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모를 몸짓들
우리는 어떤 존재를 정확히 부르기 전에도, 이미 그것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던 때가 있었다. 이름은 붙여지기 전에도 작동했고, 정체는 규정되기 전에도 감각되었다. 사람들은 그것이 뭔지 모른 채 손을 뻗었고, 눌렀고, 응답을 기다렸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분명히 존재했다. 다만 누구도 거기에 ‘UX’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 뿐이다.
그때의 기술은 어색했고, 화면은 무심했고, 사용자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에 가까웠다. 컴퓨터는 기계였고, 기계는 명령을 받아야 움직였고, 명령은 텍스트로 입력되어야 했다. 우리가 기억하는 첫 인터페이스는 그런 모습이었다. 명령줄을 타이핑하며 조심스레 기계를 다뤘던 시대. ‘CLI(Command Line Interface)’, 혹은 ‘씨엘아이’라고 불리는 그 시절의 인터페이스는 인간을 기준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인간이 시스템에 맞춰야 했다. 그저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겼을 뿐, 아무도 ‘불편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직, 사용자라는 개념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했다. 무언가 어긋난 듯한 감각. 같은 명령어를 쳤는데 어떤 날은 되고, 어떤 날은 되지 않았고, 고작 한 글자 틀렸을 뿐인데 결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사람들은 이 불확실성을 ‘실력 부족’으로 받아들였지만, 어쩌면 그것은 시스템이 인간을 잘못 이해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렴풋이 느껴지던 불만과 당혹, 그리고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라는 기분. 그 몸짓들은 지금 돌이켜보면 하나의 징후였다. 언어가 아닌, 직관으로 남은 불편함. 그것이 UX의 씨앗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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