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면 없이 지은 집, 그게 UX였다
UX라는 말이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사용자 경험'이라는 표현은 디자이너(d)에게는 너무 추상적이고, 개발자에게는 너무 감상적이며, 기획자에게는 너무 모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X라는 단어는 빠르게 퍼져나갔다. 왜일까? 그것은 기존의 어떤 역할도 감당하지 못했던 '틈'을 메우는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그 틈은 바로 '디자인(?)'의 경계에 있었다. 시각디자인은 아름다움을 만들고, 산업디자인은 물건의 형태를 다듬고, 인터페이스 디자인은 조작의 논리를 설계했다. 하지만 사용자의 여정 전체, 다시 말해 한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문제를 안고 제품을 만나고, 어떻게 해결되고, 무엇을 남기는가에 대한 흐름을 고민하는 역할은 명확하지 않았다. 그 경계를 메우기 위해 'UX'라는 말이 끼어들었다. 말하자면, UX는 디자인(d)이 다루지 않던 '디자인(d) 너머의 디자인(D)'이었다. (물론 이미 대문자 디자인은 세상에 존재했지만)
디자인(d)과 UX가 무언가 아직 어우러지기 이전 시절에는, 디자이너(d)가 만든 화면을 개발자가 구현하고, 사용성에 대한 문제는 사후적으로 보완하는 식의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용자의 기대, 감정, 환경까지 미리 고려해 전체 여정을 설계하는 것이 필수가 되었다. 이는 '형태'가 아닌 '경험'을 설계하는 사고방식이며, UX의 본령이다.
UX는 건축가의 설계도와 같다. 그것은 제품의 형태를 직접 만들지는 않지만, 그 구조와 흐름을 계획한다. 사용자가 무엇을 먼저 만나고, 어떤 행동을 하며,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방식으로 떠나는지를 설계하는 일이다. 이 과정에는 색이나 폰트, 버튼 모양 같은 시각적 요소가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그게 디자인(d)이냐?"고 묻는다.
하지만 이 단어의 어원을 살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라틴어 'designare(계획하다, 표시하다)'에서 유래한 이 용어는 본래 '설계하는 행위' 자체를 의미했다. 다시 말해, 외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구조와 의도를 짜는 일. 그런 의미에서 UX는 디자인(D) 그 자체였다. 오히려 시각디자인이나 제품디자인보다 더 본질적인 설계에 가까웠다.
게다가 오늘날 디지털 제품의 복잡성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하나의 앱은 수십 개의 흐름, 수백 개의 화면, 수천 개의 선택지를 품고 있다. 이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사용자의 길을 만드는 일이야말로 진짜 설계이고, UX 디자이너(D)는 그 길의 건축가다.
그럼에도 UX는 한동안 '디자이너(D)'라는 이름을 온전히 허락받지 못했다. 특히 시각디자인이 주류인 조직에서는 UXer가 PPT만 만들고, 조사나 인터뷰만 진행하는 사람으로 치부되곤 했다. 도면은 있지만 도면을 그림으로 옮기지 못하는 사람처럼. 말하자면 설계자는 맞지만, 디자이너(d)는 아니라는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이 구분은 점차 무의미해졌다. UX 즉, UX 디자인(D)은 더 이상 시각적인 것에만 국한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전체를 아우르는 단어가 되었기 때문이다. 애플, 구글, IDEO 같은 기업들이 '디자인 씽킹'이라는 이름으로 사용자 중심의 사고방식을 강조하면서, UX는 디자이너(D)로서의 정체성을 공고히 할 수 있었다. 이제는 화면을 그리지 않아도, 구조를 설계하는 사람은 당연히 디자이너(D)라 불린다.
특히 스타트업이나 애자일 조직 내에서는 제품 전반에 대한 이해와 통합적 사고를 갖춘 UX 디자이너(D)가 더욱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팀 간의 연결, 사용자의 맥락 이해, 빠른 프로토타이핑과 반복적 개선 등 UX는 더 이상 부차적인 업무가 아니었다. 중심이자 출발점이었다.
한편, 디자인(d) 전공자가 아닌 이들이 UX 디자이너(d/D)가 되면서 생기는 ‘디자인(d) 콤플렉스’ 역시 한동안 존재했다. 시각디자인 스킬을 갖추지 못한 이들이 “내가 진짜 디자이너(d/D) 일 수 있을까?”라는 불안을 안고 시작한 경우가 많았다. 동시에, 이 분야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신비화는 UX를 ‘디자인(d)처럼 보여야 하는 것’으로 잘못 왜곡시켰다.
이로 인해 UX의 본질적 작업보다는 피그마에서 더 멋진 모양새를 만드는 데 과도하게 집중하거나, 인터랙션 표현력보다 스타일을 우선시하는 경향도 존재했다. 여기에만 집중하는 멘토도 허다하다. 하지만 이는 UX의 철학과는 거리가 있는 접근이라고 봐야 옳다.
UX가 디자인(?)이냐는 질문은, 결국 디자인(?)이 무엇(d/D)이냐는 질문으로 돌아간다. 만약 디자인(D)이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적인 설계 행위'라면, UX는 명백히 디자인(D)이다. 다만 그 재료가 색채나 형태가 아니라, 흐름과 맥락, 감정과 시간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것일 뿐이다.
그리고 그 특성 때문에, UX는 종종 이런 '디자인(D)의 확장판'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실제로 UX는 기획, 개발,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협업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과정에서 '조율자', '해석자', '연결자'로서의 성격을 띠게 된다. 그것은 디자이너(D)이면서 동시에 작가이고 기획자이고 심리학자이며, 설계자이기도 한, 복합적인 존재다.
UX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그 역할은 하나의 직군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관점이 된다. 모든 팀원이 UX의 시선으로 문제를 보고, 고객의 여정을 이해하며, 감정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협력하는 팀. 그것이 UX의 최종 목표이며, 디자인(d/D)의 미래다.
그러니 어쩌면 이 질문은 틀렸다. UX는 디자인(?)인가, 아닌가? 그렇게 나누는 것 자체가 UX 답지 않다. UX는 경계 위에서 태어났고, 경계 너머를 바라본다. 디자인(?)의 언어로 말하지만, 사용자라는 타인의 경험을 빌려 말한다.
결국 UX는, 우리가 디자인(d)이라는 단어로는 미처 담지 못했던 어떤 감각을 위한 이름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UX는 디자인(?)이 아니라 말한다. 에이, 디자인(d) 뿐만이 아니란 것이겠지 설마… 아니, 디자인(d) 너머의 디자인(D)이다. 그래, UX는 개념적으로 분명 디자인(d/D)이다. 모든 것이 UX였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