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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rent Jan 08. 2024

영단어 공부 단톡 운영 1주년! (feat. 말해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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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9일, 말해보카 일일 인증 단톡 개설
어느덧 20명이 된 단톡







새해가 밝은 겸 뭐라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뭘 하고자 하면 실제로 꾸준히 할 수 있을까 싶은 것들이 수두룩 빽빽이었다. '매달 영어로 된 강의 하나 이상 마치기', '매달 영어로 된 책 한 권 읽기'와 같이 뭔가 엄청난 노력을 들여야 하는 것들은 시작하기도 전에 압도당하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계속 내가 영어 영어 하는 거 보면 영어 관련 해서 뭘 해보고 싶긴 한 것 같은데, 뭔가 꾸준히 의미있게 할 수 있을 법 한 건 마땅히 안 보였다.














'그럼 뭘 하는 게 나을라나?'

영독서와 같은 것들이 나를 압도시켰던 이유는 아마 겉만 번지르르하고 현실성이 좀 많이 떨어진 부분이 컸다. 그럼 '영어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지?'라는 질문을 하다가도 '아니, 영어를 잘 할 필요도 없는 것 같아. K-영어에 절여져 있는 나로서는 그냥 영어랑 친해지는 게 우선인 것 같아.'라는 생각을 했다.


언어를 잘 하는 것은 차치하고, 꾸준히 하는 것 자체가 모든 사람에게 가장 도전적인 부분이지 않나 싶었다. 그리고 아무리 언어를 잘하더라도 꾸준히 접하지 않으면 실력이 고꾸라지는 것도 순식간이다. 먼저 언어 공부에 대한 꾸준함이라는 충분조건을 충족시켜야 이걸로 짬뽕을 해먹든 짜장면을 해먹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눈에 든 게 결제해놓고 한동안 안 쓰고 있던 말해보카다. 사실 말해보카 면접 보고 떨어져서 마상(마음의 상처)을 살짝 당하고 삔또가 상해서 잠시 유기(?)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그건 뭐 내가 부족했던 탓이기도 하고 이미 지난 일이니까 그건 차치하고, 직장인으로 혼자 영어 공부하기 좀 빡센 것 같은데 같이 해보면 더 오래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단순한 생각이 들었다.



"야, 나랑 단어공부하자"
작년 초만 해도 10명도 안 되던 톡이었다.



새해 분위기에 절여져있을 때가 같이 공부할 수 있는 사람 구하기가 가장 수월할 것 같았다. 스터디원 구하기 가장 좋은 계절성을 지닌 시기였달까! 무작정 친구, 직장 동료에게 어플리케이션을 소개하고 같이 하자고 졸랐다. 말해보카를 사용하고 있을 사람이 있을법한 단톡에도 스터디원 구직 글을 올려 사람을 모집했다.


같이 하자고 엄청 졸랐지만, 사실 많은 사람을 구하지는 못했다. 말해보카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려면 결제를 해야했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좀 크게 있었다. 지인들한테 결제 시키려고 거의 영업 수준으로 설득하려 했지만, 선뜻 결제하려는 사람은 없었다. 작년 3월에 쓴 글(https://brunch.co.kr/@uxn00b/22)의 스크린 샷을 보면 알겠지만, 3월경에 6명밖에 안 됐다. 저 6명중 1~2명 빼고 다 지인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도 뭐 사람 수가 많은 게 중요하랴. 같이 꾸준히 공부하고 서로 격려할 수 있는 존재가 있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었다.








'제대로 운영됐으면 좋겠다!'

- 분위기 흐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 잘하지 않아도 된다. 꾸준히만 했으면 좋겠다!

- 어떻게 하면 꾸준히 하게 만들 수 있을까?

- 사람이 좀 더 있었으면 좋긴 하겠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적은 사람들이라도 영단어 공부에 있어서는 확실히 효용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위와 같이 이런 저런 가벼우면서도 가볍지 않은 고민을 했다. 제품 매니저의 업무를 하는 느낌이었달까. 결국엔 두 가지, '꾸준함'과 '함께'라는 두 가지 가치로 수렴됐던 것 같았다.


그런데 걱정됐던 부분이 좀 있었다. 오프라인 영어 강의도 다녀보고 온라인 스터디도 해본 입장에서, 스터디가 공중분해될 가능성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벌금 제도가 있는 어학원도 있었는데, 나는 벌금 낼 바에 안 가고 만다는 생각으로 그만뒀던 적도 있었다(ㅎ).



말해보카나 듀오링고에도 하라고 독촉하는 알림이 있는데,
왜 단톡을 운영해야하는가?

좀 더 상위 개념의 질문이 나에게 훅 들어왔다. 언어 학습 앱에는 지속적인 학습을 위해 마련해둔 장치들이 많다. 듀오링고는 거의 살해협박 밈으로 만들어질 정도로 말이다.

'공부를 꽤 안 하셨네요. 가족을 살리고 싶으세요? 5분만 공부하세요 [가족 구하러 가기]', '듀오링고를 까먹었을 때, 듀오링고'

말해보카에도 비슷한 맥락의 알림을 제공하는데, 사실 나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편이었다. 일하고 있는 분야가 제품 관리 쪽이라 그런지 '회사 배불리려고 오는 알림인데 뭐.'라는 생각이 컸다. 영어를 공부해야 한다는 원초적인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부분이 가장 컸다. '아, 그럼 이 부분을 긁어주면 되지 않을까?'



