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적응보다 중요한 ‘나’의 회복 전략
안녕하세요 멘토님. 저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에이전시에서 4년간 GUI 위주의 업무를 했던 30대 초반입니다.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3년간 경력이 단절된 상태인데, 최근 다시 UX 커리어를 이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하지만 워낙 빠르게 변화하는 업계이다 보니, 이전에 쓰던 툴이나 방식은 이미 낡아있고, 요즘은 Figma 등 협업 중심의 워크플로우가 주류라는 걸 보며 막막함을 많이 느껴요. 또한 경력직으로 보기에는 공백이 길고, 신입으로 지원하자니 나이에서 오는 눈치도 느껴집니다.
멘토님, 이런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어떤 식으로 경력을 다시 설계하면 좋을까요? 단순히 ‘포트폴리오를 업데이트한다’ 외에 실무에 복귀하기 위해 꼭 갖춰야 할 역량이나 채용 트렌드가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랜만의 도전이라 두렵기도 하지만, 멘토님의 글을 읽으며 다시 용기를 내보려 합니다. 조언 부탁드릴게요!
➥ UX로의 복귀와 커리어 전환을 고민하시는 멘티님의 진심이 잘 전달되었습니다. 특히 시각디자인 기반의 GUI 경험을 가지고 계시기에, 새로운 UX 환경에 다시 진입하는 것이 단순한 재취업을 넘어서 커리어 재설계에 가깝다는 점에 공감이 갔습니다.
저는 이번 답변을 두 가지 중심축으로 구성해 보았습니다. 하나는 GUI에서 UX로의 전환을 실질적으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다른 하나는 심리적인 부담과 경력 단절에 대한 감정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4년의 GUI 경력을 바탕으로 UX로 전환을 준비하신다면,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기존 경험의 관점 재해석입니다. 과거에 하셨던 GUI 작업들이 단순히 '보기에 예쁜 디자인'을 만드는 데 그쳤다고 느끼실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사용자의 행동, 환경, 기대와 맞닿아 있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를 지금의 UX 문법으로 다시 설명할 수 있다면, 그것은 새로운 커리어의 출발점이 됩니다. 날조가 아니라 해석, 이게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화면 레이아웃을 구성할 때 사용자의 시선 흐름을 고려했다면 이는 ‘정보 설계’입니다. 버튼 크기나 간격을 고민했다면 이는 ‘터치 영역에 대한 인터랙션 고려’입니다. 이처럼 GUI 프로젝트 하나하나를 ‘UX적으로 다시 해석’하고 그 과정을 포트폴리오에 담아낸다면, 멘티님의 경력은 단절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UX로의 연장선’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물론 제한적이겠지만, 티끌 모아 태산입니다.
그리고 툴이나 프로세스는 오히려 작은 허들입니다. Figma, FigJam 등 최근 주류 툴은 UI를 하셨던 분들이라면 감각적으로 익히기 어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사용자 중심의 문제 정의와 그에 대한 해결 방안의 설계 능력입니다. 멘티님께서 이전 프로젝트에서 느꼈던 아쉬움이나 한계가 있었다면, 지금은 그것을 UX적 사고로 풀어볼 기회로 삼아 보세요. 새로운 툴을 익히기보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더 중요합니다.
3년의 공백은 단지 경력 단절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 시간 동안 산업도 변했고, 일하는 방식도 바뀌었으며, 멘티님의 삶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셨죠. 이 시기에 다시 커리어를 이어간다는 것은, 단순한 복직이 아니라 삶의 구조를 다시 짜는 일입니다.
특히 육아와 병행하게 되는 일상 속에서 가장 먼저 닥치는 과제는 ‘내가 예전처럼 일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시기를 공백이 아닌 전환의 시간으로 바라보는 것이 훨씬 건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일하는 방식이 바뀌었고, 협업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에 과거의 기준으로 나를 잣대 삼는 것은 멘티님 스스로에게 불공정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 적응’보다도 ‘자기 회복’입니다. 업무의 변화보다 삶의 변화가 더 크기 때문에, 스스로의 일상 루틴을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하루 중 가장 집중이 잘 되는 시간은 언제인지, 회복이 필요한 시간대는 어떤지, 가족과의 루틴은 어떻게 배치할지 등을 복귀 이전에 설계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 통해 ‘일’이 삶을 침범하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만드는 기반이 마련됩니다. 물론 어렵고 때론 가족의 도움도 필요할 테죠.
현실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멘티님께 적합한 커리어 재진입 방식은 ‘경력직’ 타이틀보다는 프로젝트 기반의 단기 계약직, 프리랜서, 에이전시와의 협업 등의 유연한 경로일 수 있습니다. 나이와 공백이 부담이 되는 구조화된 채용 방식보다는, 결과로 어필할 수 있는 실무형 기회에 먼저 닿는 전략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돌아가는 느낌이 불편하고 불안감을 증폭시킬 수도 있겠지만, 느려도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음을 자각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반드시 ‘조력자’를 확보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과거의 동료, 커뮤니티의 선배, 같은 전환기를 겪은 사람들과의 대화는 실무 트렌드를 확인하는 데에도, 감정적 지지를 받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지려 하지 마시고, 경험자들의 시선을 통해 현재 환경을 간접적으로 시뮬레이션해 보세요. 이때의 정보는 어떤 기사나 뉴스보다 현실적이고 유용합니다.
나아가서 기회가 된다면 멘토링을 통해 아낌없이 여러 사람과 만나보세요. 지금은 업계와 멀어졌다는 것이 단점으로만 보이시겠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정보를 편견 없이 바라볼 기회를 얻으신 것이기도 합니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으면서 자신의 새로운 신념을 새롭게 세워 보세요. 불안할수록 원하는 정보만 듣고 싶은 충동이 큽니다. 이럴 때일수록 귀를 열고 여러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불편해도 그러다 보면 내 중심이란 게 생길 겁니다.
그리고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구성할 때는 기존 GUI 경험을 UX 관점으로 재해석한 사례와, 복귀 이후 작은 사이드 프로젝트라도 좋으니 현재의 실무 적응력을 보여주는 내용을 병행해 구성해 보세요. 작은 변화이지만, 채용 담당자 입장에서 볼 때 이 조합은 ‘예전 사람’이 아니라 ‘지금의 실무를 알고 있는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멘티님은 지금 '복귀'라는 키워드로 질문을 주셨지만, 제가 보기엔 그것은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GUI에서 UX로의 이동은 단순한 업무의 변화가 아니라, 자신의 문제 해결 방식과 사고 체계를 다시 구성하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멘티님이 가졌던 ‘사용자 입장에서 고민하는 감각’은 분명히 큰 자산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또한, 육아를 병행하며 복귀를 준비하는 경험은 멘티님을 더 넓은 시야와 유연한 사고를 가진 UXer로 성장시켜 줄 것입니다. 이 시기가 단순한 재도전이 아니라, 삶과 커리어의 균형을 새롭게 맞추는 ‘진짜 성장의 시기’가 될 수 있도록 응원합니다.
불안은 당연한 감정입니다. 하지만 멘티님은 이미 중요한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GUI 중심의 경력을 UX로 확장하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지만, 그만큼 더 넓은 관점과 다양한 문제 해결력을 갖춘 디자이너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실무 역량은 금세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삶과 나를 잘 설계하는 힘입니다.
필요하다면 언제든 추가로 이야기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멘티님의 도전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