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끝에서 다시 묻는 질문, 시니어 UXer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안녕하세요, 현재 스타트업에서 2년 차 UXer로 일하고 있는 32살 직장인입니다. 처음 입사할 때만 해도 모든 게 새롭고 배울 게 많아서 하루하루가 도전이었는데, 요즘은 제 성장 속도가 멈춘 것 같고 ‘앞으로 어떻게 커리어를 쌓아야 할지’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특히 요즘 들어 "시니어가 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자주 들어요. 시니어가 된다는 게 단순히 연차가 쌓인다는 뜻은 아닐 테고, ‘무엇을 잘하는 사람’이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품에 대한 이해? 사용자에 대한 통찰력? 아니면 조직에서의 리더십?
멘토님께서는 언제쯤 ‘아, 이제 나도 시니어가 되어가고 있구나’라는 걸 느끼셨는지, 그리고 그 시기를 준비하며 어떤 마인드셋이나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막연한 질문일 수도 있지만, 지금 이 고민이 제 커리어 방향을 정하는 데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아요.
➥ 스타트업에서 2년 차로 일하며 UX 실무 경험을 쌓아온 멘티님께서는 최근 성장의 정체를 느끼고 시니어 UXer로서의 의미와 그 준비 과정에 대해 고민하고 계신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단순히 연차로 정의되지 않는 ‘시니어’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시기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마인드셋과 역량은 무엇인지 제 생각을 조금 나눠보겠습니다.
시니어의 길은 하나가 아닙니다. 저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보고 싶습니다. 하나는 리더이면서 시니어, 또 하나는 리더는 아니지만 시니어인 경우입니다. 어떤 방향의 시니어를 꿈꾸느냐에 따라 준비해야 할 마인드와 역량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먼저 리더형 시니어를 목표로 한다면, 단순히 시니어가 되는 것이 여정의 끝이 아닙니다. 오히려 본격적인 중간 관리자로서의 단계가 시작되는 것이며, 향후 팀 리더나 조직의 방향성을 책임지는 자리까지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연차나 경험으로 되는 것이 아니며, 커뮤니케이션, 의사결정, 비즈니스 및 조직 운영에 대한 이해까지 요구됩니다. 따라서 이 길을 걷고자 한다면, 시니어는 그저 ‘업그레이드된 실무자’가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의 챕터가 시작되는 지점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결국은 취업의 확장판이자, 더 높은 책임과 시야가 요구되는 다음 레벨로의 진입이 되는 셈입니다.
반면 리더가 아닌 시니어를 목표로 한다면, 보다 다른 전략이 필요합니다. 흔히 말하는 ‘가늘고 길게 가는’ 커리어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나 요즘은 ‘AX(AI Transformation) 시대’라 불릴 만큼 기업들이 조직을 슬림하게 만들고, 효율 중심으로 개편하고 있어 시니어급 실무자에 대한 수요 자체가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즉, 이 방향을 선택할 경우엔 본인의 전문성과 실무 내공이 흔들리지 않아야 하며, 조직 내에서 꼭 필요한 ‘전문가형 인재’로 자리 잡아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저는 시니어의 개념을 단순히 연차나 직급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시니어란 결국 주니어를 이끌 수 있는 사람, 다시 말해 ‘리딩’이 가능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리딩은 단지 업무를 분배하거나 일을 시키는 수준의 리더십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짜 시니어란, 일이 안 될 것 같은 상황에서도 일이 되게 만드는 사람입니다. 예산이 부족하거나, 일정이 빠듯하거나, 인력 리소스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프로젝트를 추진력 있게 이끌어가는 역량이 핵심입니다. 그런 복잡한 현실 속에서 최선의 방향을 모색하고, 사람들의 불안을 잠재우며, 때로는 설득과 조율을 통해 전체를 움직이게 만드는 그 힘. 저는 이것이 시니어로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리딩 능력이라고 믿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리딩을 가능하게 만드는 덕목은 무엇일까요? 경험적으로 보자면, 상황 판단력, 의사결정의 명확성, 커뮤니케이션 능력, 감정 조율력, 그리고 책임감 있는 실행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이것이 단순히 프로젝트 관리의 영역이 아니라 UX 실무의 핵심에도 연결됩니다. 디지인(d/D)을 잘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이 ‘조직 안에서 실제로 구현되는 과정’을 만들어내는 사람이어야 비로소 시니어로 인정받습니다.
단순히 다 잘하는 이가 아니라, “그 사람만의 색깔”이 있는 시니어, 즉 내 강점이 뚜렷하고, 조직이나 동료들이 저를 떠올릴 때 특정한 신뢰감을 느끼게 만드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어떤 시니어는 사용자 중심적 사고로, 또 다른 시니어는 복잡한 데이터를 명확하게 풀어내는 힘으로, 또 어떤 이는 팀 내 소통과 중재 능력으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이처럼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에 머무르지 않고, ‘그 사람이라서 가능한 역할’로까지 나아가는 것이 시니어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시니어로 진입하는 이 시점은, 단순히 역할이 커지는 순간이 아닙니다. 저는 이것이 커리어 여정의 재정의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주어진 문제를 잘 풀어내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부터는 문제를 정의하고 방향을 제시하며, 때로는 문제를 새롭게 만들어내야 하는 입장이 됩니다.
그리고 이 변화는 자연스럽게 더 높은 책임을 수반하게 됩니다. 스타트업에서 시니어가 된다는 것은, 때로는 프로덕트의 방향성 자체에 영향력을 미친다는 뜻이고, 조직 내에서 후배들의 성장을 도와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더 큰 조직으로 옮기고 싶거나 더 복잡한 도메인을 다루고 싶다면, 지금의 시점에서 나의 커리어 아키텍처를 새롭게 구성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리더가 될 것인지, 전문성을 강화할 것인지, 혹은 장기적으로 창업이나 독립적인 컨설팅을 염두에 둘 것인지, 이 방향성에 따라 지금부터 쌓아야 할 경험과 인맥, 학습의 방향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자신만의 캐릭터를 가진 시니어가 되라는 것입니다. 이제는 뭐든 적당히 잘하는 사람은 너무 많고, 그들 사이에서 돋보이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시니어는 더욱 “이 사람이라서 가능한 무언가”가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내가 무엇을 가장 잘하는지, 어떤 순간에 가장 몰입하는지를 끊임없이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그 관찰을 토대로 프로젝트를 선택하고, 조직 내에서의 제 포지셔닝을 바꿔 나갔습니다. 단순히 직무 기술을 쌓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하나의 브랜드처럼 다듬는 작업이랄까요. 시니어란 결국, 자신의 무게감으로 주변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며, 그 무게감은 결국 캐릭터에서 나옵니다.
시니어 UXer가 된다는 것은 단순한 연차의 문제가 아니라, 리딩 가능한가, 나만의 캐릭터를 갖추었는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커리어를 확장하고 싶은가에 대한 복합적인 질문을 던지는 시기입니다. 지금 당신이 고민하고 있는 바로 그 질문들이, 이미 시니어의 문 앞에 도달했다는 증거입니다.
이제부터는 더 이상 외부 기준에 맞춰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기준을 만들고 주도적으로 커리어를 설계해 나가는 과정이 되어야 합니다. 그 여정을 시작하기에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입니다. 그리고 그 여정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빛나는 시니어가 되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