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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기획자 Sep 15. 2021

IAA2021,전기차 플랫폼이돋보였던 이유

전기차는 플랫폼이 좌우한다.

처음 테슬라가 만든 '전기차'를 보았을 때 주류가 아닌 성격이 다른, 특이한 차량으로 여겼다. 전기차는 독특했지만 가성비가 떨어지는 실험적인 존재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저 한순간의 반짝 트렌드는 아니었다. 처음 나왔을 땐 어딘지 어색한 차종이었지만 한두 모델이 거듭 발표되면서 '전기차'는 더 이상 독특한 트렌드가 아닌 일상이 되고 있다. 이번 IAA 2021에서도 역시 전기차는 너무나 당연한 트렌드로 비쳤다. 다양한 전기차량이 나온 것은 물론이고 전기차를 뒷받침하기 위한 플랫폼, 전기차 충전 케이블 등 기술도 앞다투어 보여주고 있었다. 


전기차의 고성능 플랫폼


이번 IAA 2021에서 눈여겨볼 점은 전기차를 위한 범용 플랫폼이다. 더 이상 허울뿐인 콘셉트가 아닌 실체를 보여주었다. 범용 플랫폼 기반으로 설계된 차량을 타보고, 만져볼 수 있었다. 전기차 시대를 대비하여 각 회사마다 개발한 뛰어난 범용 플랫폼의 기능을 앞다투어 제시하였다. 

폭스바겐은 '일렉트릭 포 올(Electric for all)' 전략을 기반으로 올해도 적극적으로 MEB 플랫폼을 활용한 전기차를 발표하였다. IAA 2021에서 발표한 ID. 라이프는 전기차용 고성능 플랫폼인 MEB(Modular Electric Drive Matrix)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물론 MEB 플랫폼으로 만든 전기차 모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벌써 8번째 모델을 발표하였지만 이번 모델은 처음으로 전륜구동(FWD) 형태의 모델을 MEB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앞바퀴 쪽에서 방향과 구동 기능을 모두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MEB 플랫폼 역시 훨씬 복잡성을 요구한다. 전기차용 MEB 플랫폼은 복잡한 구조도 뒷받침할 수 있을 정도로 진화가 되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반도체 칩도 많이 들어가고 여러 기능들이 추가가 되면서 설계 자체가 복잡하다. 이런 복잡한 기능을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고성능, 빠른 입출력이 가능하도록 플랫폼은 진화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이번 IAA 2021에서 MEB 플랫폼 기반의 전기차를 보여주면서 플랫폼 성능을 한층 끌어올린 모습을 보여주었다. 



현대모비스 역시 현대모비스는 스케이트보드형 모듈을 발표하였다. 근간이 되는 섀시 프레임에 전기차의 여러 부품들을 OEM 요구사항에 맞춰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이미 CES에서도 스케이트보드형 모듈을 계속 보여주고 있는데 내년 CES 2022에서는 스케이트보드형 모듈 기반의 차량까지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게 스케이트보드형 모듈 플랫폼을 만들면 전기차 생산업체 입장에서는 자동차가 고가이든 저가이든 어떤 목적과 상황에 따라서 유기적으로 플랫폼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콘티넨탈의 서버 기반 차량 아키텍처 역시 IAA 2021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을 클라우드와 연결시키는 방향으로 진화시키고 있다. 아마 궁극의 플랫폼 진화 방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차량을 클라우드와 연결시킴과 동시에 여러 부품들은 모듈화 하여 적용할 수 있도록 진화시킨 형태로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차량을 클라우드와 연결시킨다면 차량에 필요한 유지관리나 커넥티드 서비스는 sw 업데이트를 통해 업데이트를 해 나간다. 이렇게 되면 OEM 입장에서도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차량 소유주 입장에서도 빠르게 차량을 업데이트받게 되면서 보다 편하게 운전 경험을 만끽하게 된다. 




왜 이번 모빌리티 쇼에서는 유독 '플랫폼'을 강조하는 것일까?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구조부터 크게 다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에 필요한 변속기, 연료탱크 등의 공간이 축소되고 바닥이 평평한 구조를 지닌다. 기존에 차지한 공간이 줄어드니 실내 공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기본적인 골격을 지닌 플랫폼을 만들면 이를 기반으로 배터리, 모터 등 전기차에 필요한 기능을 자유롭게 추가하고 변형하면서 차별화를 만들 수 있다.  


내연기관차량의 경우 한두 가지 모델을 위해 플랫폼을 만드는 형태였다면 전기차 시대가 되면서 개발의 형태가 바뀌었다. 이렇게 전기차에 공통으로 필요한 기능들을 얹힐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든 채 여러 차종에 적용할 수 있는 구조로 대응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플랫폼은 한 제조사의 운명과도 같고 앞으로 지속해서 함께 가는 공동 운명체와도 같다. 





