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서의 디자인 의미는 디자인(d)과 디자인(D)으로 나누기보단 일반적인 막연한 디자인 분야 전반
90년대 후반, ‘사용자 경험’이라는 이름을 얻은 이 개념은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 시절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채택한 직함을 보면, ‘UX 디자이너’라는 표현 보다는 인터페이스 설계자(Interface Architect), ‘사용자 인터페이스 전문가(User Interface Specialist)’ 같은 호칭이 흔히 쓰였다. 여기서 중요한 건 ‘경험(Experience)’이란 말이 아직 충분히 신뢰받는 개념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배경에는 시대적 요인이 있었다. 90년대는 PC 보급이 급속히 늘어나고,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95와 맥OS 같은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가 일반 가정에까지 확산되던 시기였다. 이제 더 이상 컴퓨터는 전문가만의 도구가 아니라, 일반인의 일상으로 스며드는 기계가 되었다. 문제는, 화면과 버튼을 어떻게 설계해야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쓸 수 있느냐였다. 인터페이스는 단순히 기술의 부속물이 아니라, 제품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이 문제를 다루던 사람들은 대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심리학자였지, 기존의 디자이너(d) 부류는 아니었다.
따라서 UX라는 개념은 막 태어난 신생아처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방황했다. 공학은 UX를 실험 데이터와 코드의 관점에서만 바라봤고, 심리학은 인간 행동의 설명에 치중했으며, 디자인은 여전히 미학과 조형의 세계에 머물러 있었다. 이 세 영역을 동시에 다루어야만 성립하는 개념이었지만, 정작 누구의 소속으로 두어야 할지 명확하지 않았던 것이다. “인터페이스 설계자”라는 어려운 호칭은 어쩌면 그 혼란의 산물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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