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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rent Mar 21. 2024

마케팅을 좋아하지만 마케터가 되지 못했다

흔치 않은 일기


우연한 기회

대학교 3학년, 우연히 스타트업에 들어가 좋은 기회로 정부 지원에 참여하게 되어 실리콘밸리에 갈 수 있었다. 고객을 조사할 때 직접 필드 리서치(field research)를 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그러는 과정에서 사업에 열정을 불태우며 서로의 아이디어에 집중한 모습, 그리고 고객을 알아가기 위해 시장의 최전선에서 뛰는 모습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와, 이렇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도 있구나.’


서로 잘 되길 바라며 인적 네트워크를 공유해주고, 서로 눈을 반짝이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나도 이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는 마케팅이 그나마 맞는 것 같아

대학교 전공은 국제 경영인데, 사실 전공 선택에 있어서 큰 뜻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좋아하거나 하고  싶은 건 예술/미술/문화쪽이었지만, 취업은 무난하게 되겠지라는 기대와 영어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진학하게 됐다. 그렇게 졸업 후 계획은 막연하게 공연/예술과 접점이 있는 무언가(CJ ENM이 가장 가고 싶었었다.)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미국을 다녀오고 나서, 내가 좋아하는 것과 전공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했다. ‘시각적인 것을 다루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상호작용에 관련된 건 뭘까?’


마케팅이 가장 접점이 컸다고 생각했다. 이후 거의 모든 학기에서 대기업 혹은 스타트업과 산학협력으로 진행되는 실무 팀플 강의를 무조건 듣기 시작했고, 흥미를 느끼며 마케팅에 대한 열망은 더욱 커져갔다.


마케팅이 뭐지?

막상 졸업할 때쯤, 마케팅 직무 채용 공고를 보니 멘붕이 왔다. 어떤 곳은 영업과 마케팅을 묶어서 채용하고, 어떤 곳은 데이터를 집중적으로 분석하기도 하고, 어떤 곳은 광고 자체를 만들기도 하고, 어떤 곳은 프로젝트 관리만 하는 것 같았다.


필드에서 고객을 직접 만나기도 하면서, 시각적인 무언가를 주기적으로 다루고 만들어 내는 것을 주업무로 삼는 공고는 거의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나는 마케팅을 한 게 맞나?’


학교에서 주로 배웠던 브랜딩은 거의 쓸 일이 없어 보였고, 내가 한 일들은 UX 리서치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때부터 시작됐다. 나의 직무 정체성 혼란이 말이다.


마케팅을 좋아하지만 마케터가 되지 못했다.

내가 좋아하는 업무를 할 수 있는 직무를 찾다보니 프로덕트 매니저가 됐다. 이 직무에 대해 시행착오를 겪으며 아직 알아가고 있는 단계지만, 마케팅이 나에게 무엇인지는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


'고객과의 터치포인트에서 가치를 전달하는 모든 사업적 업무와 노력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회사라는 조직에서 모든 사람은 마케팅을 한다. 내가 생각하는 마케팅이란, ‘고객과의 터치포인트에서 가치를 전달하는 모든 사업적 업무와 노력들’이다.


본질적으로 사업이란, 고객이 가치를 느끼는 것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성과를 내며 존속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객이 제품을 사용할 때, 사용하는 방법에는 PM, 디자이너, 엔지니어 각각 직무 사람들의 전문 지식에 기반한 마케팅 기법이 스며들어 있다. 마찬가지로, 컨텐츠 마케터는 컨텐츠를 통해, 퍼포먼스 마케터는 데이터 퍼널의 분석을 통해 고객에게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케터가 되지 못했지만 마케팅을 하고 싶고, 하고 있다.

Marketing, 영어 단어가 보여주듯이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모종의 행위를 뜻한다. 결국엔 ‘시장과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 노력들이 마케팅으로 수렴되는 것이다. 사람들마다 각자가 가진 전문성을 기반으로 이 목적을 탁월하게 수행해내면, 그것이 좋은 마케팅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품 관리자의 일을 하면서 여러 프레임워크도 알아가고 시도해보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꼭 잊지 않는 것이 어떻게 ‘마케팅’을 할까다. UX, 프로젝트 관리, 데이터 등 새로운 것들을 알아가면서 그 속에서 고객들의 반응을 보며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늘 새롭다. 직무적으로 규정되는 마케터가 되지는 못했지만, 지속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싶다. 그리고 이 희망이 지속적인 불씨가 되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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