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UX Collective 내 Pavel Samsonov의 Nike’s $25B blunder shows us the limits of “data-driven”를 번역, 의역, 재구성한 글입니다.
[나이키에게 발생한 30조원 손실]
2024년 7월, 나이키의 전 수석 브랜드 디렉터가 4년에 걸쳐 발생한 마케팅 실패 사례들을 공개했다. 이 사례들은 마케팅 영역에서 발생한 것이지만, 제품과 UX를 포함한 넓은 영역에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다. 사례에서 언급된 다음 말은 매우 익숙할 것이다.
나이키는 효과는 떨어지지만 측정하기 쉬운 것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고, 효과는 더 좋지만 측정하기 어려운 것은 제쳐버렸습니다.
[재앙의 시작]
나이키의 새 CEO 존 도나호(John Donahoe)는 맥킨지(McKinsey)의 조언에따라 나이키의 전략을 ‘데이터 중심(data-driven)’의 접근법으로 완전히 전환하기 시작했다. 회사를 디지털 직접 판매(D2C, Direct-to-customer) 중심으로 재편하고 기존의 뚜렷한 카테고리별 모델을 없애버렸다.
이런 셀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유혹은 우리에게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여럿 언급되던, 보잉을 비롯한 여러 기업들도 ‘빈 카운터(bean counter)’와 같은 단어로 고통받으며 최근 몇 년간 같은 함정에 빠졌다. 왜 이런 유명 기업들이 이런 유혹에 빠지는 걸까?
[혁신은 힘이 든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전략에 적용하는 것은 새롭고 특별한 지식을 요구하는 일이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이를 전략상 효과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서 새로운 지식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작업은 더욱 많은 노력을 요구한다. 반면, 비용 절감은 어느 산업에서나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쉽게 실행될 수 있다.
그래서 나이키는 중복 프로세스 제거, 운영 효율화, 생산성 향산을 추진하게 된다. 비교적 측정하거나 수집하기 쉬운 데이터들을 모으며, 직원들에게 사실상 ‘무엇을 하든 더 열심히 하라’라는 식의 무언의 압박을 가하는 환경이 조성된다. 이런 전략을 얼마나 효과적이었을까?
전략의 효과는 의도에 부합한다면 어느 정도 성공일 수 있다. CEO인 존 도나호가 나이키의 시가 총액 30조 원을 날리고 주가를 32% 떨어뜨리려 한 것이라면 이 전략은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의도가 이럴리가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잘못되기 시작한걸까?
[데이터의 분명한 한계]
측정할 수 없다고 관리할 수 없는 것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생각입니다. 매우 잘못된 오해죠.
- 에드워즈 데밍, 미국의 비즈니스 이론가
데이터가 쓸모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데이터는 기본적으로 이미 일어난 것에 대한 기록이기 때문에, ‘과거에 일어난 일을 알려주는 데’에 매우 유용한 도구다. 근래에 들어서는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재 상황, 더 나아가서는 미래 상황을 예측하기 위해서 데이터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헤지펀드의 퀀트 애널리스트들이 7-8자리 연봉을 받는 것에서 알 수 있듯, 데이터로 미래를 예측하는 건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다.
데이터를 유용하게 전략적으로 사용하려면 ‘따뜻한 데이터(warm data)’가 필요하다. 따뜻한 데이터란, 정량적인 데이터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정성적인 데이터를 의미하며, 이러한 정성적인 데이터는 숫자가 지니고 있는 이야기를 상세화시켜 현재가 의미하는 바를 더욱 현실에 맞게 설명해줄 수 있다.
