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있는 걸까?” 끝없는 의심 속에서 나를 다시 세우는 법
안녕하세요. 저는 1년 넘게 UXer를 목표로 취업 준비 중인 26살입니다. 작년부터 UX 관련 강의도 듣고 Figma 등 툴도 익히며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해 왔다고 생각했는데요, 요즘은 의욕도 떨어지고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나?’라는 회의감이 너무 커졌어요.
UX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도 늘 부족하게 느껴지고, 채용 공고를 봐도 ‘나는 안 될 것 같은데’라는 생각부터 들고요. 공부를 해도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고, 자소서도 손에 안 잡히고요. 번아웃이라는 게 이런 건가 싶더라고요…
멘토님도 혹시 UX 커리어나 취업 준비 과정에서 번아웃을 경험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만약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극복하셨는지, 마음을 다잡기 위해 했던 행동이나 생각의 전환 같은 게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진짜 이 길이 맞는지 혼란스러울 때, 중심을 다시 잡는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작은 위로라도 듣고 싶어요…!
➥ UXer를 준비 중인 4년 차 멘티님께서 최근 번아웃의 경험을 토로하시니 마음이 좋지 않네요. 열심히 준비해 왔지만 UX 포트폴리오나 공부가 늘 부족하게 느껴지고, 자존감도 떨어진 상태에서 의욕마저 상실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이런 번아웃을 저도 당연히 경험한 적이 있답니다. 이에 어떻게 극복했고 중심을 다시 잡는 방법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주셨습니다.
멘티님께서 말씀하신 “자소서도 손에 안 잡히고, 공부해도 머리에 안 들어온다”는 상태는 단순한 슬럼프라기보다 ‘번아웃’ 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정말 내가 번아웃인가?’를 먼저 분별하는 일입니다. 괜히 멘탈이 약한 탓이라고 스스로를 자책하다 보면, 정작 필요한 조치는 하지 못한 채 더 깊은 늪에 빠질 수 있습니다.
제가 번아웃을 겪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내가 왜 이렇게까지 아무것도 못하지?’라는 낯섦이었습니다. 어제까지 열정적이었던 내가 오늘은 아무 의욕도 없고, 그런 나를 보는 것도 불편한 거죠. 그런데 이 감정의 요지는 '의지가 약해진 것'이 아니라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라는 데 있습니다. 번아웃은 멘탈이 약해서 오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성실한 사람이 더 빨리, 더 깊게 겪기도 해요.
그래서 번아웃을 겪고 있다면 뭘 더 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우선 나에게 필요한 건 ‘회복’이라는 사실을 먼저 인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의지가 아니라 에너지가 문제이기 때문에, 마음이 아닌 몸이 힘든 상태일 수 있다는 걸 꼭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에너지가 고갈되었을 때 가장 힘든 건 사실 ‘불안’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회복에 좋다는 걸 알면서도, 막상 가만히 있자니 세상이 나만 두고 달리는 것 같은 불안에 견딜 수가 없어요. 이때 많은 분들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압박에 시달리는데,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럴수록 ‘그냥 좀 놀아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물론, 이 말이 조언처럼 들리기 어렵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 특히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논다’는 건 마치 도망치는 것처럼 느껴지기 쉬우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아웃은 결과적으로 ‘에너지 고갈로 인한 시스템 붕괴’이기 때문에, 다시 회복하려면 ‘에너지를 채우는 활동’이 필요합니다. 에너지는 단지 휴식에서만 오는 것이 아닙니다. 나에게 기꺼이 시간을 쓰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채워질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밤새 몰입한 경험이 있다면, 그 일이 내게 에너지를 공급해 준 활동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게 공부든, 그림 그리기든, 산책이든, 넷플릭스 정주행이든 중요하지 않아요. 그냥 한동안 그렇게 ‘기꺼이 시간을 보내도 되는 무언가’를 찾는 게 먼저입니다.
에너지를 회복하기 위한 핵심은 ‘나를 잘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이건 멘탈을 단련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의 내가 어디서 에너지를 잃었고, 무엇을 통해 다시 얻을 수 있는지를 인지하는 것입니다.
제가 번아웃 상태에서 빠져나왔던 방법 중 하나는 ‘작은 일이라도 내 감정을 움직이는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었어요. 예를 들어 좋아하는 영화를 다시 본다든지, 누군가와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눈다든지, 꼭 UX 관련이 아니더라도 나를 구성하고 있던 조각들을 하나씩 꺼내보며 시간을 보내는 식이었죠.
이런 활동은 다시금 나를 ‘정상화’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중요한 건 이 과정에서 ‘자기 효능감’을 조금씩 회복하는 거예요. 번아웃의 위험한 지점은 ‘내가 쓸모없다’는 감정으로 자신을 덮어버리는 데 있는데, 그 상태로는 어떤 것도 잘 풀리지 않습니다.
에너지가 부족하면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이 ‘관계’입니다. 사람을 만나는 게 부담스럽고, 대화가 피곤하고, 누군가에게 나의 상태를 드러내는 것도 꺼려지게 됩니다. 문제는 이 상태로 취업 준비를 이어가면 면접 같은 사회적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후 사회생활에서도 쉽게 지치게 됩니다.
그래서 에너지가 조금이라도 회복되었다면, 그다음에는 반드시 ‘외부 세계와의 연결’을 회복해야 합니다. 너무 거창한 게 아니라도 괜찮습니다. 간단한 네트워킹 행사에 가본다든지, 사이드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져본다든지, 또는 링크드인 같은 플랫폼에서 자기 근황을 조금씩 공유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내가 모든 기회를 알 수는 없지만, 세상에 내 존재를 드러내 놓으면 어떤 기회는 먼저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렇게 연결된 한 줄기가 생각보다 더 큰 기회를 낳기도 하고요. ‘완벽한 나’를 보여줘야만 외부에 나갈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회복 중인 나’를 드러내는 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UX 커리어를 준비하면서 번아웃을 겪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정형화된 코스웍이 없기에 오히려 열심히 준비한 사람일수록 더 쉽게 번아웃을 겪습니다. 그러니 지금의 상태를 ‘실패’로 받아들이지 마세요. 단지 ‘쉬어야 할 때’가 온 것뿐입니다.
회복은 절대 빠르게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멘티님이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조치는 ‘조급해하지 않으면서 나에게 에너지를 주는 일’을 찾고, 그걸 의도적으로 반복하는 것입니다. 물론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쌓을 수 있다면, 이제는 그걸 외부 세계와 연결해 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보세요.
이 과정이 곧 UXer로서의 성장과도 닮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용자에게 좋은 경험을 주려면, 그전에 나 자신이 나쁜 경험에서 벗어나야 하니까요. 조금 지쳐있는 지금, 나 자신이 가장 중요한 ‘사용자’라는 마음으로 다뤄주세요. 그러면 언젠가 UX 커리어의 한가운데서 ‘지금의 경험이 큰 자산이었다’고 말하게 되는 순간이 올 겁니다. 저는 그걸 믿고 응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