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기 힘들게 자란 나무

현실의 UX 업계는 ‘기회보다 구조’가 더 어렵다

by UX민수 ㅡ 변민수

✴ 독자분들이 뽑은 문장


문제 정의에서 제일 중요한 건
'디자인 제약사항'을 파악하는 일이다.


✴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가


이 문장은 ‘취업 이후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쓴 것이다. 책을 쓸 당시, 많은 후배 UXer들이 취업 후에도 좌절했다. “이게 내가 꿈꾸던 UX가 맞나요?”라는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현실의 UX는 이상과 달랐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 역할의 완성은 무조건 취업을 돕기보단 현실도 보여주는 것이어야만 했다.


리서치는 생략되고, 일정은 부족하고, ‘사용자 중심’이라는 말은 슬로건으로만 남았다. 나는 그들에게 “그래도 포기하지 마라”라고 말하기보다, 그 구조 자체가 왜 그런 모양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UX 업계의 나무는 척박한 땅 위에서 자랐다. 디자인(d)과 개발, 비즈니스의 이해가 얽혀 가끔은 가지가 서로 부딪히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 나무를 ‘오르지 못할 나무’라 단정해선 곤란하다.



✴ 지금의 관점에서 다시 보기


지금의 나는 이 비유를 조금 다듬고 싶다. 많은 이들이 현실을 맛본 후 소위 말하는 현타를 겪는 것 같다. 당시에 이러한 우려로 여러 설명을 해주었다 한들 사실 그런 게 제대로 이해될 리가 있을까? 그렇지만 다음과 같이 이해했으면 좋겠다.


오르기 힘들게 자란 나무지, 오르지 말아야 할 나무가 아니다.


UX 업계는 여전히 변화 중이다. 프로세스가 엉성해 보이는 이유는, 그만큼 각 회사가 자기만의 경험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UXer가 해야 할 일은 완벽한 가지를 찾는 것이 아니라, 그 나무가 왜 그렇게 자랐는지 관찰하는 일이다. 그래야 이 문제 또한 해결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때로는 뿌리를 깊게 내리는 게 아니라, 빛을 따라 옆으로 자라야 할 때도 있다. 많은 이들이 잘못 가진 자세는 준비된 조직에서 고요하게 육성되길 원한다는 것이다. 미안하지만 그런 곳은 없다. 내가 다 겪어보지도 않았지만 그런 곳이 있다면 벌써 소문이 났을 것이며, 그런 곳이라면 그 누구도 퇴사하진 않을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여러 불균형 속에서 UXer로서 ‘적응’이라는 또 다른 디자인(D)을 배우는 것에 있다.



✴ 다음으로 뽑힌 문장


다음 화인〈UI와 UX를 왜 구분할까?〉로 이어진다. ‘현실’의 가지들을 구분하는 일, 즉 ‘시각’과 ‘경험’의 차이를 이해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이 구분이야말로 UXer가 진짜로 나무를 타기 시작하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