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디자이너인데, 하는 일은 건축가였다
90년대 중반, 인터넷이 보급되고 디지털 환경이 급변하면서 새로운 역할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제품도 아니고, 그래픽도 아니며, 순수한 프로그래밍도 아닌, 그 어딘가에 있는 역할. 화면의 구성 요소를 설계하고, 정보의 흐름을 구조화하며, 사용자가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짚어주는 사람들. 우리는 그들을 무엇이라 불러야 했을까? 그 시절, 디지털 프로덕트의 ‘형태 없는 건축’을 담당하던 이들에게 처음으로 붙여진 호칭 중 하나가 바로 “인터페이스 아키텍트(Interface Architect)”였다.
이 호칭은 단순한 직무 설명을 넘어서, 당시의 인식과 역할 기대치를 잘 보여준다. ‘디자이너(d)’보다는 ‘설계자’, 혹은 ‘구조가’를 떠올리게 하는 이 단어는, 디지털 공간을 하나의 건축물처럼 설계한다는 메타포를 품고 있었다. 화면은 방이고, 버튼은 출입구이며, 링크는 복도고, 정보 구조는 건물의 뼈대였다. 사용자는 이 공간을 탐색하는 방문자였고, 디자이너(D)는 그 동선을 미리 고려해 공간을 구성하는 설계자였다. 리처드 솔 워먼(Richard Saul Wurman)이 제안한 정보 아키텍처 개념은 이러한 사고의 시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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