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UX QNA

28살 첫 취준생, 지금 무엇부터 시작해야 좋을까요?

by UX민수 ㅡ 변민수
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지방 국립대 인문계열을 졸업한 뒤, 다양한 직무를 탐색하다가 28살이 된 지금에서야 본격적으로 첫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취준생입니다. 졸업 후 바로 취업하지 못한 건 제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확신이 없어서였고, 여러 경험을 쌓으면서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만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최근 들어 서비스 기획이나 콘텐츠 운영 쪽으로 관심이 생기면서 이 분야로 커리어를 쌓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결정을 너무 늦게 내린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에요. 주변 친구들은 이미 사회생활을 몇 년씩 하고는 있는데 저는 이력서 한 장에도 쓸만한 직무경험이 거의 없습니다. 물론 그동안 소소하게 운영하던 블로그, 온라인 스토어, 서포터즈 활동 같은 게 있긴 하지만 이게 정말 도움이 되는 건지도 모르겠고요…

멘토님, 지금 이 시점에서 제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스펙을 쌓는 게 우선인지, 포트폴리오처럼 보여줄 무언가를 만드는 게 중요한지, 아니면 인턴부터라도 무조건 경험을 시작하는 게 맞는 건지 정말 헷갈립니다. 특히 나이와 공백기 때문에 불리하지 않을까 걱정이 많아요… 멘토님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시작 시점에 대한 불안 해소


28살에 진로를 확정하고 첫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씀에, 저는 반가움과 함께 위로의 마음도 전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저 역시 서른에 첫 취업을 시작했던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28살에도 별생각 없이 방황하고 있었던 제 경험을 돌이켜보면, 오히려 멘티님은 저보다 이른 시점에 방향을 잡으셨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이야기를 굳이 드리는 이유는, ‘내가 너무 늦은 건 아닐까’라는 불안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지셨으면 해서입니다. 누구보다 빠르게 뛸 필요는 없고, 제 타이밍에 맞춰 중심을 잡고 움직이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지금부터 경험으로 확인해 가시면 됩니다.


지금 멘티님이 가지신 문제의식은 매우 건강한 고민입니다. 진로가 늦게 정해진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동안의 탐색은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여러 시도를 통해 ‘이건 아니다’라는 결론을 명확히 내렸다는 점이 앞으로의 커리어 방향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줄 자산이 됩니다.



절박함이 주는 강력한 추진력


취업 준비에 있어 가장 강력한 무기는 사실 스펙이 아니라 ‘절박함’입니다. 이 절박함은 단순한 조급함과는 다릅니다. ‘이 분야에서 나를 증명해보고 싶다’, ‘늦은 만큼 더 확실하게 기회를 붙잡고 싶다’는 마음에서 오는 절실함은, 준비의 밀도를 높이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됩니다.


실제로 저는 이 절박함 덕분에 닥치는 대로 학업, 포트폴리오, 네트워크, 실무 경험을 병행할 수 있었고, 그러한 경험들이 하나하나 쌓이며 지금의 커리어를 만들어 낸 것 같습니다. 쓸데없는 겁을 없앤 계기였죠. 이게 무기인 이유는 간단합니다. 억지로 가지라고 해서 가져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글을 적고 있는 강남역 바로 인근에서 혼술로 신세한탄을 해가며, 하늘에서 썩은 동아줄이 내려와도 한 번 잡고 날아올라보고 싶단 생각을 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때는 서른 하나였는데, 지금 이런 삶을 살고 있는지를 과거에 저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아요. 왜냐하면, 그럼 저는 아마 절박해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스펙이 부족하다는 불안감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불안 속에서 무엇을 먼저 해보느냐입니다. 작은 실무 경험 하나, 제대로 정리된 포트폴리오 하나, 누군가를 설득할 수 있는 스토리 하나가 결국 모든 걸 바꿉니다.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시작을 미루기보다는, ‘작더라도 내가 주도한 프로젝트’를 지금부터 하나씩 만들어나가는 것이 절박함을 실행력으로 바꾸는 방법입니다.



경력 공백에 대한 전략적 접근


공백기와 나이는 서류상으로는 분명 신경 쓰이는 항목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절대적인 결격 사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기업이 보는 건 단순한 ‘경험 유무’가 아니라,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무엇을 고민하고 준비했는지의 맥락과 서사입니다. 예를 들어 블로그 운영, 온라인 스토어, 서포터즈 활동 등은 표면적으로 소소한 경험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를 어떻게 말하고 구성하느냐에 따라 ‘주도적 문제 해결 경험’으로 탈바꿈될 수 있습니다. 설령 진짜로 한 게 없어도 앞으로가 중요합니다. 과거를 어떻게 바꾸나요?


