정 지원하는 건 한계가 명확한 것 같아서, 인턴이라도 해보는 게 맞을까 싶은데요. 동시에 주변에서는 이 나이에 인턴부터 시작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그냥 바로 취업 준비에 몰두하는 게 낫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더 혼란스럽습니다.
특히 멘토님의 책에서 "한 번은 먼 길을 돌아가도 된다"는 구절이 참 위로가 되었는데요, 그 '먼 길'이 과연 지금 저에겐 어떤 선택일지 너무 궁금합니다. 1~2년 후를 생각하면 성급하게 직장을 잡기보다 기초부터 쌓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사회적인 시선이나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조급한 마음도 들어요. 멘토님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떤 길을 택하셨을까요? 조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멘티님은 문과 전공자로 UX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어 툴도 독학 중이지만, 실무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인턴을 할지, 바로 취업 준비에 집중할지 갈림길에 서 계십니다. 나이와 사회적 시선, 경제적 현실 사이에서 진로 방향 설정에 대한 조언을 구하셨습니다.
실무 경험의 필요성과 가치
UX는 '알아야 하는 분야'가 아니라 '경험해야 하는 분야'라는 말이 있습니다. 현업에 들어오기 전에는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해도 실제 UX 업무의 감각이나 맥락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저 역시도 UX 관련 연구실에서 산학 프로젝트를 1년 이상 진행한 뒤 입사했지만, 실제 인하우스 UXer로 일해보니 그 차이는 정말 하늘과 땅이었습니다. 책이나 강의, 심지어 대학원 공부조차도 실무를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UX를 이해하고 싶다면 무조건 실무 혹은 그에 준하는 경험해보는 게 가장 빠른 길입니다. 옷을 피팅해보는 것에 비유해볼 수 있겠어요. 비록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스타트업이나 작은 에이전시에서 몇 개월이라도 실무를 해보는 것을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단기간이라도 일해보면 자신에게 맞는 방향인지도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고, 그 경험은 훗날 포트폴리오와 인터뷰에서 큰 무기가 될 수도 있답니다.
인턴 선택의 현실성과 전략
물론, 나이나 경력 공백을 생각할 때 인턴부터 시작하는 게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주변에서 "이 나이에 인턴?"이라는 말을 들으면 위축될 수도 있죠. 하지만 이 시점에서 중요한 건 경력의 빈 칸을 비워두지 않는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어디 회사에 넣어주지도, 그들이 나를 평가하는 입장도 아니에요. 그들은 주변인도 아닌 UX랑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인물들이에요. 한마디로 그들의 이야기의 가중치는 '0'입니다.
만족스럽지 않은 선택이라도 무엇이든 시도하고 채워나가는 게 낫습니다. 단순히 시간만 보내는 것보다 ‘일을 하고 있다’는 상태 자체가 심리적 안정감도 줄 수 있고, 실제 기회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습니다. 한편, 인턴이 아니더라도 '계약직', '프리랜서', '어시스턴트 디자이너' 등 여러 포지션을 통해 실무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는 인턴이라는 명칭보다 실무에 얼마나 관여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작은 회사에서는 인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정직원 못지않게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취업이 고민인데 취업을 해보라는 게 도대체 말이 안된다고 생각이 될 수 있습니다. 일단 해보는 것이 길을 역설적으로 찾아줍니다. 길이 보이면 방법도 손에 잡히기 시작합니다. 다들 이 믿음직스럽지 않은 진리를 믿지 않아서 더 고생합니다. 돌아간다는 것은 실제로 돌아간다는 의미보다도 오래 걸린다는 표현일 수도 있겠습니다.
커리어 전략 설정 방식
멘티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먼 길을 돌아가도 된다'는 말은 탄탄한 기반을 만들기 위한 탐색의 시기를 의미합니다. 제가 보기에 멘티님은 아직 UX 분야에 대한 감이 부족한 상태로, 이럴 경우 섣불리 '정규직'이라는 타이틀만 쫓기보다 짧은 기간이라도 실무를 해보고 감을 익힌 후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훨씬 현명합니다.
UX는 회사마다 기대하는 역할이 천차만별이라, 한 회사의 UX는 UI 중심일 수도 있고, 다른 회사는 리서치 중심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방법론이나 이론에 매몰되기보다 다양한 실무 상황을 겪으며 자신의 적성을 직접 체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막상 원하는 회사에 입성해도 금방 퇴사하는 경우는 왜일까요? 환상에 사로잡혔던 것을 그제서야 목표를 이루고 난 뒤 깨달은 비극의 결과인 것입니다.
조급함과 시선에 대한 균형
나이에 대한 고민, 사회적 시선, 경제적 압박 모두 공감됩니다. 저 역시 그랬기 때문이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UX 분야는 경력을 갖춘 사람을 우대하는 구조라, 단기적으로 취업하더라도 그게 진짜 원하는 길이 아니면 금방 이직하고 싶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돌아서라도 제대로 준비한 사람’이 역설적으로 경쟁력이 생깁니다. 경험은 나이테처럼 쌓이거든요.
그리고 사실, 저를 포함해 UXer로 커리어를 시작한 시점이 30대 초반인 경우가 은근 있습니다. UX로 진입하는 사람들 중 처음부터 UX를 했던 사람은 경험적으로 오히려 드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멘티님이 지금 28살에 UX를 준비하고 있다는 건 결코 늦은 게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 이 고민과 준비가 훗날 분명히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멘티님께 인턴이든 계약직이든, 무엇이든 실무 경험을 빠르게 시작해보기를 추천드립니다. 그 경험을 통해 UX 직무의 본질과 자신의 적성, 흥미, 강점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하실 수 있을 겁니다. 준비만 오래 하다 보면 오히려 길을 잃기 쉽고, 자신감도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작은 시도 하나가 방향을 완전히 바꿔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너무 고민이 많다면 이런 질문을 해보세요. "지금의 내가 2년 후 나를 만난다면 어떤 선택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지금 멘티님이 향해야 할 방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의 여정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추가적인 질문이나 포트폴리오 관련 조언도 언제든지 남겨주세요.
Photo by David Jowanka on Unsplas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