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하는 기획자 Nov 03. 2021

처음 본 순간부터 우리가 친해지기 위해

낯선 사용자를 위한 인공지능

2019년 닐슨 그룹에서 진행했던 재미있는 연구를 보았다.  2019년 인공지능 스피커를 정기적으로 사용한 그룹과 자주 사용하지 않는 그룹을 나누어 어떻게 인공지능 스피커를 사용하는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 2주간 다이어리 리서치를 진행하였다. 


2개의 집단은 각각 2주 동안 16개의 인터랙션을 기록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동일한 유형의 활동은 중복적으로 기록하는 것을 금지하였다. 각 항목별로 연구를 한 뒤 인공지능이 만족스러웠는지를 확인하는 설문을 진행하였다. 흥미롭게도 1주 차와 2주 차는 과거에 구글 어시스턴트를 사용하였건 시리를 사용하였건 아예 사용을 하지 않았건 사용 방식이나 불편함에는 큰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유독 구글 홈만은 예외였다. 2주 차 때 '구글 홈'을 사용했던 사람들과 신규 사용자들은 사용성이 기대만큼 미치지 않는다는 답변을 하였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난 것일까?




연구진은 유독 구글 홈에서만큼 통계적으로 사용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기 위해 사용자들을 인터뷰하였다. 그 결과 유독 구글 홈만큼은 기존에 익숙한 방식을 넘어 2주 차 때부터 낯설고 도전적인 과제를 확장하여 시도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렇게 새로운 시도를 반복하다 보니 인공지능이 이에 대한 답변이 부족해 상대적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것이었다. 결국 인공지능에 대한 신뢰성이 크게 떨어지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이탈로 이어지게 되는 셈이었다. 새로운 명령어나 기능을 반복하면 할수록 인공지능에 대한 좌절과 불쾌감은 점점 커지게 되었다. 



기존 사용자들이 인공지능에 대해 불쾌감을 느끼는 유형은 대개 질문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아이들의 말, 억양, 발음 등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여러 구문들이 연결된 복잡한 명령어를 수행하지 못할 때 사용자들을 좌절감을 느꼈다. 인공지능에 무언가를 물어보았지만 인공지능이 연이어 'I don'k know', 'I can't do that'과 같이 모른다는 답변을 할 때 역시 사용자에게 좌절감을 주었다. 재미있게도 구두로 질문을 하였는데 구두로 대답하는 것이 아니라 읽어야 하는 문서를 제공해 주는 방식 역시도 사용자들은 불편해하였다. 


사람의 형태를 띠고 있는 디지털 휴먼



문제는 인공지능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층이다. 인공지능을 처음 접하는 사용자층이거나 인공지능을 규칙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사용자층은 계속 인공지능에 무언가 새로운 요청을 시도하였다. 자주 인공지능 스피커를 사용했던 사람들이라면 '날짜, 시간' 등과 같이 단순하고 패턴화 된 질문을 할 때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편하다는 것을 알았겠지만 인공지능이 낯선 사용자층은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도 구조화되어있지 않았다. 결국 인공지능에 낯선 사용자 계층은 인공지능에 다양한 기능을 계속해서 추가적으로 요청하면서 좌절감을 느끼게 되었다. 즉 인공지능의 기능을 계속 확장하려 하는 시도를 하면서 인공지능의 처리가 어렵게 되는 순간 불만과 좌절을 느꼈다. 


실제로 인공지능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층에게 '인공지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을 해보았다. 이들은 '인공지능'이 일을 빨리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는 뿐만 아니라 전화, 스마트홈과 같은 또 하나의 인터페이스라고 정의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이렇게 설정된 멘탈모델로 인공지능을 경험하니 좌절감, 불만을 느끼게 되었고 심지어 인공지능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판단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자주 인공지능을 접하지 않은 새로운 사용자들은 몇 번 인공지능 서비스에 기능을 확장하려는 시도를 하다 몇 번 좌절하는 경험을 하면 다시 인공지능 서비스를 활용할 가능성이 적다. 혹은 말도 안 되는 서비스를 경험한 순간 아주 제한적인 기능만 활용을 하게 된다. 결국 자주 인공지능 서비스를 사용했던 사람들과 처음 사용하거나 비 규칙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타깃을 나누어 서비스를 접근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특히 디지털 휴먼은 겉모습이 인간과 유사하여 많은 사용자층이 실제 인간과 동등시 기대를 하고 접근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인공지능 서비스를 비 규칙적으로 사용하거나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사용자가 디지털 휴먼을 대하는 인터랙션은 전형적으로 패턴화 된 발화보다 확장성이 넓은 문제를 제기할 확률이 높다. 만약 여기서 디지털 휴먼이 사용자가 찾는 적절한 대답을 하면 긍정적인 경험을 만들 수 있지만 예측치 못한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하면 쉽게 이탈을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낯선 사용자나 처음 인공지능 서비스를 사용하는 이용객일수록 선제적으로 상세한 가이드가 필요하다. 


지금도 계속 진화하고 있지만 디지털 휴먼은 아직까지 인간들이 진행하는 대화의 맥락과 빠른 전달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상대방의 비언어적 표현과 숨은 의도까지 파악하여 센스 넘치는 발화를 위해서는 아직도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아직 기술이 암묵적인 의도와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현 기술 수준에서 직접적인 화법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디지털 휴먼을 사용자가 조화롭게 사용하고 떠나가지 않기 위해서는 디지털 휴먼의 기술 자체를 발전시키는 것에 더해 사용자 자체가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먼저 유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