단톡 운영 철학

철학이라 칭하기에는 협소한 단톡이지만, 나름 원칙을 가지고 운영하려고 했다.


철학 1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많이 하거나, 잘하고는 상관없다. 하루하루 컨디션에 맞게 양을 조절해서 영어 공부를 놓치지 않고 지속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말해보카의 첫 화면에서 확인 가능한 '달력'을 스크린샷해서 매일 올리는 방식으로 인증을 진행한다.


철학 2 공부의 꾸준함은 '관계'로부터 나온다.

앱의 알림보다는 사람간의 관계속에서 나오는 동기부여가 더 의미있고 효과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후 6시쯤부터 1~2시간 간격으로 직접 인증을 확인하여 안 한 사람들에게 멘션으로 호출한다. 단톡에 관련 봇을 넣게 되면 앱의 알림과 다를 바 없어지기 때문에 이 수작업은 단톡에서 절대 포기하면 안 되는 것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철학 3 포기할 것 같은 사람은 독려한다. 하지만 분위기를 흐리면 가차없이 강퇴한다.

공부든 일이든 하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포기할 것 같은 사람이 있으면 그 내적 동기부여를 다시 상기시키거나 같이 잘해보자하는 방식으로 사기를 진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인증을 빼먹거나 응답이 없는 사람의 경우에는 강퇴한다.




위와 같이 크게 세 가지의 원칙을 가지고 운영했다. '공부의 지속성'은 내적/외적 동기부여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새로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내적 동기부여는 매우 강력하지만 지속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불나방적인 면모가 있는 반면, 외적 동기부여는 지속성이 뛰어나지만 효과 자체가 미미할 수 있다. 그리고 강퇴 협박과 같은 외적 동기부여가 강화되면, '영어 공부하기'가 아닌 '인증하기'가 주요 목적이 되어버려 주객전도 상황이 발생하고 만다. 사람들이 공부에 대한 '현타'(현자타임)을 느끼지 않고, 그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서 지속 가능한 학습을 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작업으로 인증 사진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한명한명 멘션 메세지를 보내기로 했고, 사기가 떨어진 사람에게 동기부여를 하고자 노력했다. 물론 굉장히 비효율적인 방법일 수 있다. 말해보카 서비스도 이런 걸 선뜻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인적자원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소진되는 게 너무 클 수 있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원칙으로 단톡을 운영하면서 나 스스로가 얻은 효과가 적지 않다.



얻게된 귀중한 것들
같이 화이팅 하는 모습

효과 1 솔선수범하게 된다.

운영을 하고, 동기부여를 하고, 관리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모범을 보여야 할 의무가 있었다. 하루도 빼먹지 않고 매일 인증하는 것은 나에게로선 더욱 중요한 일이면서도, 동시에 지속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원동력 중 하나가 됐다.


효과 2 관계속에서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나 말고도 동기부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생각한다. 때론 익살스럽게, 때론 진지하게 영어 공부를 함께 해나가자고 서로 힘을 북돋워주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이런 사회적인 상호작용이 공부를 꾸준히 할 수 있도록 하는 촉매제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이따금 들기도 한다.


효과 3 Living proof! 꾸준한 영어 공부의 산 증인이 됐고, 산 증인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단톡을 막 만들기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다들 선뜻 참여하려고 하지 않았다. 근데 최근 들어서 영어 공부 얘기가 나오면 적극적으로 영단어 인증 단톡을 얘기하면서 말해보카 앱을 추천하곤 한다. 누구는 바로 당일에 결제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 몇주 혹은 몇달 뒤에 결제를 했다는 소식을 나에게 전하곤 한다.

심지어는 단톡 내의 인원 사람들이 주변 지인에게 말해보카와 단톡을 홍보해주고 있기도 하다. 그렇게 해서 들어오신 분도 계시고, 인원 제한 때문에 아직 못 들어온 분도 계시다. 현재 인원이 20명인데, 단톡이 수작업인지라 인원 제한을 걸어두고 있어서 심지어 대기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효과 4 영어 공부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영단어를 꾸준히 하는 것에 적응했다보니, 이제 일상이 됐다. 영단어 공부가 공부처럼 여겨지지 않게 되었고, 영단어를 활용할 만한 컨텐츠나 책을 찾아보게 됐다. 이렇게 영어 컨텐츠와 책을 읽는 것이 또 습관이 됐다. 그렇게 영어 컨텐츠 소비가 일상화돼서, 지금은 내 업무와 관련된 공부를 영어와 접목시키고자 브런치에 1~2일 단위로 번역글을 올리고 있다. 이게 습관이 되면, 다음은 무엇이 될까?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 인생관에 있어서 중요한 키워드는 '자기효능감'이다. 의미있는 일을 누군가에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이 삶의 큰 원동력과 희열이 된다. 나의 발전 뿐만 아니라 서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나간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 것을 알기에, 이 단톡이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2024년도 꾸준히 매일 영단어를 공부하고, 영어를 나뿐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한 때의 도전이 습관으로, 한 때의 습관이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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