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만들다 vs. 쌓는다

결과주의 vs. 과정주의

by UX민수 ㅡ 변민수

이 글의 주제, 내 생각을 보려면 곧바로 뒷부분부터 봐도 무방하다.


현대 사회는 효율성과 속도를 중시하는 시대다. 우리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가능한 한 짧은 시간 내에 결과물을 만들어 내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결과주의'라고 부를 수 있다. 반면, 과정을 중시하며 오랜 시간을 들여 무언가를 천천히 쌓아가는 태도는 '과정주의'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철학적 태도는 우리의 삶, 업무, 그리고 사고방식 전반에 깊이 스며들어 있으며, 각기 다른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결과주의와 과정주의라는 두 관점을 탐구하며, 이들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조명하고자 한다.




결과주의: 빠르고 효율적인 '만들기'


결과주의는 목표 달성이 최우선 과제다. 결과를 빠르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동원하고, 최적의 경로를 찾아낸다. 이러한 태도는 특히 경쟁이 치열한 현대 사회에서 강력한 매력을 지닌다. 예를 들어, 기업 환경에서는 '스타트업 정신'이나 '혁신'을 강조하며, 신속한 제품 출시와 시장 점유율 확보를 목표로 삼는다. 개인적으로도 마찬가지다. 현대인들은 '시간은 금이다'라는 격언을 따르며, 최대한 많은 일을 짧은 시간 안에 해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결과주의의 두드러진 특징은 바로 '급함'이다.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시간적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많은 경우 충분한 고민보다는 즉각적인 행동이 중요해진다. 이 과정에서 '만듦새'보다 '만들어짐'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른다. 즉, 결과물이 얼마나 완성도가 높은 지보다 얼마나 빠르게 결과물을 내놓았는지가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는 '위태로움'을 수반하기도 한다. 빠르게 만들어진 결과물은 종종 예상치 못한 문제나 결함을 내포할 수 있으며, 이는 이후 더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에서는 '애자일(Agile)' 방법론이 널리 사용된다. 애자일 방식은 짧은 주기로 결과물을 출시하고,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반영해 가며 발전하는 과정을 강조한다. 이 방식은 종종 초기 설계 단계에서 중요한 부분을 간과하거나, 미완성된 기능이 시장에 먼저 출시되는 문제를 낳기도 한다. 이는 단점이라고는 볼 수 없다. 왜냐하면 그걸 의도해서 빠른 실행력을 얻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제품 개발의 과정이 뭔가 끊임없는 쳇바퀴질처럼 느껴질 수 있다.



과정주의: 느리지만 깊이 있는 '쌓기'


과정주의는 결과가 아닌 과정을 중시한다. 목표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목표가 아닌 과정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느림은 깊이를 의미하며, 장기적으로 더 안정적이고 견고한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쌓기'에 집중하는 과정주의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교훈을 준다. 첫째, 축적된 경험과 지식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쌓는 과정에서 얻는 교훈은 단순한 시행착오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활용 가능한 자산이 된다. 둘째, 과정 속에서 얻는 만족감이나 성취감은 결과만이 아닌, 그 과정 자체에서 비롯된다. 빠른 결과에만 집착할 경우, 우리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기쁨과 배움을 놓칠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 건축가가 건축물을 설계하고 건축하는 과정을 생각해 보자. 결과주의적 접근을 취한다면, 가장 효율적인 설계 방식과 빠르게 지을 수 있는 공법을 선택해 단기간에 건물을 완성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과정주의적 접근에서는 설계 단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아이디어를 다듬고, 건축 과정에서 엔지니어와 건축가들이 협업하며 지속적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킨다. 이는 시간이 더 걸릴지라도, 더 아름답고 튼튼한 건축물이 탄생할 가능성을 높인다.


또한 과정주의는 지속 가능성과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현대 사회는 환경 문제, 사회적 불평등 등의 복합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 급격한 성장보다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해야 하는 현대 사회에서, 과정주의적 태도는 매우 중요한 철학적 기반을 제공한다.



그래서 나의 생각은…


결론은 상호 보완적 관계?

만들다는 결과주의 vs. 쌓는다는 과정주의

결과주의와 과정주의는 대립적인 개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결과주의의 '빠른 실행력'은 혁신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며, 과정주의의 '깊이 있는 고민'은 장기적인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도모한다. 따라서 두 철학을 균형 있게 조화시키는 것이 이상적일 수 있다.


그런데 결국 상호 보완적이라는 내용으로 글을 쓸 거라면 차라리 안 쓰느니만 못할 것이다. 결과냐 과정이냐, 과정이냐 결과냐에 대한 내 생각은 사실 51:49로 과정에 기울어져 있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 그래도 거의 5:5이기에 나름 나눠서 설명을 해보면 '빨리 갈 거면 혼자서 가고, 멀리 갈 거면 같이 가라'라는 격언을 토대로 풀 수 있겠다.


취업 적용 1 — 빨리 갈 거면 결과를

시간이 중요하면 당연히 결과가 중요하다. 마음이 급한가? 그럼 어쩔 수 없다 결과부터 내라. 취업에서의 결과는 말 그대로 취업이다. 그런데 많이들 마음은 급한데 여러 과정을 거치려 한다. 그리고 취업은 혼자 하는 일이다. 속도가 여러모로 속도가 중요하다. 빨리 경력자로 전환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런데 왜들 준비에 여념이 없는지 모르겠다. 탄탄한 과정을 밟아 잘 준비된 사람이 되려 한다. 그리고 주어진 기회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 기회를 쉽게 놓거나 하찮게 생각하는 것도 같다. 기회는 말 그대로 기회인 것을, 빠른 결과를 낼 수 있게 거리와 시간이 단축된 상황을 좋아할 줄도 모른다.


취업 적용 2 — 멀리 갈 거면 과정에

멀리 갈 용이가 있고 여유가 있으면 굳이 속도에 여념 할 필요가 없다. 대신 매일매일 차곡차곡 쌓으면 된다. 첫술에 배부르지 않고 천리길도 한걸음부터임을 되새기며 묵묵히 행하면 그만이다. 운동이 그렇다. 하루하루의 행동이 큰 결과를 부르지 않지만, 그게 모여야만 의미 있는 결과를 낳는다. 바로 과정이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 이걸 알면 과정을 놓치는 게 싫을 수밖에 없다. 특히 속도전이 필요 없는 맥락이라면 더더욱. 취업도 그렇다. 당장 결판을 내야 하는 상황이 아니거나 그럴 수 없는 화두라면 속도를 낸들 다칠 뿐이다. 그럴 땐 숨 고르기를 해가며 천천히 가는 게 옳다. 커리어는 운동처럼 과정의 누적이 주는 선물이기 때문이다.




결과주의와 과정주의는 단순히 업무나 산업에 국한된 개념이 아니다. 이는 우리의 삶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철학이다. 현대 사회의 빠른 변화와 경쟁 속에서, 우리는 종종 결과에만 집중하며 자신을 채찍질하곤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우리는 중요한 교훈을 놓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방해받을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결과주의와 과정주의의 장점을 균형 있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 우리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느 정도의 속도를 유지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배우고, 성찰하며,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결국, '만듦새'보다는 '만들어짐'이라는 태도가 삶의 질을 높이고, 장기적인 성공에 기여할 수 있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결과주의가 우리에게 '목표'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면, 과정주의는 '과정' 속에서 얻는 '위태로움 속의 안정'을 제시한다. 두 철학의 조화로운 융합을 통해 우리는 더욱 균형 잡힌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우리는 만들고, 또 쌓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균형을 잃지 않도록 끊임없이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