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UX QNA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 사이에서 길을 찾고 싶어요

by UX민수 ㅡ 변민수
안녕하세요, 저는 시각디자인 전공 후 현재 UX 리서처로 커리어 전환을 고민하고 있는 2년 차 직장인입니다. 대학생 때는 영상 콘텐츠 제작을 즐겨했고, 졸업 후엔 그래픽 디자인 업무를 맡으며 시각적인 표현에 집중해 왔어요.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 문제를 정의하고 사용자 인터뷰를 기반으로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리서치 단계가 더 흥미롭고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퇴근 후 틈틈이 관련 서적을 읽고 있는데, 문뜩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에 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정말 리서처로 전향해도 괜찮을지, 혹은 지금 맡고 있는 업무에 강점을 더 살려야 할지 계속 고민이 됩니다. UX 분야에서 좋아하는 일만 좇다 보면 실무에서 인정받지 못할까 봐 걱정도 되고요.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사이에서 진로를 설계할 때, 멘토님께서는 어떤 기준으로 결정을 내리셨는지 조언을 들을 수 있을까요?


➥ 시각디자인을 전공하시고 현재 그래픽 디자인 업무를 맡고 계신 이력을 보면, 멘티님은 시각적 감각과 표현에 능숙한 분이라는 인상을 받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사용자 관점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리서치 영역에 마음이 가고 있다는 점에서, 내면의 중요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사이의 균형’이라는 표현에 공감하셨다는 대목은, 단순한 흥미를 넘어 진지한 진로 탐색을 하고 계신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좋아함과 하고 싶음의 구분


이 과정에서 하나 더 구분해 볼 개념은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의 차이입니다. 좋아하는 것은 대개 그 일의 긍정적인 면만을 바라보며 느끼는 단순한 감정일 수 있습니다. 반면, 하고 싶은 일은 그 일이 가진 어려움이나 단점, 반복적이거나 감정 소모적인 성격까지 어느 정도 인지하고도 그것을 감내하면서라도 실제로 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물론 반대로 나타날 수도 있긴 합니다. 중요한 건 무엇이 맞다 틀리다 보다는 이런 것들을 쪼개서 생각을 해보자는 것입니다.


리서치 직무는 특성상 후자와 같은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범주에 해당합니다. 그랬을 때 단순히 좋아서 시작했다가는 곧 한계에 부딪힐 수 있지만, 하고 싶은 일이라면 괴로움 속에서도 견디는 힘이 생깁니다. 과연 어떤 부분이 멘티님의 마음을 계속 리서치 쪽을 향하게 만드는 가를 잘 이해하는 것이 우선 필요한 이유입니다.



감내 가능성에 대한 자기 점검


그래서 제가 드리고 싶은 조언은, ‘정말 리서처가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보다 한 단계 더 들어가서, ‘이 직무의 단점까지 감내할 자신이 있는가?’를 자문해 보라는 것입니다. 예컨대 리서치는 단순히 인터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타이트한 일정 속에서 실험 설계를 하고, 참여자를 섭외하고, 데이터 정제를 거쳐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반복적이고 체계적인 과정입니다.


또한 팀 내에서 설득과 조율을 거쳐야 하기도 하고, 때로는 수집한 데이터가 명확한 해답을 주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에도 여전히 그 일을 계속하고 싶은지, 그 과정을 통해 얻게 되는 성취감이 좌절보다 크다고 느껴지는지를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런 질문에 대해 ‘그래도 하고 싶다’는 답이 나온다면, 그것이 바로 방향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런 일은 즐겁지 않을 것 같아’라는 감정이 더 크다면, 아직은 리서치라는 직무가 ‘좋아하는 것’의 영역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 구분은 진로를 결정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물론 이걸 명확히 이해하려면 그 일을 해봐야 알 수 있긴 합니다. 그래도 상상은 해볼 수 있겠죠.



일과 삶의 분리, 교차의 미학


저는 삶이라는 무대 안에서 모든 것을 ‘일’로 구현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가능한 한 오래 좋아할 수 있도록 취미나 개인적인 활동으로 남겨두는 선택 했습니다. 반면, 일이란 것은 효용에 따라 선택하고, 감정을 조금은 절제하며 대하는 영역으로 삼았습니다. 그렇게 거리를 두니 오히려 일에서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예컨대, 내가 잘하는 영상 제작이나 콘텐츠 디자인은 ‘일’의 영역으로 가져가고, 리서치 기반의 UX 성향의 일을 ‘삶’의 영역에 두고 즐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세계는 의외로 자주 교차합니다. 일에서 익힌 분석력이 취미에도 영향을 미치고, 반대로 취미에서 얻는 감성은 업무에 따뜻한 터치를 줄 수 있죠. 중요한 것은, 둘 중 하나를 꼭 포기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하이브리드형 경로의 가능성


리서처가 되고 싶지만, 시각디자인이라는 본인의 강점을 버리기 아깝다면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하이브리드형 역할’을 고민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UX 실무에서는 리서치만 전담하는 조직도 있지만, 많은 경우 디자인(d)과 리서치를 병행하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특히 리서치, UX 컨설팅, 서비스 기획 쪽에서는 시각적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멘티님의 디자인(d) 기반은 분명한 경쟁력이 됩니다. 리서치 인사이트를 시각화하고, 사용자 여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능력은 실무에서 언제나 환영받는 역량입니다.


직무 전환을 생각한다면, 처음부터 리서처로 완전히 이동하는 방식보다는, 지금 자리에서 리서치 중심의 과업을 조금씩 늘려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예를 들어, 디자인 기획 전에 사용자 조사를 자발적으로 시도해 보고, 그 결과를 팀 내에서 공유하는 방식으로 시작해 보세요. 그 과정을 통해 실제로 이 일이 맞는지, 자신이 그 안에서 성장할 수 있는지 체감할 수 있을 겁니다.



마음이 향하는 방향대로, 그러나 신중하게


진로 결정은 결국 자기 자신을 설득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대신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결과에 책임질 수 있는 사람도 나 자신 뿐입니다. 그만큼 중요한 결정이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신중만 해도 길을 잃게 됩니다. 오히려 작게 시작하고, 시도해 보면서 스스로의 감정과 반응을 관찰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접근일 수 있습니다.


멘티님이 지금 고민하는 지점은 매우 건강한 출발점입니다. 충분히 고민하셨고, 공부도 병행하고 계시기에 이미 좋은 기반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제는 그 감정을 조금 더 구체적인 실천으로 연결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리서처가 되지 않더라도, 리서치 역량을 가진 디자이너(d)로도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이 일이 힘들어도, 나는 계속하고 싶은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그래도 하고 싶다’라면, 이제는 한 걸음 옮겨보셔도 괜찮습니다.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 사이에서 갈등은 자연스럽고 당연합니다. 이럴 땐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해보시길 바랍니다. 기회가 오지 않으면 하고 싶어도 못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보면 하고 싶었던 이유를 진정 고민하게 됩니다. 뭔가 단점이 커져 열기가 식을 수도, 그럴수록 더 열의를 태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잘하는 게 뭔지도 스스로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지금 잘하는 일이라는 것도 결국은 손에 익었을 뿐 진짜 내가 잘하는 일인지를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하고 싶은 일이라면 그것을 먼저 확인하시고, 그 결과로 인해 점차 잘하는 일을 만들어가셨음 합니다. 선택과 판단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Photo by Luca Bravo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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