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UX Collective 내 Alex Klein의 Designing for “delight” is dead를 번역, 의역, 재구성한 글입니다.
[아론 월터(Aaron Walter)의 사용자 욕구 계층 모델(Pyramid of User Needs)]
미국의 디자인 협업 도구 제공사 인비전(Invision)의 부사장 아론 월터(Aaron Walter)는 2011년 ‘감정을 위한 디자인(Designing for Emotion)’에서 사용자 욕구 계층 모델을 제시했다. 사용자 욕구 계층 모델이란,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처럼 디자인이 충족시켜야 할 사용자의 욕구를 단계적으로 서술한 피라미드다.
(1) 기능성(functionality): 기능성은 가장 기본이 되는 사용자의 욕구로, 제품이 기본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2) 신뢰성 (reliability): 신뢰성은 보안, 인증, 안정성과 같이 제품 내 인프라 수준의 신뢰뿐만 아니라, 제공하는 컨텐츠나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3) 사용성 (Usability): 사용성은 제품을 사용하는 데에 있어서 사용 흐름이 직관적이고 원하는 것을 찾기 용이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4) 즐거움 (Delight): 즐거움이란 제품을 사용할 때 사용자가 갖는 인상이나 경험이 유쾌하도록 만드는 것을 의미하며, 화면상 다채로운 애니메이션과 같은 시각적 즐거움과 제품을 사용하는 총체적인 경험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격렬한 경쟁이 있는 관심 경제 속에서 즐거움의 함정]
기능성, 신뢰성, 사용성은 제품을 준수하게 개발해두기만 하면 보장되는 것처럼 보인다. 상세한 기획서, 화려한 디자인, 신속한 개발 등 ‘제품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면 기본적으로 해결될 일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연스레 많은 사업들은 사용자의 서비스 노출도와 체류 시간을 높이면 자연히 사업 지표가 개선될 것이라는 생각에 즐거움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즐거움을 위한 기획과 디자인’이 조직 내에 자리 잡으면서 사용자의 도파민을 폭발시키기 위한 노력이 시작된다. 하지만 활성 지표와 체류 시간 같은 허영 지표(vanity metric)들은 무한히 뻥튀기 되지만, 영업이익과 같은 실질적인 사업적 이익이 남아돌지 않는다. 그리고 사용자의 삶 또한 크게 달라지거나 한 것 같지도 않고, 사업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는 것 같지도 않다.
이 즐거움은 무엇을 위한 기쁨인가? 아이러니하게도, 즐거움은 제품의 ‘진짜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즐거움은 그 자체를 좇는 상황이 발생한다. 조직의 머리 속에는 사용자가 제품를 사용하는 사용 맥락 내 목적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즐거움’이라는 미끼 아래 사용자를 가두는 것이 목적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제품의 ‘즐거움’은 정처없이 제품 속을 헤매는 사용자의 ‘중독’으로 변질되거나 ‘이탈’로 이어진다.
[즐거움의 함정과 파괴적 영향]
사용자들은 소비자로서 제품을 집, 관계, 일상 속으로 편입시키고, 그 속에서 사용자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하며 영향을 미친다. 제품은 사용자와 관계를 맺고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며 특정한 행동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도록 만든다.
즐거움’만’을 위한 제품은 사용자의 사용 맥락이 완전히 결여된 상태가 돼버린다. ‘즐거움’이라는 벽을 주위에 둘러버리고 사용자를 실제 삶으로부터 분리시키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사용자가 필요, 욕망에 기반해 ‘제품’를 선택하는 자명한 사실을 반박하려는 시도와도 같다. 제품이 사용자를 좌지우지하려는 전복적인 양상을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복적 시도가 성공하면 파괴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사용자의 삶이 부재한, 즐거움에 절여진 제품는 마치 도박장의 슬롯 머신과 같다. 회사는 기능적이고, 믿을 만하고, 사용하기 쉽고, 즐거운 슬롯 머신을 만들었을 뿐이고, 이제 돈을 쏟아부으며 슬롯을 당기는 사용자의 몫일 뿐인 것이다. 처음에 사용자는 즐거움으로 도파민에 절여져 충동적으로 계속 슬롯을 당기지만, 그 즐거움은 무한한 절망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제품은 ‘사용자 친화적(humanized)’이어야 한다.]
디자인에서 가장 고차원적인 목적은 즐거움이 아닌 ‘사용자 친화성’이 되어야 한다. 사용자 친화성이란, 사용자의 실제 삶에 밀접한 방식으로 제품의 사용 목적을 달성해줄 뿐만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다. 사용자 친화성은 두 가지를 통해 달성할 수 있다.
(1) 사용자의 실제 사용 맥락에 대한 이해
(2) 사용자의 실제 사용 맥락에 가치를 더해줄 수 있는 방법 제시
즉, 사용자에 대한 공감(empathy)을 기반으로 정말로 제품이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를 명쾌하게 풀어나갔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우리는 사용자 조사(user research)를 하더라도, 막상 기획 및 개발 단계에 돌입하면 제품 개발의 함정(build trap)에 빠져 그저 만드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사용자 조사에서 밝혔던 사용자의 필요, 욕망, 목적 등의 사용 맥락은 잊은 채, 그저 제품을 위한 제품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사용자의 제품 사용이 사용 맥락 충족뿐만 아니라, 어떤 사업 지표와도 연결되는지, 그리고 사용자의 더 넓은 사용 맥락을 다루기 위해 어떤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용자의 삶에 실제로도 도움이 되면서도 사업적으로도 의미있는 방식을 고수해야 한다.
제품을 만드는 사람은 사용자의 삶에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을 만들 책임이 있다. 물론 사업의 존속을 위해 돈을 어떻게든 끌어모을 방법을 찾는 것은 사업을 하는 사람의 기본적인 욕구겠지만, 이를 근시안적이거나 파괴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면 사업의 지속가능성은 불분명해질 것이다.
[사용자 친화성을 위한 프레임워크: 인간 원소 주기율표(The Periodic Table of Human Elements)]
MIT 아이디에이션 랩(MIT’s Ideation Lab)에서는 인간 원소 주기율표라는 프레임 워크를 제공한다. 인간이 크게 생존, 안정, 성장이라는 세 가지 단계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삶의 목적을 서술한 표다. 제품의 사용자 친화성을 높이는 목적을 구체화하기 어렵다면, 이 프레임워크 안에 있는 개념을 기반으로 제품의 사용 맥락과 섞어 구체화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Source: https://uxdesign.cc/how-to-humanize-your-product-92fc871d6b0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