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를 버려야 커리어가 무르익는다
전문가란 누구인가. 우리는 흔히 특정 분야에서 이름을 떨친 사람, 오랜 경력을 쌓은 사람, 자격증과 이력을 화려하게 늘어놓은 사람을 떠올린다. 그러나 덴마크의 물리학자 닐스 보어(Niels Bohr)는 정반대의 정의를 내렸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전문가란 아주 좁은 분야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실수를
이미 저질러본 사람이다.
짧지만 강렬한 이 말에는 커리어의 진실이 숨어 있다.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오래 버티는 것이 아니다. 모든 실패를 통과한 자만이 비로소 남는다. 수많은 망가짐의 기록, 부서지고 부딪힌 흔적이 한 사람의 내공을 빚어낸다. 그렇다면 문제는 드러난다. 오늘날 취업 준비생들이 외치는 “실속”이라는 단어가, 사실은 전문가의 길을 정반대로 가리키고 있다는 것이다.
취업 시장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단어 중 하나는 “가성비”다. 적은 비용으로 많은 성과를, 짧은 시간에 최대의 효율을, 안전하게 확실한 결과를 얻는 것. 이는 상품을 고를 때 유용한 태도일 수 있다. 하지만 커리어는 상품이 아니다. 효율적인 장바구니에 담아 가는 것이 아니라, 몸을 던져야만 얻을 수 있는 생애의 경험치다.
가성비를 따지는 순간, 우리는 커리어를 소비재로 취급하게 된다. 값싸고 빠른 학원, 단기간에 끝내는 자격증, 눈에 띄는 스펙만 챙기려는 조급함. 그러나 이런 ‘실속’의 논리는 방부제에 가깝다. 방부제가 음식이 상하는 것을 늦추듯, 실속은 커리어가 무르익는 속도를 늦춘다. 겉보기에 신선한 듯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익지 못한 생과일이 그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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