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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rent Jul 02. 2024

정말 당신의 '직업'은 사라질 것인가?

AI로 인해 모두가 PM이 되는 세상


[피그마(figma)의 AI 기능 공개]


최근 피그마의 컨퍼런스 컨피그(Config)에서 피그마 AI가 공개됐다. 텍스트 프롬프트를 넣으면 자동으로 화면을 디자인해줄 뿐만 아니라, 프로토타이핑부터 프레젠테이션까지 모두 자동으로 해준다. 현장 분위기는 환호와 절망이 섞인 굉장히 오묘한 반응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UI 디자이너의 종말'이 올 것이라며 우려도 많았다.


[그렇기에 전문성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스타트업의 제품 관리에서는 '산출물보다 성과(outcome over output)'라는 말이 있다. '만들었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만든 것이 사업과 제품에 어떤 의미를 갖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AI의 각 직무 진출은 같은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아이러니하게도 직무 자체를 없앤다기보다, AI 서비스 혹은 기능이 제공하고 있는 영역에 대한 전문성과 깊이는 더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직무에서 '성과'란 무엇인가?]


제품을 만드는 스타트업에서, 성과란 '고객과 사업에게 의미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제품을 만드는 과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차적으로는 제품이 '제대로 만들어져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고, 2차적으로는 제품이 '미래에 효율적으로 확장가능한 형태로 만들어져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드는 것' 자체가 골칫거리긴 했다.]


1차적 과정이든, 2차적 과정이든, '만드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만든 것'이 쓸모있을 것이냐에 대한 다차원적 평가가 중요하다. 사업적인 시점에서, 이러한 다차원적 분석을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 이 '만드는 과정' 자체가 워낙 복잡하고 비효율적이다보니 많은 사업에서 주객전도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주객전도의 현상의 빈도가 늘어나면서, '만들기만 해주는' 직무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게 됐다. 숨막히게 돌아가는 시장에서 제한된 시간과 예산으로 '만드는 것' 자체가 지체되면 사업의 존속이 굉장히 위험한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많았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모순적인 현실이 '직업'을 뒤틀어 놓았다.


다수의 직업들이 만드는 것에 집중하다보니 만드는 것 행위 자체에 대한 역량을 요구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 기형적인 구조는 문화에 따라서 기하급수적으로 심각해진 곳도 많을 것이다. 실제로 만드는 과정 자체가 벅차다보니, 추후의 확장 가능성이나 운영 효율화에 대한 언급은 배부른 소리인 경우가 대다수였다.


[사업에겐 희극, 개인에겐 비극]


하지만 골칫거리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기존의 직업들의 관성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많은 사업들의 '만드는 것'에 대한 필요가 인공지능에 의해 빠르게 충족되기 시작했다. 사업의 입장에서는 폭발적인 생산성을 환영하고 있지만, 개인의 입장에서는 직무적 관성에 의해 거세되었던 '성과에 대한 역량'을 요구받게 되며 달갑지 않은 상황이 발생했다.


[더 불편한 현실은, 원래 직무란 것은 칼로 딱딱 나뉘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기서 추가적인 '현실'에 대해 마주할 필요가 있는데, 실제 IT 스타트업에서 일하다 보면 업무가 직무간 걸쳐있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그렇기에 각 직무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유기체처럼 움직여야하며, 그 유기체가 탁월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그 깊이가 필연적으로 깊어져야 한다.


1차적 성과: '제대로 만들어져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

2차적 성과: '미래에 효율적으로 확장가능한 형태로 만들어져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


인공지능이 현재 날뛰는 현재를 비추어보자면, 1차적 성과는 인공지능이 만든 '산출물이 제대로 구성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며, 2차적 성과는 '이 산출물을 어떻게 뜯어고쳐야 확장가능한 형태로 쓰이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만드는 것'으로 인한 병목이 사라지게 되면서, 필연적으로 직무적 영역 가릴 것 없이 전반적으로 이해할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 생각한다. 즉, '창작의 고통'으로 인해 비효율적으로 할당되던 인적 자원(시간, 에너지)를 진정으로 사업의 성과를 위해 사용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AI의 산출물이 만든 희소식과 난제]


희소식은 창작이 고통이 굉장히 적어지게 될 뿐만 아니라, 자신이 아예 모르던 영역을 학습(ex. 디자이너가 개발에 대해 알아야되는 상황)하는 경우, AI로 산출물을 만드는 과정과 그 산출물을 보면서 빠르게 정보를 습득할 수 있게 된 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어, 만들어졌네.' 혹은 '어, 작동되네' 하면서 산출물을 그대로 시장에 던져버린다. AI의 '산출물'에만 집중한 사업, 조직은 필연적으로 그 성장의 임계점에 빠르게 마주치게 될 것이며 절대로 J커브에 다다를 수 없을 것이다.


성과 = '사업 의도 부합' + '확장성'


사업의 성공은 AI의 피상적인 활용에 그친 것이 아니라, 각 영역의 AI 산출물들을 확장 가능한 형태로 전문적으로 분석하고 개선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모두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떻게 더 쓸모있게 만들지'에 대한 고민이 사업적 차원이든 개인적 차원이든에서 차별화 요소가 될 것이다. 


[10년 전 강조하던 '융합형 인재'의 필요성이 지금 더더욱 중요해졌다.]


실리콘밸리 현지에서는 프로덕트 매니저를 일반적으로 'T자형 인재'로 칭한다. 모든 영역에 대해 꿰뚫고 있되, 자신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AI가 만들어놓은 현실은 모두가 프로덕트 매니저가 되어야 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지 않나도 싶다.


이 말은 프로덕트 매니저가 유망한 직업이 될 것이란 것이 아니다. 모든 직무의 경계가 흐려지고 하나로 통합되면서, 사업의 전반적인 영역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자신만의 뾰족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개인이 채용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생각한다. 서로 경쟁자가 아니었다고 생각했던 개인들이 같은 경기장으로 통합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개인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이 때문에 'XX 직업은 망했어.'라기보다, XX 직업에서 '진정으로 달성해야 하는 것'에 더욱 고민을 해야한다.


AI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럴 듯한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만드는 것'의 병목으로 인해 만들어진 직업적 관성에 굴복하여 '그럴 듯한 것'만을 만드는 수준의 역량에 머무르면 도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임에는 분명하다.


'만드는 것'을 수행하는 기술들이 절대 헛되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그 만드는 과정은 오히려 AI의 산출물에 대해 평가하고 고민할 수 있는 '필수 역량'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기술은 한 영역에 머물러선 안 되며, 이제 '직무 전반에 걸친 필수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게 된 상황이다.


여러 직무의 각 개인으로서는 차별화를 위한 폭넓은 역량을 다다르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노력이 지금 굉장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 부담을 어떻게 헤쳐나갈지가 인적자원 시장에서 차별화를 하는 부분이 되지 않을까 한다. 누구는 절망하며 세상에 환멸을 느낄 것이며, 누구는 직무의 전문성을 더 갈고 닦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또 누구는 자신의 직무적 영역을 넓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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