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꿈을 일상으로 만들어준 너에게
브런치, 안녕.
이렇게 편지를 쓰는 건 처음이지? 보통은 네가 내 글을 받아주고, 그 글이 독자들에게 닿는 과정을 지켜봤는데, 오늘은 그 모든 고마움을 네게 직접 전하고 싶어!
처음 너를 만났을 때, 나는 글을 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어. 내 안에는 하고 싶은 말이 가득했지만, 어디에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몰랐지. 그러던 나에게 너는 “여기 앉아도 돼” 하고 내게 순백의 의자를 내어주었어. 꾸밈없는 공간, 정갈한 화면, 오직 나의 문장만으로 채워갈 수 있는 빈 종이. 그 순간 나는 비로소 글을 쓸 수 있다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어.
너는 언제나 나를 기다려주었지. 내가 글을 잘 쓰든 못 쓰든, 길게 쓰든 짧게 쓰든 상관없이. 그저 네가 마련해 둔 자리에 와서 앉으면, 나의 생각은 글이 되었고 손짓은 기록이 되었어. 그러다 보니 어느새 글쓰기가 나의 일상이 되었고, 일상이 글이 되는 삶으로 변했지. 그건 정말 네 덕분이야!
때로는 글 쓰는 행위를 멈추고 싶을 때도 있었어. 아무도 읽지 않으면 어떡하나, 이런 글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회의가 찾아올 때도 있었지. 하지만 네가 조용히 건네준 독자의 발자국—조회수, 공감, 짧은 댓글 하나—는 나를 다시 일어나게 했어. “봐주는 사람이 있어. 너의 글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 그렇게 네가 속삭여주었기에, 나는 다시 키보드를 어루만질 수 있었어.
돌이켜보면, 네 곁에서 나는 ‘UXer’라는 직업적 정체성 너머로 또 다른 성장을 할 수 있었어. 글을 통해 나를 새롭게 발견하고, 다른 세대와 대화하며, 상상 속 세계를 만들어내기도 했지. 나는 나조차 몰랐던 나를, 네 앞에서 글로 고백하며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던 거야. 덕분에 나는 더 이상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어. 그 차이는 작지만, 내게는 인생을 바꿀 만큼 크고 소중해.
이제 너는 열 살이 되었구나. 십 년 동안 얼마나 많은 이들의 꿈을 받아 안았을까. 작가를 꿈꾸던 수많은 사람들이 너의 품에서 글을 쓰고, 그 글로 세상과 연결되었겠지. 나 또한 그중 한 명이야. 그리고 그 사실이 나를 참 따뜻하게 만들어. 내가 혼자가 아니었음을, 너와 함께였음을 알기 때문에.
앞으로 나는 여전히 너에게 글을 전하고 싶어. 아직 쓰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고, 다듬지 못한 문장들도 많아. 언젠가는 그 글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되기를, 누군가의 삶 속에 오래 남기를 꿈꿔. 그 꿈의 출발점에 늘 네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을 거야.
브런치, 고마워. 매일매일 흔들리던 나를 글 앞에 앉게 해 주어서. 작가의 꿈을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손끝에서 시작할 수 있는 일상으로 만들어줘서. 앞으로도 부디, 많은 이들의 꿈을 지켜주는 그런 든든한 친구로 오래 남아주길 바란다.
늘 네 곁에서,
한 명의 작가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