인간 마케터나 머천다이저(MD, Merchandiser)는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바비큐 소스 옆에 키친타올을, 핫도그 옆에 번을 함께 진열하는 것이다. ‘빵을 산다’라는 데이터의 맥락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빵에는 토핑이 필요하다’라는 판단을 하여 더욱 즐거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측정하는 데이터’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경우 이러한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온라인 광고가 그렇다. 온라인 광고의 머신 러닝과 AI는 ‘소파를 샀으니 더 많은 소파가 필요할 거야.’라는 식의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다. 나이키는 이런 방식으로 일하도록 회사를 바꿔버렸다. 개별 제품 카테고리를 없애버리고 일률적인 데이터 모델로 대체해버린 건, 피자 가게가 피자 가게 안에서 피자 전단지를 돌리는 것과 같은 짓이었다. 새 고객을 유치하고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기보다, 기존 고객에게서 돈을 더 뽑아내는 데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데이터의 함정에 빠진 후의 악순환]
잘못된 것을 측정하는 것은 재앙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 자레드 스풀, 미국의 소프트웨어 디자인 연구 분야 전문가
브랜드, 마케팅, 디자인 같은 창의적 작업의 주요 목적은 고객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새로운 제품을 알리고, 그 제품이 매력적이고 효과적으로 보이도록 만들어 제품을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존 고객뿐만 아니라, 새로운 고객들을 유입시키고 시장을 넓혀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이미 나이키의 문제는 시작된다. 나이키의 근시안적인 전략은 기존 고객들의 데이터로만 사업을 하게 된 것이다. 이미 나이키를 사용하도록 행동 변화를 한 사람들이기에, 나이키의 노력의 성과와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모든 산업에서 흔히 저지르는 실수다. 측정하거나 수집하기 쉽다는 함정에 빠져 이 데이터가 중요하고 빈도가 높다고 착각하여 이에 집중하는 것이다.
단지 두드러진다고 해서 전체 시장을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실수다. 나이키는 온라인 쇼핑 데이터로 이러한 행위를 일삼게 된 것이다.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데이터만 보고 거기에 정체됐으며, 결과적으로 나이키의 제품 우선순위는 일반적인 고객이 사는 제품과 거리가 멀어졌다. 기존 고객의 입맛에만 맞추다보니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상품은 진열대에서 밀려나 창고에서 썩어나가기 시작했다. 나이키가 이런 틈새 고객만 좇을수록, 일반 고객들은 경쟁사 제품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데이터에 휘둘리는 것은 편협한 사고방식과도 같다.]
정량적 방법에 대한 집착으로 복잡한 통계 기법을 동원해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험실 전체를 바치는 일이 벌어졌다.
- 그레고리 베이트슨, 영국의 사회과학자
이미 지난 일을 돌아보는 것이기 때문에 나이키의 실수를 비난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그저 올바른 데이터를 따르면 된다고 생각하며, 나라면 그런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착각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이런 실수를 저지른 건 나이키의 경험많고 똑똑한 ‘전문가’들이다. 그렇기에 단순히 이 사람들의 판단이 그릇되었다고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순간에 그러한 선택과 판단이 왜 최선으로 보였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그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2020년과 같이 위험이 도사리는 시장 환경에서는 자사의 강점에 기대어 지표를 10% 정도 올리는 게 안전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안정적인 10%는 조직 내에서 지배적인 전략적 내러티브가 되었고, 이에 맞서려면 큰 용기와 확신이 필요했을 것이다. 어줍잖게 이런 내러티브에 도전했다간, 다음 구조조정 대상이 되어 잘릴 걱정부터 해야할 시기였다. 논리적으로 매력적인 설득을 하려면 리서치 능력에 기반하여 정보에 입각한 가설을 세울 수 있어야 하며, 관련 이해관계자들을 설득시킬 비즈니스 감각이 필요하다. 매우 고된 일인 것이다.
이미 모두가 이미 믿는 것을 ‘반복 검증’하고 ‘설파’하는 행위는 훨씬 쉽다. 하지만 이는 조직의 성과에 아무런 가치를 더해주지 않는다. 데이터와 리서치의 가치는 이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사람들을 부각시키거나, 현 상태를 유지시키기 위해서 오는 게 아니다.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사람들을 찾아 이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총체적으로 판단하는 데에서 오는 것이다.
진정한 데이터 중심의 의사결정은 다각적이고 다양한 데이터에 기반했을 때 가능한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그저그런 의사결정이 될 뿐이다.
Source: https://uxdesign.cc/nikes-25b-blunder-shows-us-the-limits-of-data-driven-ad30b6e3d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