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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UX QNA

UX 인턴 경험,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 가능할까요?

'현장감 보존'과 '윤리적 연출'에 관하여

by UX민수 ㅡ 변민수
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이제 곧 4학년이 되는 대학생 '김X영'입니다. 작년에 스타트업에서 UX 인턴을 짧게 경험했는데요, 실무에서 배운 게 정말 많았지만 당시엔 무작정 주어진 일만 하느라 전체적인 흐름이나 맥락을 잘 모르고 지나친 것 같아요. 멘토님 책을 읽으면서 뒤늦게 ‘아, 이런 식으로 정리했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 경험을 앞으로 포트폴리오나 자소서에 잘 녹여내기 위해, 인턴 경험을 어떻게 다시 정리하고 스토리텔링할 수 있을지 조언 부탁드릴게요!


➥ 가장 중요한 조언을 해드리게 된 것 같네요.



현장감 훼손을 부추기는 조언들에 대하여


요즘 들어 유독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이 프로젝트를 손봐도 될까요?"입니다. 그 배경을 들어보면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무작정 '예쁘게', '더 잘 보이게' 고치라고 말하는 이른바 ‘가짜 멘토’들의 조언이 판을 치고 있고, 그 조언을 그대로 따른 멘티들은 결국 처음의 날 것 그대로의 경험, 즉 현장감을 완전히 잃어버린 채 다시 질문을 하게 됩니다. 고친 결과물은 차라리 처음보다 못한 상태가 되기도 하고, 멘티 본인도 더 이상 방향을 잡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현실은 다릅니다. 실무자는 ‘예쁘게 고쳐놓은’ 포트폴리오보다, 현장에서 어떤 제약 속에서 어떻게 판단했고, 그 선택의 결과가 무엇이었는가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이를 외면한 채 결과물만 뜯어고치는 건 오히려 경험을 지워버리는 일이자, 나중에 면접에서도 오히려 불신을 살 수 있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정말 안타깝고 때로는 참 허탈하고 화가 납니다. 우리가 고쳐야 할 것은 ‘결과물’이 아니라 그 결과물을 바라보는 태도와 해석입니다.



다시 만든다기보다 다시 말한다는 접근


과거 프로젝트를 다시 들여다보는 건 좋은 일입니다. 다만, 그때의 나를 다시 말하기 위한 것이어야지, ‘지금의 나’가 되살리는 시점에서 그때를 왜곡하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지금 실력이 더 나아졌다고 해서 당시의 모든 결정을 재설계하고 결과물을 리디자인하는 순간, 그 프로젝트는 인턴 경험이 아니라 ‘졸작’이 되어버립니다. 심지어는 ‘경험조작’에 가까운 인상을 줄 수도 있습니다.


멘토가 실제로 강조하는 지점은 바로 이것입니다. 현장감은 절대 대체될 수 없습니다. 시간에 쫓기고, 사수도 없고, 회사에서 사용하는 툴도 처음 써보며 허둥지둥했던 그 순간들이야말로 ‘진짜’ 실무 경험이고, 포트폴리오에 담아야 할 스토리의 핵심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이런 한계 속에서 나는 이런 선택을 했고, 지금은 이렇게 해석하고 있다’는 식의 연출이 더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부족한 점은 주석처럼 덧붙이기


그렇다고 어떤 수정도 하지 말란 이야기는 아닙니다. 핵심은 ‘현장감은 유지하면서, 현재의 나로서 그것을 해석하는 주석을 덧붙이는 것’입니다. 다른 방편으로는 '회고'를 통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당시에 했던 선택에 대해 지금 와서 다시 보면 왜 그 선택이 부족했는지, 다른 방향이 무엇이었는지를 ‘지금의 관점’으로 성찰해보는 겁니다. 이것은 수정이 아니라 ‘성장의 기록’입니다.


예를 들어 플로우가 다소 비효율적이었다면, “당시엔 이런 유저 행동을 중심으로 설계했으나 지금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른 접근이 가능하다고 본다”는 식으로 연출하면 됩니다. 결과물은 그대로 두고, 내 이해와 사고는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것이죠. 이런 서사는 오히려 훨씬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실무자의 시선으로 다시 보기


멘토의 경험에 따르면, 정제된 포트폴리오보다 날 것의 경험을 얼마나 맥락 있게 풀어냈는가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특히 스타트업 인턴 경험은 한 사람이 다양한 역할을 떠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풀고 배운 게 있었는지를 보여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매우 강력한 이야기입니다.


실제 멘토링 사례 중에도, 화면은 다소 어설펐지만 그 어설픔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디서 도움을 받았으며, 이후 어떤 선택을 했는지를 솔직하게 정리한 포트폴리오가 훨씬 더 호평받은 경우가 많습니다. 즉, 잘 만든 결과물보다 더 중요한 건 진짜 경험을 잘 해석하는 능력입니다.



윤리적 연출의 중요성과 마무리 조언


결론적으로, 인턴 경험은 ‘다시 만든다’는 접근이 아니라 ‘다시 말한다’는 접근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과거 프로젝트를 다듬는 건 괜찮지만, 그것이 그때의 현실과 충돌하지 않도록 윤리적인 선을 지키는 연출이어야 합니다. 현장감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더 잘 설명할 수 있게 만드는 포트폴리오와 자소서가 진짜입니다.


멘티님처럼 고민하는 분들이 많고, 그 고민이 성숙해진 만큼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계속 준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를 정직하게 연결하는 스토리, 그것이 곧 좋은 UX 디자이너의 시작입니다. 자신감을 갖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세요. 진짜 경험은 이미 멘티님 손 안에 있습니다.




Photo by Le Thanh Huye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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