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의 시작점은 ‘운’보다 ‘방향’이다
첫 단추를 잘 끼운 것은 행운이지만,
잘못 끼웠다고 해서 불행한 것은 아니다.
나 역시도 과거에 ‘커리어의 시작’에 과도한 의미가 부여되는 현실을 겪은 바 있다. 그래서 그 생각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많은 이들이 첫 회사, 첫 프로젝트, 첫 타이틀을 결정적 운명처럼 여긴다. 하지만 UX라는 직무는 본질적으로 순환과 갱신의 직업이다.
처음부터 완벽히 설계할 수 있는 경험은 없다. 이건 커리어 역시 마찬가지다. 오히려 실수와 재설정, 그리고 방향 전환의 연속 속에서 진짜 감각이 생겨난다. 나는 첫 단추를 잘 끼우는 법보다, ‘잘못 끼웠을 때의 회복력’과 실패에 대한 묘한 자부심 같은 것을 갖길 권하고 싶었다. UXer는 완벽한 선택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잘못된 선택에서 의미를 읽어내는 사람이다.
닐스 보어가 말했다. 전문가는 매우 좁은 분야에서 가능한 모든 실수를 해 본 사람이라고. 그러니 첫 단추를 잘 꿰는 것은 어쩌면 역행일지도 모른다.
이제 와서 보면 ‘첫 단추’라는 표현 자체가 낡은 틀에 갇혀 있다. UX 커리어의 실제 모습은 단추를 하나씩 끼우는 직선이 아니라, 때로는 옷을 바꿔 입고, 재봉선을 새로 꿰매는 비선형 경로에 가깝다. 지금의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첫 단추를 잘 끼우는 법을 탐하기보다, 다른 옷도 자유롭게 입어볼 열린 마음을 가져라.
좋은 출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방향을 수정할 수 있는 통 큰 감각이다. UX의 세계에서 커리어란 ‘처음’이 아니라 ‘갱신’의 총합이다. UXer란 사실상 타이틀이 아닌 진화된 존재인 것이다. 그 감각을 잃지 않는 한, 틀린 단추란 커리어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알알이 다 경험이기 때문이다.
다음 화에서는 ‘두 번째 단추’를 끼우는 과정, 즉〈합격 필승맥락: 절묘한 직무 적합성〉을 이야기한다.
전문성과 개성이 공존해야 하는 그 미묘한 균형점—UXer에게 ‘선택받는 이유’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