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d)에서 디자이너(D)로
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현재 GUI 디자인 업무 위주로 2년 정도 실무를 해온 직장인입니다. 최근엔 멘토님의 책을 읽으면서 UX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특히 사용자 리서치나 사용성 테스트처럼 더 본질적인 문제 해결 중심의 일에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쌓아온 경력 대부분이 '비주얼 중심의 UI' 또는 '마이크로 인터랙션' 위주라서, 지원하려는 회사에서는 제 백그라운드가 너무 비주얼 편향적이라고 볼까 봐 걱정이에요. UX 직무로 전향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또 GUI 업무 경력을 어떻게 UX적인 시각으로 녹여내면 좋을지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또한 제가 그동안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에서는 기획 단계에 참여해 IA나 와이어프레임 작업을 도운 경우도 있는데, 이런 부분을 어떻게 강조하면 좋을지도 고민돼요. 혹시 이런 상황에서 커리어 방향을 UX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트랜지션 하려면 어떤 방식이 효과적일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바쁘시겠지만 꼭 조언 부탁드릴게요!
➥ 시각디자인 전공으로 GUI 디자인 위주로 2년간 실무를 해오셨고, 최근엔 사용자 중심 문제 해결에 매력을 느껴 UX로 커리어 전향을 고민하고 계시군요. 다만, 지금까지의 비주얼 중심 경력이 UX에 적합하지 않게 보일까 걱정이며, 포트폴리오 구성과 방향성에 대한 조언을 구하셨습니다. 기획단계 참여 경험도 있으며, 이를 어떻게 강조하고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궁금해하셨습니다.
먼저 GUI 기반의 경력을 UX로 확장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어떤 시각’으로 자신의 경험을 해석하고 말하느냐입니다. 비주얼 중심 경험이라 하더라도 ‘왜 이 디자인을 했는가’, ‘어떤 사용자 상황과 문제를 염두에 뒀는가’, ‘그 결과 사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가’에 대한 내러티브가 분명하다면, 그것 자체로 UX적인 관점의 경험으로 변환 가능합니다.
즉, 화면을 꾸미는 데 그친 작업이 아니라 사용자의 문제 해결을 위한 ‘의도’가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정리해 보세요. 단순히 “깔끔하게 만들었다”는 표현보다는, “사용자의 정보처리 과정을 고려해 시각적 위계를 설정했다” 혹은 “주요 CTA의 클릭률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이크로 인터랙션을 도입했다”는 식으로 말이죠. 이러한 스토리텔링은 GUI 경력도 UX 사고의 연장선임을 설득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UX로의 전향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단순히 ‘했던 일’의 나열이 아니라 어떤 ‘문제’를 정의하고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드러내는 구조로 재구성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지금까지 했던 GUI 프로젝트들도 이 프레임으로 재해석해보세요. 만약 특정 기능이나 화면의 시안을 제작한 경험이 있다면, 그 전후 과정에서 어떤 문제 정의가 있었는지를 회고하는 방식도 좋습니다.
특히 기획 단계에 참여했던 프로젝트가 있다면 그 경험은 UX 포트폴리오에서 매우 중요한 자산이 됩니다. 단순히 와이어프레임을 그렸다는 것이 아니라, 정보구조를 어떻게 설계했는지, 사용자 흐름을 왜 그렇게 정의했는지, 어떤 데이터나 피드백을 참고했는지를 상세히 기술해 주세요. 이 부분이야말로 ‘비주얼 편향’이라는 인상을 불식시키는 데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포트폴리오 문서의 구성 역시 중요합니다. 평가자가 스캔만으로도 핵심을 파악할 수 있도록 문서의 레이아웃과 흐름을 간결하게 정리하고, 각 프로젝트마다 소제목이나 단계별 프로세스를 명확히 구분해 주세요. 때때로 디자인적 표현보다 정보의 ‘전달력’이 더 평가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UX 전환을 고민하시는 많은 분들이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왜 UX인가’에 대한 내 나름의 분명한 서사입니다. GUI 디자이너로서 쌓은 경험도 ‘좋은 인터페이스’만이 아닌 ‘좋은 경험’을 만들고자 했던 시도였다는 맥락으로 정리해 보세요.
멘티님처럼 사용자 리서치나 사용성 테스트에 흥미를 느꼈다면, 작은 테스트라도 개인적으로 진행해 보고 그 경험을 기록해 보세요. 꼭 회사 프로젝트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가설을 세우고, 간단한 테스트를 거쳐 피드백을 반영한 사례 하나만 있어도, UX에 대한 실질적 고민이 있는 사람임을 어필할 수 있습니다. UX는 무형의 문제를 다루는 일이다 보니, 자기 경험을 어떻게 ‘근거 있는 논리’로 풀어내느냐가 관건입니다.
UX 직무로 자연스럽게 전향하기 위해선 몇 가지 실천 전략을 제안드립니다. 첫째, 작은 조직 또는 프로젝트 단위에서 UX 기획 전반을 경험해 볼 기회를 모색해 보세요. 스타트업이나 에이전시의 단기 프로젝트도 좋습니다. 거기서 전체 흐름을 경험하면서 나의 UX 감각을 구체화해 나갈 수 있습니다.
둘째, 프로젝트 단위로 리서치부터 화면 구현까지 A to Z를 다뤄보는 경험을 개인적으로라도 꼭 만들어보세요. 그 과정 자체가 가장 좋은 자기 학습이며, 포트폴리오로도 직결됩니다. 이때 툴은 Figma 등으로 통일해, 작업 과정의 협업 가능성까지 보여줄 수 있으면 좋습니다.
셋째, 비슷한 전환을 한 선배들의 스토리를 참고해 보세요. GUI에서 UX로 넘어온 디자이너들 중 다수가 자신만의 흐름과 맥락을 설득력 있게 설명함으로써 커리어 전환을 이뤘습니다. 그들의 포트폴리오나 이력서를 참고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UX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포용하는 직무입니다. 시각디자인, GUI, 마이크로 인터랙션, 기획 단계 참여 등 멘티님의 경력은 오히려 UX에 있어 ‘균형감 있는 시각’을 제공할 수 있는 자산입니다. 다만 이 모든 경험을 단순 나열이 아닌 ‘사용자 중심 설계’의 관점에서 재구성하고, 문제 해결 능력으로 풀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처음엔 ‘UX 답지 않다’는 생각에 스스로 벽을 만들기 쉽지만, 오히려 GUI 경험은 UX를 잘 이해하는 데 훌륭한 토대가 됩니다. 부족한 점은 경험으로 채워나가면 됩니다. 무엇보다 ‘UX를 왜 하고 싶은가’에 대한 자기만의 확신이 결국 모든 설명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
기회는 분명히 열려 있으니, 차근차근 전환을 설계해 보시길 응원합니다. 포트폴리오나 포지션 타깃이 더 구체화된다면, 또 한 번 이야기 나눠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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