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든, 그 이상의 ‘세련된 포트폴리오’란?
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1년 반 정도 UX 공부를 병행하며 서비스 리디자인, 앱 기획 등 3개의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한 UXer 지망생입니다. 요즘 취업 준비를 하면서 스타트업이나 대기업 인턴 포지션에 지원하고 있는데요, 종종 “3장 이내로 요약된 포트폴리오”를 요구받곤 해요.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핵심을 보여주는 힘도 실력이다’라는 생각이 들어 요약본을 준비하려고 해요. 그런데 어떤 흐름으로, 무엇을 강조해야 하는지 막막해요. 전체 프로젝트 중 한 개만 뽑아 요약한다면,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할까요? 또, 3장 안에 꼭 담겨야 할 UX 포인트(문제 정의, 리서치, 솔루션, 결과 등)는 어떤 구조로 압축하는 게 좋을지 궁금합니다.
멘토님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요약 포트폴리오 구성에 대한 팁이나, 기억에 남았던 좋은 요약 사례가 있다면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항상 멘토님의 콘텐츠에서 생각의 전환을 얻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
한 2~3년 전부터 취업 전형에서 ‘3장 이내 요약 포트폴리오’를 요구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습니다. 대기업 인턴이나 프로덕트 디자인 직군뿐 아니라, 이제는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에서도 이 형식을 요구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특히 보여줘야 할 것이 많은 프로덕트 디자인 전형일수록 이 요청은 당황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사용자 리서치도, UX 설계도, UI 결과물도 모두 갖춘 프로젝트를 3장 안에 넣으라니,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실소가 나올 정도지요.
이러한 요구는 어느새 트렌드 아닌 트렌드처럼 굳어졌고, 실제로 이 전형의 한 문장에 막혀 쓴잔을 들이켠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평가자 입장에서는 “핵심만 보기 좋게 요약해서 보여달라”는 일종의 ‘떠먹여 달라’는 심리에 가깝지만,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억지스러운 요구처럼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이 요구는 단순히 괴롭히기 위한 억지가 아닙니다. 이는 전략적 사고력을 검증하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입니다. 결국 요약본 자체가 ‘문서를 정제하는 UX’를 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가리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죠. 이 심리전에 위축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전략에 전략으로 대응하는 자세입니다.
이와 관련해 저는 요약 포트폴리오 대응 전략을 크게 네 단계로 나누어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사실 제 멘티들한테만 푸는 팁인데...)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기존 포트폴리오를 슬라이드 단위로 잘라서 한 장에 여러 개씩 억지로 넣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문제의 본질을 오해한 접근입니다. 마치 기내 반입 수하물의 무게 제한을 맞추기 위해 옷을 껴입고 비행기에 타는 것과 같은 상황입니다. 문서 양만 줄였지, 정보 밀도는 오히려 더 높아져 평가자는 핵심을 파악하기 더 어려워집니다.
결국 이 방식은 사용자를 고려하지 않은 디자인이며, UX 디자이너로서의 설득력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압축’이 아니라 ‘재해석’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 접근이라 실무에서는 지양해야 할 방식입니다.
다음으로는 본인이 직접 한 일을 중심으로 다시 재정리하는 방식입니다. 전체 내용에서 중심만 남기고 가지는 쳐내는 접근입니다. 이 방식은 나름의 고민과 전략이 반영되었고, 기존 포트폴리오에 비해 분명 정돈된 인상을 줍니다.
그러나 이 접근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고, 구조가 쉽게 꼬입니다. 특히 장문의 리서치나 복잡한 UX 설계를 다룬 프로젝트일수록,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덜어내야 할지 결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게 만든 문서도 자꾸만 누락된 내용이 눈에 밟혀, 결과물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제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은 절반의 성공, 절반의 불안으로 요약본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한 단계 더 전략적인 접근은 지원하는 전형의 성격을 먼저 파악하고, 그에 따라 정보의 우선순위를 다르게 배치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내가 뭘 보여주고 싶은가’보다 ‘그들이 뭘 보고 싶어 할까’를 중심으로 재구성합니다.
예를 들어 리서치 능력을 중요시하는 포지션이라면 사용자 인터뷰, 서베이 결과, 인사이트 도출 등의 내용을 상세하게 남기고, UI 결과물은 최소화합니다. 반대로 인터랙션 디자인에 초점을 두는 전형이라면 화면 플로우, 와이어프레임, 프로토타입 중심으로 구성하고 리서치 과정을 간단히 요약하는 식입니다.
이 방식은 선택과 집중에 대한 근거가 필요하기 때문에 용기와 전략적 사고가 요구됩니다. 평가자 입장에서 보면, 이런 식으로 전형에 최적화된 정보를 선별한 문서는 유난히 눈에 띌 수밖에 없습니다.
궁극의 전략은 전체 포트폴리오를 하나의 시나리오처럼 기획하는 방식입니다. 개별 프로젝트를 독립적으로 다루기보다는, 각 프로젝트가 서로 다른 역량을 보여주며 전체를 보완하도록 설계합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프로젝트에서는 사용자 조사와 인사이트 도출에 초점을 두고, 두 번째는 IA와 화면 흐름 중심, 세 번째는 시각화와 마이크로 인터랙션에 집중합니다. 각 프로젝트는 하나의 요소에 집중하지만, 세 장을 모두 보고 나면 평가자는 지원자의 UX 전반에 걸친 이해와 실력을 통합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은 각각의 프로젝트가 갖는 부족함을 전체 구조 속에서 장점으로 전환하는 전략이며, 실제로 멘토링을 진행해 온 멘티들이 성장 끝에 가장 많이 도달하게 되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줄이는 것이 아니라, 큐레이션과 연출을 통해 전략적 포지셔닝을 완성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전략을 알려주는 게 어쩌면 물 흐리기처럼 보일 수 있음도 알고 있습니다. 한편 모든 평가자가 이런 전략적 구성에 동의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분은 오히려 과도한 전략적 편집을 경계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에.
하지만 저는 오랜 시간 함께해 온 멘티들이 더 큰 도전 앞에 섰을 때, 결국 고수형과 초고수형 전략을 향하게끔 설명할 수밖에 없었던 사례를 숱하게 보아왔습니다. 도대체 (이 완성도 높은) 포트폴리오의 다음이란 게 대체 뭘까를 궁금해 해 왔을 유능한 이들에게 답변이 되길 바라며.
전형을 떠나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명확한 자기 서사입니다. 이 전략은 요행을 부리기 위한 편법이 아닙니다. 오히려 전형에 맞춰 정보 구조를 재설계할 수 있는 UX 디자이너의 실력을 보여주는 기회입니다.
슬며시 미소 지으며 전략에 전략으로 맞받아칠 수 있다면, 3장이 오히려 여러분을 돋보이게 해 줄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요약 포트폴리오를 하나의 UX 결과물로 생각하고 접근해 보시길 바랍니다. 멘티님의 성장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질문이 더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이어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