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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람은 우주니까 Aug 14. 2019

#창의도 논리 같기는 해

둘은 대척점이 아닐걸?

 논리적인 성향으로 보통 저를 정의합니다. 그러면 주변 사람들은 은근히 그 반대에 창의적인 상을 그립니다. 이 사람은 논리적인 성향이랬으니 뭔가 창의적인 사람에게서 보이는 그런 엉뚱함, 새로움 같은 건 없겠지? 아마 이런 생각을 하면서?


 단도직입적으로 논리:창의성으로 저를 표현하자면 10:0입니다. 아주 극단적인데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창의성도 논리에 포함된다고 보기 때문이에요. 적어도 어떤 문제가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을 구성할 때만큼은요.


 수학 문제이든, 서비스의 개선지점이든 어떤 문제가 있다면 그걸 해결하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그럼에도 그 각각에는 공통적인 줄기가 있습니다. 문제를 착실히 정의하고 그 원인을 찾아서 해소한다는 논리입니다. 현상이 있으면 원인이 있고 그 원인이 사라지면 현상이 없어진다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논리입니다. 다만 문제를 정의하는 방식, 다시 말해 어떤 요소가 핵심 원인인지 짚어내는 구체적인 방식은 단일하지 않고 그에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도 달라집니다.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한다는 표현에는 이미, 앞서 설명한 현상-원인-해소로 이어지는 일련의 논리적인 과정이 포함돼 있습니다. 다시 말해 창의적 해결도 논리적 해결이라는 의미죠. 그래도, 창의적인 문제해결이 단순히 논리적 해결로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는 그 방식이 기존의 지배적인 논리와는 다른, 대안적인 논리를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예를 들겠습니다. 청년들이 돈이 부족해서 꿈을 펼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가정합시다(물론 실제로 있습니다). '돈이 없다'는 표현은 너무 큰 문제이니 조금 더 구체적으로 좁혀보면, 이들의 실제 문제는 신용이 없어서 돈을 빌리기가 어렵고 만약 빌리더라도 이자율이 매우 높은 방식으로(제2, 3금융권 등) 빌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결국 돈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단이 없는 상황이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돈을 어떻게든 얻게 하는 겁니다. 그냥 기부 형태로 지원할 수도 있고 신용확인은 최소한으로 해두는 소액대출 방식도 있죠. 사실 이러한 저소득층 청년들의 문제는 사회문제로 분류되고 이를 해결하는 사회적 기업들의 대표적인 접근방식이 위에 언급한 두 방법이라고 합니다. 이 대표적인 일련의 방향을 지배적인 논리라고 해둘게요.


돈이 없다 > 특히 돈을 빌리거나 얻을 안정적 방법이 없다
> 돈을 그냥 주거나, 소액으로 부담 적게 대출하자.


 창의성은 이 지배적인 논리를 깨고 다르게 생각하는 데서 나옵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문제는 그대로 두고 해결방향에서 다른 논의를 해보는 겁니다. 단순히 (빌려)주지 않아도 돈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실효성을 떠나서 그냥 생각해보면, 청년들을 직업연계 프로그램에 참여시키는 방법도 있을 겁니다. 다시 말해 취직을 하든, 창업을 하든 청년들이 목표로 하는 곳에 연착륙하도록 돕는 거죠. 그 과정에서 비용은 대주고 어느 정도 안정화된 후에 천천히 갚아나가는 겁니다. 누구나 한 번에 자신이 잘하고 원하는 걸 찾기는 어려우니 두세번 정도 기회를 남겨줘도 좋겠네요.


 보다 근본적인 방법은 문제를 다른 관점으로 보는 겁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해결방향도 달라지게 마련이니까요. 청년들은 애초에 신용이 없어 돈을 빌리거나 얻을 방법이 부재합니다. 이 문제는 조금 다르게 정의해보자면, 그들의 신용이 지금 체계에서는 측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문제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왜 돈을 벌지 못하는 청년은 신용마저 없어야 할까요? 그 신용이라는 개념이 경제적 능력을 반영해서 그런 건데 바로 이 개념 자체가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자, 그럼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요? 돈을 아직 벌지 못하지만 원하는 일이 있는 청년들의 신용을 다르게 측정해야겠죠. 그럼 무엇으로 측정할 수 있을까요? 매우 추상적이지만 그들에게는 꿈, 열정, 소망이 있으니 그 내용을 데이터화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적절한 자금을 지원하는 거죠! 대신, 그들이 현재 세울 수 있는 최대한의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과 그 일을 하고 싶은 이유, 인생의 목표 등을 최대한 꼼꼼하게 측정할 방안이 필요합니다. 생각해보니 그 새로운 신용개념을 받아들이고 지원해줄 단체도 있어야 하고 신용을 판단할 체계도 있어야 하니 어렵긴 하겠습니다.


 해결방향과 문제를 각각 다르게 본다는 의미를 전하기 위해서 나름의 예시를 들었지만 제 예시가 곧 창의적인 해결방식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더해 이 글에서 따로 언급은 안했지만 일단 해결방식이 되려면 그 방식을 따라 문제가 실질적으로 해결이 돼야 하니 조건은 실제로는 더 까다롭습니다. 다만 문제에서 시작해 해결방향으로 이어지는 흐름 사이사이를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노력 끝에서 곧 탄탄하고 신선한, 대안적인 논리가 나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창의적인 해결책으로 인식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창의적인 사고를 매우 지향합니다. 원래 버릇이 논리적인 절차(논리-창의성 대립구도에서의 그 논리)를 밟아 사고하는 거라서요. 그렇지만 말씀드렸듯 저는 결국 둘 다 논리라고 봐요. 나무로 비유하자면, 뿌리에서 가지로 뻗어가는 흐름이 있고 그 중 눈에 띄고 튼튼한, 굵은 가지로 이어지는 흐름이 지배적인 혹은 통상적인 논리! 반대로 그보다는 작을 수도, 안정적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다른 방향으로 뻗어가는 가지들이 곧 대안적인 논리(창의성)죠. 그 가지들 중에 일부가 힘을 얻고 쑥쑥 자라서 창의적인 해결방식으로 인식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10:0입니다. 저는 뿌리부터 논리적인 사람이 되고자 하니까요. 꾸준히 경계하는 태도가 하나 있다면 굵은 줄기에 시선을 너무 빼앗기는 것. 문제해결 과정에서 자주 보이고 잘 통하는 논리를 통해 배울 점은 분명히 있지만 거기에 갇히면 안 된다는 점이 저에겐 중요합니다. 그러고 보니 10:0이지만 그 안에서는 6:4 정도를 지향하고 있네요. 아직은 8:2 정도로 보이지만 더 다양한 나무줄기를 그려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른 분들에게 논리와 창의성은 어떤 개념인지도 궁금하네요!


짧은 생각이었습니다 :)


                                                                                                                                                                    W_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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