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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기획자 Dec 13. 2021

올해가 가기 전, 혁신을 생각해 보았다

혁신의 여러 가지 유형들에 대해서

올해 6월은 지독히도 몸이 안 좋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입원이란 걸 해보면서 마음이 삭막해졌다. 그렇게 답답한 마음에 바람도 쐴 겸 여행을 떠났다. 여행 행선지는 속초였고 수많은 숙소가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속초 바다 앞 풍경을 가진 숙소들이 너무 비싸다는 점이다. 결국 열심히 찾고 찾아 에어비앤비 숙소를 이용하게 되었다. 조그만 가정집은 바로 앞 속초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데다가 맛집도 가까워 여행하는데 최적의 동선을 짤 수 있었다. 새삼 일반 가정집을 이렇게 여행지 숙소로 활용할 수 있는 현실에 '참 좋은 세상이네.'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로나 대성당 앞 고택에서의 특별한 숙박


좀 더 값싼 호텔, 침구가 푹신한 호텔의 선택지 내에서 숙소를 선택하지 않았다. 숙소를 고르는 판이 달라진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의 포근한 별장에서 바닷가를 바라보며 그럭저럭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그곳은 전문적인 호텔은 아니었지만 마치 집처럼 안락한 멋이 있었다. 재미있던 건 이곳을 이용하면서 호텔의 서비스를 기대하지 않았다. 에어비앤비 숙소와 호텔과는 완전히 다른 부류의 숙소라고 인정하고 이용을 하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에어비앤비'는 호텔업계, 숙박시설 업계에서 또 다른 차원의 혁신을 만든 게 아닐까? 




예전에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는 회사들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자면 요즘엔 꼭 기술력이 있다고 시장 우위를 점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력은 언제든지 빠르게 캐치업이 가능해 다른 형태의 혁신을 만들어가기 시작하였다. 내가 이용한 '에어비앤비'도 어떻게 보면 아예 판을 다시 짜는 혁신인 셈이다. 이렇게 기존의 혁신과는 차원이 다른, 완전히 틀을 바꾸는 혁신을 '파괴적 혁신(Distruptive Innovation)'이라고 한다. 파괴적 혁신은 비즈니스의 판을 바꾸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가는 모형이기에 파괴적 혁신에 있어서 시장 점유율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렇기에 신생 기업이고 소규모 회사일수록 야심 차게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의 파급력 역시 드라마틱하게 큰 돌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우버, 에어비앤비, 스킬쉐어 등등은 파괴적 혁신의 모범 사례이다. 





다른 혁신의 유형으로 기술의 기능 개선이나 제품/서비스의 비용 개선에 대한 혁신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러한 혁신의 유형을 점진적 혁신(Incremental Innovation)이라고 한다. 이미 혁신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훨씬 파괴적 혁신에 비해 먼저 고려하기가 수월하다. 파괴적 혁신에 비해 불확실성이 낮고 위험 요인도 상대적으로 낮아 많은 회사에서 '혁신'을 생각할 때 가장 안정적으로 떠올리는 방편이기도 하다. 




점진적 혁신의 예시는 무궁무진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거의 대부분 서비스들은 '점진적 혁신'을 적용한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취미로 인스타툰을 만들어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오늘도 어김없이 콘텐츠를 올리려고 웹을 열었는데 이제 크롬 브라우저에서 곧바로 콘텐츠를 올릴 수 있도록 업데이트가 되었다. 과거에는 핸드폰에서만 콘텐츠를 올릴 수 있었던 게 점차 기능이 업데이트되어 이젠 웹에서도 콘텐츠를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외에도 틱톡과 같이 짧은 영상을 올릴 수 있는 릴스,  스토리 등의 여러 기능들이 다양하게 추가가 되었는데 모두 고객이 원하는 것들을 파악하고 점진적으로 서비스를 개선하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점진적 혁신은 변화 가능성이 많고, 파괴적 혁신에 비해 쉽고, 낮은 수준의 불확실성을 갖고 있어 가장 인기 있는 혁신 방식이다. 그래서 많은 회사들이 '혁신'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시도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하지만 점진적 방법만 생각해서는 회사가 위험해질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필름회사 '코닥'사례이다. 





한때 우리 엄마는 사진에 빠져계셔서 틈만 나면 대포만 한 카메라를 들고 내 모습을 찍어주셨다. 

"J야. 필름 좀 아저씨한테 얼른 맡기고 와. 코닥 필름도 몇 통 사 오고"


엄마가 사진에 열을 올릴 때면 현상소 가는 일이 많아졌고, 코닥 필름과 사진도 듬뿍 쌓이게 되었다. 코닥 필름이 그렇게 사진이 예쁘게 나온다면서 늘 필름을 수십 통 사 오곤 했다. 분명 코닥 필름은 참 사진이 감성적이고 예쁘게 잘 나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 수백 장, 수만 장을 찍을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가 나오게 되었고, 코닥 필름은 낡은 옷장 한 구석에 보관하는 처지가 되었다. 코닥이 이렇게 구닥다리 회사로 전락한 이유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필름을 더 잘 만드는데만 집중하고, 전혀 다른 새로운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적절히 대처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잘 나가는 기업인만큼 대세인 기술, 지속적인 기술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는데 코닥이 딱 그런 상황이었다. 



파괴적 혁신을 할 것인가 점진적 혁신을 할 것인가


그럼 나의 사업들은 파괴적 혁신을 시도해야 할까, 점진적 혁신을 시도해야 할까? 혁신의 판단은 속한 사업 도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도메인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절대적인 혁신의 방향은 없다. 두 가지 접근 방식에서 균형을 찾으면서 시도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천천히 기능과 서비스에 대한 개선점을 찾아 적용해 나가면서 때론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의 도입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그동안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만 고수하였다면 때론 대여를 해보는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해보기도 하고 또 다른 도메인과의 결합으로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미용실을 운영한다면 단순히 가격을 저렴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무제한 앞머리 커팅 티켓을 발행해 보는 것이다. 그동안에는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여 시장을 새롭게 만드는 시도를 해보면서 파괴적 혁신을 끊임없이 시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점진적인 혁신과 파괴적 혁신 사이에서 적절히 시소를 타며 균형점을 만들어 나가는 형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히려 작은 회사, 신생 회사일수록 파괴적 혁신을 시도하는데 유리하다. 파괴적 혁신은 속도와 움직임이 중요한데 작은 규모일수록 민첩하게 의사 결정하기가 쉽고 대처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파괴적 혁신만 고수하거나 점진적 혁신만을 추구하기보단 적절히 두 가지 혁신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 나갈 때 시장이 불리해지거나 압도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적절히 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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