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utput Only
누구나 한 번쯤은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요리를 보고 군침을 삼킨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접시에 담긴 것이 알고 보니 볼트, 전선, 플라스틱 조각이었다면 어떨까? 접시는 흠잡을 데 없이 정갈하고, 소스처럼 보이는 액체도 그럴싸하지만, 정작 한 입도 먹을 수 없다면—그건 더 이상 요리가 아니다. 그저 착시다.
UX 포트폴리오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럴듯해 보이는 결과물이 UX 측면에서 그다지 설득력이 없을 때, 우리는 그걸 결과물이 아니라 ‘모형 음식’이라 부른 들 할 말이 없을 것이다.
UX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마주치는 난관은, ‘디자인’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느냐에 대한 집요한 질문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지금껏 디자인(?)을 공부해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멋진 결과물을 만드는 데 익숙할 것이다. 예쁘고 감각적인 것, 디테일에 공들인 시안, 트렌디한 UI—이런 것들이 모든 핵심이라 여겨져 왔을터.
그렇다면 UX 포트폴리오에서 보여줘야 할 ‘디자인’도 이와 같은 걸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우리는 '디자인'을 두 가지 방향성으로 나누어 볼 필요가 있다. 구분을 위해 다음과 같이 표기를 하고자 한다.
하나는 디자인(d). 감각과 표현 중심이다. 시각적 완성도, 스타일, 트렌드, 감성적 분위기 등 ‘보이는 아름다움’에 집중한다.
다른 하나는 디자인(D). 문제 해결과 구조 중심이다. 사용자의 니즈, 맥락, 정보 구조, 서비스 전략 등 ‘보이지 이면의 이유’를 설계하는 데 초점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어느 쪽이 더 낫다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디자인(d)은 감각을 입증하는 방식으로서, UI 혹은 비주얼 디자이너 전형에서는 필수적이다. 하나 대조적으로 디자인(D)은 논리와 구조를 설계하는 방식으로써, UX 기획자나 전략 설계 전형에서 결정적인 무기가 된다. 때론 그 표현 언어가 완전히 구분되는 다른 분야로써 표현될 정도다.
즉, 전형이 요구하는 ‘룰’에 따라, 내가 어떤 디자인(d or D) 언어로 말해야 하는가가 그때마다 달라지는 것이 핵심이다. 문제는 이 두 분야 아닌 분야를 전혀 구분하지 않고 뭉개서 바라보는 데서 발생한다. 주위를 한 번 둘러보라. 수많은 블로그와 기사 등에서 이 광포괄적 용어를 얼마나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언어영역 시험문제감이다.
이를 요리 자격증 시험에 비유해 보자. 진간장과 국간장은 한국 요리에 사용되는 간장 종류로, 맛과 용도에서 차이가 있다. 당신은 국을 만드는 시험을 보러 갔다. 그런데 ‘진간장’을 들고 갔다. 맛은 낼 수 있다. 하지만 국간장이 아닌 이상, 채점자는 이미 감점을 시작한다. 간장의 문제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요리의 목적과 맥락, 전형의 기준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명백한 신호로 볼 수밖에 없다.
UX 포트폴리오도 이와 똑같다. 비주얼 포트폴리오처럼 예쁘고 감각적인 결과물을 나열했지만, 전형이 묻고자 하는 건 사용자의 맥락을 어떻게 해석했고, 어떤 판단을 통해 이 결정을 했느냐였다면? 그 순간부터 그 UX 포트폴리오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다른 시험답안을 제출한 셈이나 다름없게 된다.
명심해야 할 것은 이 무대에서 무조건적 오답이란 없다는 것이다. 그저 맥락에 부합하지 않았을 때 비로소 틀린 답이 돼버린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준비해야 하는데, 대다수 이를 간과한 채 얄팍한 꿀팁에 의존하는 행태를 보인다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경쟁력의 요체는 포지션과의 ‘적합성’에 크게 놓여 있는 셈이다.
UX 포트폴리오에는 수많은 다채로움이 존재 가능하다. 분야가 방대한 만큼 다양한 해석과 다양한 형식이 허용된다. 그러나 이 ‘다양성’은 무질서가 아닌, 기준 안에서의 유연함이어야만 한다. 따라서 그 다양성 안에서 내가 조준한 전형의 기준과 문법에 맞는 서사를 풀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잘 만든 결과라도, 평가자는 "이건 우리가 요청한 게 아닌데요"라고 반응할 뿐이다.
종합적으로, 전체를 쉬이 일갈하긴 힘들겠지만, UX 포트폴리오란 대체로 디자인(D)을 보다 더 지향한다. 여기에 얼마큼의 디자인(d) 역량을 전형이 원하는지에 따라서 마치 요리의 간을 맞추듯 조절해 가는 편이 적절한 대응법이다.
UX는 ‘사용자 경험’이라는 과정 중심의 철학이다. 그런데 결과만 보여주겠다는 건 그 모든 과정의 생략을 의미한다. 특히 드리블(Dribbble), 비헨스(Behance)처럼 시각적 쇼케이스 중심의 포맷에 익숙한 디자이너(d)들이 이 함정에 빠지기 쉽다. 예쁜 결과, 완성된 UI, 화려한 시안… 그런데 그게 UX 포트폴리오일까? 디자인(d) 포트폴리오는 될 수 있겠지만 결코 UX 포트폴리오로는 보기 힘들다. 특히나 UX 리서치 포지션을 겨냥한다면 무조건적 잘못으로 풀이해도 무방한 실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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