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UX QNA

취업까지 1년 남은 3학년, 지금부터 뭘 해야 할까요?

오히려 학생은 '특권'이다. 누려라!

by UX민수 ㅡ 변민수
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현재 4년제 대학에서 콘텐츠디자인을 전공 중인 3학년, 23살입니다. 내년 이맘때쯤 본격적인 취업 시즌이 올 텐데 벌써부터 걱정이 많습니다ㅠㅠ

수업 시간에 UX 관련 수업을 듣고 처음으로 ‘이거다!’ 싶은 느낌을 받았고, 그 뒤로는 UX 관련 브런치 글이나 멘토님의 콘텐츠, UX 관련 책들도 찾아보면서 관심을 키워가고 있어요. Figma로 간단한 프로토타입도 만들어보고, 요즘은 Notion에 사용자 저널을 정리하면서 사고방식도 UX적으로 바꿔보려 노력 중이에요. 그런데 문제는, 그게 "진짜 준비"가 되는 건지 모르겠다는 점이에요...

아직 인턴 경험도 없고, 포트폴리오라고 부를만한 것도 제대로 만들지 못했는데 취업까지 1년밖에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조급해져요.

멘토님, 혹시 저처럼 UX에 진심이지만 아직 준비가 부족한 학생에게 현실적으로 추천해 주실 로드맵이 있을까요? 3학년 2학기와 방학 동안 어떤 걸 우선으로 준비해야 후회하지 않을지 알려주시면 너무 감사드리겠습니다. 멘토님의 경험도 곁들여 주시면 더더욱 도움이 될 것 같아요.


➥ 멘티님은 콘텐츠디자인을 전공하며 UX 수업을 통해 이 분야에 매력을 느끼고, 다양한 콘텐츠와 도구들을 접하며 스스로 준비를 이어오고 계신다고 하셨습니다. Figma로 간단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보거나 Notion을 활용해 사용자 저널을 정리하는 등, 개념적 이해와 사고방식 전환을 위한 시도는 분명 훌륭한 시작입니다. 그러나 아직 인턴 경험이나 제대로 된 포트폴리오가 없는 상태에서 취업 시즌을 앞두고 있다 보니, 조급한 마음이 생기고 있다는 말씀도 충분히 공감됩니다. 이 시점에서 제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학생이라는 특권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입니다.




실무 경험이라는 이름의 특권


학생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은 바로 가볍게 실무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 즉, '인턴'입니다. 인턴이라는 제도는 ‘정규직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사회적 합의 하에, 실제 회사 안에서 일해볼 수 있는 거의 유일무이한 기회입니다. 회사든, 에이전시든, 스타트업이든 ‘규모’나 ‘네임밸류’를 따지지 말고 일단 부딪혀보는 것을 적극 추천드립니다.


실무라는 경험이 꼭 대단한 기회를 내포하지만 않습니다. 업계라는 옷을 잠시나마 입어보는 ‘피팅’의 개념으로 접근해 보세요. 그렇게 잠깐이라도 입어봤던 경험은, 나중에 자신에게 어울리는 일의 스타일을 찾는 데 큰 단서가 됩니다. 보잘것없다고 느껴질 수 있는 기회도, 실제로 겪고 나면 오히려 가장 단비 같은 경험으로 남게 되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이 시기를 지나면 하고 싶어도 어렵습니다. 저는 이걸 누리지 못해 오래 헤맸기에 역설적으로 추천을 하고 싶습니다.



포트폴리오와 프로젝트 감각


이런 실무경험을 쌓으며 자연스럽게 포트폴리오의 씨앗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지금은 포트폴리오라 부르기 애매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처음에는 어떤 문제를 UX적 관점으로 접근했고, 어떻게 풀어보려 했으며, 사용자의 반응이나 피드백을 어떻게 수용했는지를 중심으로 정리해 보세요. 작은 정리와 정리가 모여 조금씩 과정이 되고, 과정과 과정이 모여 스토리를 형성하면서 결과물을 지탱하게 됩니다. Figma 결과물은 그중 일부일 뿐이고, 실제 가치 있는 것은 그 뒤에 숨은 사고의 과정입니다. 사용자 페르소나, 시나리오, 저니맵, 워크숍 결과 같은 것들을 비주얼 중심이 아니라 논리적 흐름으로 엮어 하나의 스토리로 담아내는 훈련을 하시기 바랍니다.



경험의 폭을 넓히는 활동 추천


학생신분으로서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특권은, 경쟁보다 탐색을 목적으로 하는 활동들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창업 경진대회, 디자인 챌린지, UX 관련 대외활동, 소모임 참여 등은 그 자체로도 귀중한 경험이며, 특히 UX라는 분야의 ‘문제정의-해결’ 과정을 다양한 형태로 체득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창업’이라는 키워드가 부담스럽게 들릴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작은 아이디어 피칭이나 사용자 인터뷰 중심의 아이디어 전개 정도로도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습니다. 이런 활동에서의 실전 경험은 책이나 강의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감각을 길러줍니다. 게다가 다양한 사람들과의 협업을 할 수밖에 없기에 개인 프로젝트 보다도 포트폴리오에서 내게 힘을 줄 수 있습니다. 무엇을 하든, 그 안에서 UX적 시각으로 의미를 찾고 정리해 보는 훈련을 병행해 보세요.



학습보다 실행 중심의 마인드


UX는 지식의 축적보다 말씀처럼 사고방식의 훈련 역시 굉장히 중요한 영역인 게 맞습니다. 이론서나 방법론 공부가 아무리 탄탄해도, 실제로 사람과 제품, 환경을 조우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어떻게 현실에 실천하고 실현해 내는지가 실력이라고 볼 수 있답니다.


때문에 UX라는 분야는 정해진 자격증이나 라이센스가 없는 대신, 경험의 무게와 포트폴리오의 질로 실력을 증명하는 분야입니다. 공부보다 ‘일단 해보는 것’이 더 큰 자산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오히려 재지 마세요. 방법론조차도 어떤 관점에서는 일하면서 익히는 것이고, 프로젝트는 진행하면서 내 언어로 재해석해가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는 작고 불완전해도 괜찮으니 실행의 축으로 중심을 옮기셔야 합니다. 점들이 있어야 꿸 여지가 있고, 처음부터 입체 도형을 만들려고 하는 마음이 이해는 가지만 그렇게 가질 수 있는 것이 못됩니다.



기회의 프레임을 다시 보기


멘티님은 스스로를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고 표현하셨지만, 실제로는 이미 좋은 페이스로 많은 부분들을 시작하고 계십니다. 다만 ‘이게 과연 맞는 준비인가?’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신 듯합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방향을 잡는 ‘이정표’가 아니라,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는 ‘실행력’입니다. 인턴십, 대외활동, 공모전, 혹은 작게는 개인 프로젝트라도 좋습니다. 어떤 것이든 실제 경험을 통해 내가 어떤 부분에 더 반응하고 몰입하는지를 점차 알아가시기 바랍니다. 진로는 선택이 아니라 형성되는 것이라는 말처럼, 지금은 ‘정답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




기회는 꼭 크고 눈에 띄는 것만이 아니라, 작은 시도와 실험에서도 충분히 싹틉니다. 지금이야말로 학생이라는 이유로, 남들이 평가하기 전에 마음껏 실험하고 실패해 볼 수 있는 유일한 시기입니다. 그 어떤 기회든 지금은 다 가치 있는 성장의 재료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마세요. 언제든지 또 궁금한 점이 있다면 찾아주세요. 늘 응원하겠습니다.



Photo by Rojan Maharjan on Unsplash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