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UX QNA

사용자 중심 사고를 디자인 실무에 자연스럽게 녹이려면?

by UX민수 ㅡ 변민수
안녕하세요 멘토님. 현재 서비스 기획 파트에서 UX 관련 업무를 병행하고 있는 3년 차 주니어입니다. 기획과 리서치 사이에서 사용자 중심의 시각을 유지하려 노력 중인데, 프로젝트가 바빠지거나 이해관계자들의 요구가 많아질수록 자꾸 ‘사용자 입장’보다는 ‘업무 완수’에 초점이 맞춰지는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멘토님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사용자 중심 사고를 실무 프로세스에 자연스럽게 녹이기 위한 루틴이나 실천 팁이 있다면 공유 부탁드립니다!


➥ UX 관련 업무를 병행하고 계신 3년 차 실무자로서, 프로젝트 속도와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사용자 중심을 지키려는 고민이 깊이 와닿았습니다. 기획도 디자인(d)도 결국 수많은 현실적 제약 속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맞춰가는 일이기 때문에, 이 질문은 단지 초심자의 고민이라기보다 오히려 실무의 본질을 꿰뚫는 질문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이에 저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사용자 중심 사고를 일상 업무에 자연스럽게 녹이는 몇 가지 방법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현실 속 균형 감각 유지


저 역시 실무 속에서 사용자 중심 사고가 이상적으로만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기획 일정은 촉박하고 요구사항은 자주 변경되며,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는 강력하게 작용하곤 하니까요. 이럴 때일수록, 저는 사용자 중심 사고를 ‘방법론’이 아닌 ‘태도’로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용자 중심’이라는 단어는 때로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는 내가 내놓는 결과물이 사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를 끝까지 놓지 않는 태도에서 시작됩니다. 결국 이 태도는 프로젝트 결과물의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으며, 팀 내에서의 나의 목소리에도 자연스럽게 힘을 실어줍니다.



말과 글에 담기는 사용자 관점


실무에서 사용자 중심의 시선을 유지하는 데 있어 특히 유효했던 팁은 ‘사용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화법’을 습관처럼 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회의 중에도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 지점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어요”처럼 의견을 제시하면, 단순한 개인의 주장이 아니라 ‘이건 사용자 편에서 본 제안이다’라는 메시지를 담을 수 있습니다.


때로는 인지심리학의 개념이나 휴리스틱 원칙을 아주 가볍게 언급하는 것도 유용합니다. “선택지가 너무 많아지면 사용자가 결정회피를 할 수도 있어요” 같은 식이죠. 굳이 이론을 깊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담당자가 사용자 경험을 구조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면서도 설득력 있는 흐름을 만들 수 있는 말하기 습관입니다. 이런 표현들은 회의나 문서, 슬랙 코멘트 하나에서도 반복적으로 녹아들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알게 모르게 체화됩니다.



질문 중심 사고의 일상화


페르소나나 저니맵 같은 툴도 분명 유용하지만, 바쁜 실무에서는 자주 활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그보다는 질문 중심의 사고 습관이 더 실용적이고 유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흐름은 사용자 입장에서 직관적일까?”, “지금 설계한 이 단계에서 불안감을 느낄 수 있는 포인트는 뭘까?”, “이 시나리오에서 사용자의 기대와 실제 경험이 어떻게 다를 수 있지?” 같은 질문을 매 단계마다 스스로에게 던지는 연습을 반복합니다. 이 질문들을 문서나 디자인 파일에 코멘트로 남기면, 혼자만의 루틴이 아닌 팀 차원의 논의로 확장되기도 합니다. 그 자체로 사용자 중심 태도가 조직 안에 번지는 계기가 되곤 했습니다. 내가 자꾸 딴지를 거나라는 의구심이 들더라도 사용자의 분신인양 행동하되, 과하지 않은 톤앤매너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감정이입을 통한 사용자 이미지 구체화


실무에서 가장 자주 활용하는 감각 중 하나는 사용자에 대한 감정이입입니다. 추상적인 타깃이 아니라, 내 주변의 구체적인 누군가를 떠올리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내 어머니가 이 화면을 볼 때 무엇이 헷갈릴까?’, ‘내 친구가 이 기능을 클릭하려고 할 때 주저할 지점은 어디일까?’를 상상하는 것이죠. 저는 이를 디자인 회의에서 종종 직접 언급합니다. “우리 엄마한테 이거 보여드리면 절대 못 찾을 것 같아요” 같은 식으로요. 물론 공격적으로 보여선 안 되겠죠. 이런 화법은 경우에 따라 꽤 재미도 있고, 사용자 감각을 팀 안에서 실제처럼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작은 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사용자를 마치 팀의 또 다른 이해관계자인 것처럼 대화에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는 것이죠. 정말 작은 차이입니다.



나만의 UXer 장부를 기록하라


사회에서 이중장부를 쓰는 것은 문제가 되겠지만, UXer로서 이중장부를 쓰는 것은 저는 좋은 회고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테면, 이번엔 사용자를 거의 대변하지 못한 것을 마음에 새겨두고 다음 프로젝트나 기회에서는 이를 어떻게 해서든 관철시켜 보려 더 애쓰는 것입니다. 반대로 한 번 의도대로 성사되었다면 다음번 난항을 만났을 때 애써 너무 과하게 다투지 않고 상황을 잘 요리해 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분기, 한 해를 돌이켜 그래도 나는 언제 언제 사용자를 대변하는 전사로서 제 노릇을 했다며 위안을 삼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그런 추이가 늘어날 수도 있고, 급기야는 그런 의중을 더 표출해도 되는 위치에 서게 될 날도 옵니다.




멘티님께서 고민하고 계신 바는 실무자 누구나 겪는 딜레마이자, 오히려 UX라는 역할의 핵심을 증명하는 지점입니다. 사용자 중심 사고는 어느 날 갑자기 ‘실천’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작고 반복적인 습관과 질문, 그리고 말하기의 방식을 통해 서서히 ‘나의 감각’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특히 조직문화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부분도 큰 만큼 혼자만의 노력보다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오랜 꿋꿋함이 필요합니다.


멘티님처럼 태도에 집중하는 분이라면, 이미 그 출발선에 잘 서 계시다고 생각됩니다. 말씀하신 고민이 앞으로 더 큰 UX 실력을 위한 발판이 되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언제든 또 궁금한 것이 있으면 편하게 이야기 나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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