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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기획자 Oct 31. 2021

디지털 휴먼이 나오면 정말 자주 사용할까?

인간이 자주 찾는 기술이 되기 위해서는

남편과 함께 어느 카페를 가게 되었다. 실내 인테리어가 번쩍번쩍한 게 딱 봐도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카페였다. 커피를 마시고 잠깐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으려고 하는데 세면대가 희한하다. 늘 사용하던 세면대는 오른쪽으로 돌리면 뜨거운 물이 나오고 왼쪽으로 돌리면 차가운 물이 나오곤 했다. 하여간 돌리면 물이라도 나오는데 카페의 세면대는 도통 사용 방법을 모르겠다. 돌리는 곳이 없으니 손을 씻으려고 해도 대체 어떻게 씻어야 할지 참 난감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세면대를 보고 난감했던 이유는 세면대 수도꼭지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했었는지 이미 내 마음속에 그려진 모형이 있기 때문이다. 세면대의 기능이나 구조는 머릿속에 이미 내재되어 있어 비슷한 종류의 세면대를 보면 비슷하게 사용을 하려고 한다. 이렇게 시스템을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속에 그려지도록 만든 모형이 바로 '멘탈 모델' 즉 '심성 모형'이라고 한다.


나를 당황하게 만든 세면대들






멘탈 모델은 크게 3가지 종류로 나눠 볼 수 있다. 먼저 기능 모형은 시스템/서비스의 사용방법, 기능 등에 대한 모형이다. '내가 세면대 수도꼭지를 돌리면서 사용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먼저 든 것도 바로 이 기능 모형때문이다. 이렇게 기능 모형이 만들어진 이유는 과거 해당 시스템을 사용했던 맥락 속에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능 모형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가장 보편적인 매뉴얼을 만드는 방법이다. 보편적인 가이드로 사람들의 기능 모형은 더욱 확고해질 수 있다.

시스템의 세부 요소들이 어떻게 구성되어있는지 판단하는 모형도 있을 수 있다. '구조 모형'은 모형 구축이 처음에는 어렵지만 어떻게 세부 요소들이 구성되어 있는지 구조적으로 설정되면 추후 같은 시스템을 활용할 때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처음에 내가 키보드 자판을 두드릴 땐 일일이 타자 위치를 외우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엄청난 채팅으로 타자를 암기한 뒤 빠르게 타자를 칠 수 있는 것과 같다. 


시스템이 어떠한 가치를 제공할 것이다고 생각하는 '가치 모형'도 있을 수 있다. 게임이라는 서비스가 주는 본질적인 가치, 냉장고가 주는 가치 등 각각의 제품과 서비스가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가치가 있다. 








그동안 접하지 않았던 '디지털 휴먼'을 어떤식으로 어떻게 멘탈 모델을 적용하고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아무리 뛰어난 디지털 휴먼이라 할지라도 이 시스템이 사용자가 낯설게 느껴지는 멘탈모델을 지니고 있다면 과연 자주 사용할 수 있을까?


보편적으로 사용자는 유용하지 않다고 판단되더라도 익숙하다면 관성적으로 기존의 멘탈 모델을 고집할 텐데 어떻게 디지털 휴먼을 사용자가 익숙하고 현명하게 활용을 할 수 있을까? 즉 어떻게 디지털 휴먼에 대한 멘탈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할까?





디지털 휴먼이 사람들에게 자주 활용되기 위해서는 먼저 개인화에 대한 사용자 기대치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능 개인화,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디지털 휴먼식으로 사용자의 기대치를 지나치게 높이는 순간 조금이라도 어색하거나 잘못된 데이터가 나오는 순간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얼굴은 인간과 흡사하게 피부 표현, 감정 표현이 잘 이뤄져 있지만 목소리에서 기계음이 나와 전반적인 불협이 나타난다면 역시 신뢰도가 하락한다. 이런 이유로 사용자에게 개인화에 대한 기대치를 현실화하여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용자에게 현재 디지털 휴먼이 할 수 있는 일과 해결할 수 없는 일을 명확히 인지시키고 향후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를 알려줘야 한다. 


기존의 멘탈모델에서 사용자가 어떻게 발화하고 어떤 프로세스를 거치는지 고려해야 한다. 가령 주유소에 갔을 때 사용자가 늘 "만땅 채워주세요"라고 바로 이야기하는데 디지털 휴먼이 경유로 넣으시겠습니까, 등유로 넣으시겠습니까?라고 하면서 일일이 질문을 한다면 이탈을 하기 쉽다. 기존에 사용자가 어떻게 멘탈 모델을 만들었는지 살펴보고 그 프로세스와 흡사하게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사용자가 함께 학습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하여 진화시켜 나가야 한다.  디지털 휴먼은 사용자의 데이터에 의해 행동이나 발화를 한다. 사람들의 데이터가 양적으로 질적으로 충분히 쌓여 있어야 정확한 행동과 발화가 가능해진다. 시스템이 진화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가 직접 수정을 할 수 있다면 시간과 비용을 빠르게 줄여나갈 수 있다.

우측 하단에 있는 '번역 수정' 버튼


 예를 들어 네이버 파파고의 경우 번역이 잘못되었을 때 사용자가 직접 수정하는 게 가능하다. 이렇게 사용자가 즉각적으로 더 나은 번역에 대해 피드백을 주면서 AI는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화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상호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점점 사용자의 멘탈 모델과 유사한 수준으로 조정이 될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기술이 나오더라도 결국 사용자가 자주 써야 의미를 갖게 된다. 연예인부터 시작하여 자산관리, 운동 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 디지털 휴먼이 활용되고 있지만 과연 그 기술이 사람을 향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정작 활용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기술 투자에 대한 손해만 불러올 뿐이다. 하지만 기술 자체의 진화는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사용성, 수용성 측면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무작정 디지털 휴먼에 대한 개발보다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을 하며 서로 조화를 이루어 나갈 때 사람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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