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성과 싸워 얻은 것

단순함은 디자인의 결과가 아니라, 복잡성과 싸운 흔적

by UX민수 ㅡ 변민수

✴ 독자분들이 뽑은 문장


디자인의 단순함만으로
복잡성과의 전면전에서 이기기는 힘들다.

단순함은 도달하려는 결과이자 목표일 뿐,
매일 해야 할 진짜 과업은
복잡성의 원인을 찾아내고 없애는 것이다.


✴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가


이 문장은 단순함을 ‘결과’가 아닌 치열한 싸움의 ‘과정(흔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뜻이었다. 구호는 단순하다. 그러나 뭐든 일에서 단순함은 결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수많은 회의, 타협, 수정, 그리고 포기의 연속 속에서 만들어진다. 결과는 단순한데 과정은 복잡한 셈이다. 그리고 이게 정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단순함을 ‘미니멀리즘’으로 착각하지만, 진짜 단순함은 ‘본질만 남긴 (어쩌면) 최소한의 복잡함’이다. 무언가를 단순하게 보이게 만들려면 그 이면의 복잡한 논리를 정리할 줄 알아야 한다. 나는 그 과정을 ‘싸움’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거칠기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단순함은 가만히 오는 게 아니라, 복잡성을 끊임없이 탐색하고 제거한 끝에 겨우 얻는 잔향 같은 것이다. 그 자체는 획득된 결과일 뿐이다. 그러니까 실은 ‘심플하게’라는 요구사항은 지독하게 어려운 미션이다.



✴ 지금의 관점에서 다시 보기


아마 현업의 경험이 없었다면 평생 깨닫지 못했을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함은 미학이 아니라 어쩌면 철학의 선언인지도 모르겠다. 단순하다는 것은 덜어낸, 즉 결핍이 아닌 이러한 해석을 통한 완성이다. 없지만 충만한 역설이 공존하는 그 균형점을 찾는 일. 시각적인 면이든, 비시각적인 면이든 말이다.


UXer가 복잡성을 마주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가 다루는 대상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언제나 모순적이고, 예외적이고, 불완전하다. 그렇기에 UX의 핵심은 이러한 복잡함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일관된 질서를 찾아내는 ‘복잡한’ 일이다. 심플을 추구한다고 해서 그 일이 단조롭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UXer란, 그리고 UX란 다음과 같이 말할 수도 있겠다.


단순하게 보이는 것은, 복잡함을 이해한 사람이 남긴 흔적이다.


UXer의 단순함은 게으름이 아니라 성찰의 결과다. 복잡성과 싸운 자만이 ‘진짜 단순함’을 얻는다. 마치 농축된 한 잔의 에스프레소처럼 말이다. 그 맛이 달콤하다면 무언가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 다음으로 뽑힌 문장


다음 화인〈변하는 것 vs. 변하지 않는 것〉으로 이어진다. 복잡성과 싸운 끝에 남는 것은 결국 ‘변화의 본질’이다.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UXer의 철학이 드러나는 다음 여정으로 넘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