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의 실체는 상대적 우위 즉, '직무 적합성'
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26살 졸업 예정자입니다. 졸업이 늦어진 만큼 이번 하반기에는 꼭 대기업에 취업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준비 중이에요. 포트폴리오와 자소서를 여러 번 고치고, Figma 등을 활용한 프로젝트 경험도 쌓았지만 여전히 ‘내가 경쟁력 있는 디자이너인가?’라는 질문 앞에서는 머뭇거리게 되네요. 특히 실무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자소서에서 어필할 수 있는 강점이 부족한 것 같아 고민입니다.
멘토님은 취준생 시절 어떤 점에서 경쟁력을 만들 수 있었고, 실제 채용에서 어떤 요소가 강점으로 작용했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대기업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포트폴리오 외에 어떤 부분까지 준비해 두면 좋을지도 알고 싶어요. 제가 지금 집중해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현실적인 조언 부탁드립니다! 멘토님의 브런치 글도 읽으며 많은 인사이트 얻고 있습니다 :) 감사합니다.
➥ 질문을 정리해 보면,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졸업 예정자로서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실무경험 부족으로 인해 자신의 경쟁력이 무엇인지 확신이 없다는 점, 그리고 포트폴리오 외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지 현실적인 조언을 바란다는 것으로 봤습니다. 멘티님의 절박함이 진심으로 느껴졌고, 그만큼 저 역시 신중하게 제 경험을 나누고자 합니다.
제 취준생 시절을 돌이켜보면, 경쟁력이 없었을 뿐 아니라 ‘경쟁력이 무엇인지’조차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당시엔 마치 어떤 기술이나 자격증, 프로젝트 스펙이 많으면 그것이 곧 경쟁력이라 여겼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경쟁력은 절대적인 우월성이 아니라 상대적 우위, 그것도 '직무 적합성'과 '조직 적응력'을 포함한 총체적인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내가 가진 기술이나 경험이 어떤 조직, 어떤 직무에서 상대적으로 더 유리하게 작용하는가가 핵심입니다. 가령, 동일한 프로젝트 경험이라도 어떤 지원자는 이를 통해 문제해결력을 강조하고, 또 다른 이는 팀워크 능력을 부각하는 식으로 상대적 강점을 어필하는 것입니다. 결국 ‘누가 더 잘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 조직에 더 잘 맞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어렵습니다.
저는 석사 과정 중 산학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결과적으로 제 경쟁력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그것이 경쟁력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다만, 기업과의 실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얻은 ‘현실감각’과 ‘실무 커뮤니케이션 경험’이 이후 취업 과정에서 강력한 무기로 작용했습니다. 물론 산학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해서 모두 채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저에겐 분명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특히 인하우스 조직과의 산학은 그 기업의 조직문화, 커뮤니케이션 방식, 문제 해결 프로세스를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이것이 ‘이 사람은 우리 방식에 익숙하겠다’는 인상을 줄 수 있었고, 실제로 프레젠테이션 때 회사 측에서 질문했던 것도 프로젝트 결과 자체보다는 그 과정 속에서 제가 어떤 역할을 했는가, 어떤 태도를 보였는가였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태도란, 단순히 성실한 자세만이 아니라 ‘조직의 방식에 얼마나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가’에 대한 평가이기도 했습니다.
한마디로 이미 준임직원에 가까웠기에 '회사 입장에서는 투자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경력직'이었던 셈이죠.
여기서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특히 ‘조직문화와의 융합 가능성’도 경쟁력의 일부라는 점입니다. 특히 전통적인 제조 기반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경직된 문화가 존재합니다. 빠른 의사결정보다는 단계적 보고, 수평적 토론도 있지만 의사결정을 위한 위계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이 보편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채용 과정에서 단순히 실력이 뛰어난 사람보다는 그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 다시 말해 기존 시스템과 충돌 없이 융합될 수 있는 태도를 가진 사람인가를 더 중시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점은 이력서나 포트폴리오만으로 판단되기 어렵기 때문에 면접에서의 태도, 프로젝트 수행 중의 역할, 커뮤니케이션 방식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평가됩니다. 제가 면접을 준비할 때 가장 신경 썼던 부분도 ‘내가 얼마나 이 조직에 잘 섞일 수 있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을까’였고, 실제로 그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피드백도 들었습니다. 말씀드렸듯이, 제 어필 이전에 이미 반은 검증이 상태였던 것이죠.
멘티님이 말한 실무경험 부족은 제가 봤을 땐 실제 스펙의 부족보다는 실무를 해보지 않았기에 느끼는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누구나 겪는 심리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실제로 해보는 것’만이 그 불안감을 없앨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저는 종종, 연애를 해보지 않고 연애책만 백 권 읽은 상태와 같다고 비유하곤 합니다. UX라는 일도, 디자인이라는 역할도 결국은 사람들과 부딪히며 배워야 하는 영역입니다.
만약 당장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입사에 부담을 느끼신다면, 작은 회사라도 실무경험을 갖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보시길 권합니다. 마음에 내키지 않을 수도 있겠고, 외람된 조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채용 공고 자체가 극히 적기에 누워서 과일이 입에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과 하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오히려 작지만 실무 경험들이 알알이 모여 포트폴리오에 생생한 이야기와 맥락을 부여해 주고, ‘이 사람은 해봤구나’라는 신뢰를 주는 데 큰 힘이 됩니다.
멘티님이 지금 보완해야 할 부분은 ‘더 많은 프로젝트’보다는 경험의 맥락을 재구성하는 힘입니다. 포트폴리오에 기재된 프로젝트를 단순한 결과물 중심에서 벗어나, 문제 상황 고민 과정 나의 역할과 개입 변화와 결과로 이어지는 스토리 기반의 구성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경쟁력은 달라집니다.
또한, 포트폴리오의 마지막 챕터에 ‘이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고, 어떤 방식으로 성장했는가’를 진솔하게 정리해 두는 것도 좋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너무 포장된 문장이 아니라, 현실적인 고민과 갈등을 통해 도달한 통찰을 담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처음엔 UI만 신경 썼지만, 사용자 피드백 과정에서 정보 구조의 중요성을 느꼈고, 이후 리서치와 플로우 설계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같은 구체적 전환점을 제시하면 더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그 무엇보다 중요하고 영양가 있는 활동은 기업 인턴처럼 실제와 가까운 종류의 일을 직접 해보는 것임을 다시금 강조하며 마무리합니다.
경쟁력은 ‘남보다 뛰어난 무엇’이 아니라, ‘이 조직에 필요한 사람처럼 보이는 나만의 서사’라고 생각합니다. 멘티님은 이미 많은 준비를 해오셨고, 지금은 그 서사를 설득력 있게 만드는 시점에 와 있다고 보입니다. 포트폴리오와 자소서는 결국 나를 설명하는 수단일 뿐, 진짜 경쟁력은 그 안에 담긴 경험과 태도, 그리고 내가 이 조직에서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입니다.
부디 실무의 문을 두드리는 데 주저하지 마시고, 자신만의 서사를 차분히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원하신다면 포트폴리오 구성에 대한 더 구체적인 조언도 드릴 수 있으니 언제든 질문 주세요. 응원합니다.
Photo by Katt Galvan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