잘 만든 플랫폼 하나, 다양한 비즈니스로 확장 가능하다


내연기관차 시절에는 폐쇄적인 플랫폼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폭스바겐이 A라는 차량을 위해 플랫폼을 만들었다면 해당 플랫폼은 A를 위해서밖에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전기차 플랫폼을 공용화할 수 있도록 개발을 하는 순간 '플랫폼' 자체도 매력적인 비즈니스로 연결시킬 수 있다. 일단 한번 플랫폼으로 개발을 하면 다른 여러 차종에 적용이 가능하고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 플랫폼 자체도 하나의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다.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는 플랫폼은 한번 잘 만들어 놓으면 자신의 회사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하고 다른 회사에게도 지속적으로 수익을 벌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래서 도요타나 폭스바겐은 플랫폼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활용하기 위해 다른 경쟁 회사에도 판매하기로 발표하였다. 폭스바겐은 전기차 플랫폼 MEB를  2015년부터 e.GO Mobile AG라는 회사부터 포드에 까지 팔기로 결정하였다. 도요타는 스바루와 스즈키에 판매 계획을 발표하였다. 


경쟁사에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은 독이 아닐까?


전기차 플랫폼은 회사의 성패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이런 플랫폼을 다른 회사와 공유한다는 것은 경쟁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 회사가 만든 플랫폼을 다른 회사가 공유하면 플랫폼 제조사 입장과 공유받는 회사 모두 윈윈이 될 수 있다. 


먼저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오랜 기간 투자한 플랫폼을 다른 회사가 사용하는 순간 그동안 투자한 연구개발 비용을 상쇄할 수 있다. 향후 몇 년간 지속적인 수익을 만들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어 자금 순환이 원활해진다. 게다가 플랫폼 판매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만들 수 있다. 다른 제조사와 공유하면서 그만큼 플랫폼 단가를 낮추게 된다. 광범위하게 플랫폼이 배포되면 배포될수록 플랫폼, 더 나아가 모빌리티의 단가는 크게 떨어지게 된다. 



플랫폼을 많이 사용되면 그만큼 B2B 업계에서 파워도 세진다. 즉 전기차의 주도권을 쥐게 된다. 플랫폼을 사용하면 그 안에 들어가는 배터리, 전동 부품을 모두 플랫폼에 적합하게 넣어야 한다. 타 회사의 플랫폼을 받아들이는 순간 타 회사와 네트워크가 형성이 되는 것이고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지배 구조의 영향권 안에 포함되게 된다. 플랫폼 제공자는 단순히 플랫폼을 넘어 제2의 추가 부품이나 아키텍처를 판매할 수 있는 잠재적인 가능성을 확보한다는 이점을 지니게 된다. 


플랫폼을 구매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전기차 시대를 빠르게 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십 년간 연구 개발한 비용을 아낄 수 있을뿐더러 빠르게 시장 출시를 할 수 있다. 게다가 경쟁사 못지않은 플랫폼을 동일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술력, 빠른 시장 대응, R&D 비용 절감으로 후발주자 입장에서는 타사의 플랫폼 적용을 고려해볼 수 있다. 스바루, 포드*와 같은 업체는 직접 플랫폼에 투자하는 방식보다는 타사의 플랫폼을 적용해 전기차를 준비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렇게 되면 어제의 경쟁사가 오늘의 협력사가 되는 셈이다. 



https://insideevs.com/news/504602/ford-nears-second-meb-model/

전기차의 미래는 플랫폼이다.


자동차는 생명과 연결이 되어 가장 보수적이면서도 폐쇄적인 진화를 거듭하였다. 경쟁 우위를 만들기 위해 기술력을 철저히 비밀 유지를 하면서 진화를 해나가곤 했다. 이런 과거와는 다르게 전기차 시대가 되면서 차량 업계에 큰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단순히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시대로 변화하였다기 보단 자동차 업계의 비즈니스 모델이 달라지고 업계의 구도가 틀어지고 있다. 어제의 경쟁사가 오늘의 협력사가 되는 모습이 비일비재하다. 


전기차가 되면서 여러 반도체가 들어가고 기능이 복잡해지면서 이를 빠르고 유연하게 뒷받침할 수 있는 플랫폼이 특히 중요해지고 있다. 하나의 플랫폼은 다른 여러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근간이 되기에 플랫폼 자체로 판매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역시 커지고 있다. 과연 앞으로 자동차 회사가 전기차 플랫폼을 활용하여 어떻게 전기차 시대를 주도할지 기대된다. 과연 전기차 시대의 패권은 누가 쥘 것이며 어떤 업체들을 중심으로 생태계가 형성되어 나갈지 앞으로의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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