단순히 ‘했던 일’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활동을 통해 내가 무엇을 배우고 어떤 가치관을 형성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풀어내야 합니다. 이력서에는 드러나지 않더라도 면접이나 포트폴리오에서 그 스토리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숨긴다고 감춰지지 않습니다. 특히 서비스 기획, 콘텐츠 운영 직무는 사고력과 실행력, 그리고 사용자의 관점을 얼마나 고려하는지가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에, 블로그나 온라인 운영 경험이 이 맥락에서 매우 유의미한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실행 기반 포트폴리오의 중요성


포트폴리오라고 해서 반드시 결과물이 화려하고 툴을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부담은 가지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히려 중요한 건 ‘내가 어떤 문제를 발견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해결했는지’에 대한 논리적 구조와 스토리입니다. 그걸 잘 정리하면 엑셀, 파워포인트, 문서 기반의 결과물도 충분히 강력한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실무에서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어느 정도 도구를 다룰 순 있어야겠죠. 여기까지에요.


서비스 기획이나 콘텐츠 운영 분야에서는 Figma 등 툴을 활용한 프로토타입 구성이나 간단한 사용자 흐름도 정도만 있어도 실무 감각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이라도 관심 있는 서비스나 제품을 하나 선정해서 개선 아이디어를 정리해 보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기능 개선안을 구성해 보며 기획자로서의 사고방식과 실행 의지를 동시에 보여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서비스 기획과 콘텐츠 운영이라는 일을 손에 잡히게끔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전체상이 아닌 부분을 확대해서 전부처럼 설명하는 오류를 범하곤 합니다. 특히 서비스 기획은 매우 방대한 영역이 특징이기에 설명을 위해 줄인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중에서 내가 원하는 게 뭔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방향 설정은 필요합니다.



진짜 실무는 경험해 봐야 보이는 것


경우에 따라서 UI 설계가 핵심일 수도, 돈과 관련된 비용 설계가 핵심일 수도 있는 등 다양합니다. 이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그래서 일을 해봐야 합니다. 뭐라도요.


아무리 준비가 철저해도 실무의 결은 현장에서 직접 경험해 보기 전까지는 결코 체감되지 않습니다. UX든 콘텐츠든 실제로 조직 내에서 어떤 방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어떤 역량이 중요한지를 감으로 익히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저 역시 석사 시절 산학 프로젝트로 실무 감각을 익혔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입사 후에는 또 다른 차원의 현실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훈련소와 전쟁터는 갭이 매우 큰 환경입니다. 실무를 잘하고 싶다면, 표현이 좀 그렇긴 하지만 전쟁광이 되어야 합니다. 최고참 훈련병, 물론 필요한 존재지만 그렇게 되었다고 해서 전쟁 배테랑의 눈에 동료로 보이진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는 ‘작은 회사라도 일단 들어가서 3개월만 일해보자’는 식의 가벼운 시작이 오히려 전략적으로 유리할 수 있습니다. 뽑아주는 곳에서 그냥 일을 해보는 것입니다. 커리어는 유화 같아서 잘못 그렸으면 덧칠하면 됩니다. 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만두면 되는 것이고, 맞다면 계속 이어가면 됩니다. 중요한 건 현장에서의 감각을 익히고, 그걸 토대로 나의 다음 단계를 명확히 판단하는 것입니다.




스펙이든 나이든, 비교의 늪에 빠지기 시작하면 그 끝은 없습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지, 그리고 그 의지를 어떤 형태로 증명할 것인지입니다. 늦게 시작했다고 해서 실패한 것이 아니고, 빠르게 움직인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서른에 첫 취업을 했습니다. 그 시점에서 제가 바꿀 수 있었던 건 나이도, 학력도, 스펙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절박함’ 하나는 확실히 있었습니다. 그 절박함이 방향을 고민하게 했고, 실행을 이끌었으며, 결과적으로 커리어를 만들어냈습니다.


멘티님도 지금부터 차근차근 실무 감각을 익히고, 작은 프로젝트 하나씩 해보며 실행 중심의 준비를 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러다 보면 공백도, 나이도, 불안도 점차 사라지고 어느새 경력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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