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진심인 모빌리티

게임 업체와 유독 친해진 요즘,

by 여행하는 기획자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순간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관심 없는 주제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시간, 톤 낮은 선생님이 강의하는 시간, 꽉 막힌 도로를 운전하는 시간이 아닐까 싶다. 그중 가장 지루한 순간의 절정은 명절 귀성길의 꽉 막힌 고속도로 구간을 지날 때이다. 지방이라고 해봤자 1시간 거리지만 늘 차가 꽉 막혀 체감상 1시간이 아니라 3시간이나 소요되는 것 같다. 꽉 막힌 도로를 운전할 때면 무료하다 못해 졸음이 쏟아지기까지 하다. 애꿎은 라디오 채널만 이리저리 돌려가며 무료함을 달래 보지만 별 수 없다.


아마 차 안에서 지루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나 외에도 많이 있나 보다. 운전을 하는 동안 지루하지 않고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차량 회사들은 게임 회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함께 마케팅을 하기도 하고 힘껏 게임을 후원해주기도 한다. 심지어 차량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고민을 해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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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가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었을 때 현대차는 2021년 로블록스와 파트너십을 발표하였다. 대문짝만한 신문에 현대차를 소개하는 대신 로블록스의 가상 세계 안에 'Hyundai Mobility Adventure'라는 테마파크를 만들었다. 그 안에서 10-20대 젊은 층을 위한 미래 모빌리티 제품을 소개한 것이다. 10-20대 젊은층과 친밀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중장기적으로 '현대차' 브랜드 이미지를 인식시키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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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부터 벤츠는 닌텐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19년 MWC에서는 벤츠 CLA 모델에 닌텐도사의 마리오 카트를 차량에 적용하여 차량 안에서 게임할 수 있는 콘셉트를 선보였다. 벤츠의 MBUX에 적용된 '슈퍼 마리오'는 단순히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 스티어링 휠, 페달 모두 마리오 키트와 연동되도록 구성하였다. 뿐만 아니라 통풍 시설도 게임과 연동하여 마리오 카트를 조정할 때 생기는 바람까지도 시뮬레이션할 수 있도록 만들었으며 충돌이 발생하거나 경주를 시작할 때 안전벨트를 조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차량 내 여러 요소들이 게임과 유기적으로 연동되면서 차량 안이 마치 작은 오락실과 같은 환경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차량이 단순히 이동하는 공간을 넘어 이동을 하면서 재미까지 추구하도록 만들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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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는 게임을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적용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게임 공모전'도 직접 개최하거나 게임을 함께 만들고 후원할 정도로 '게임'에 대한 애정이 크다. 최근 'Mercedes-Benz In car gaming challenge'라는 이름으로 미래 자율주행 차 안에서 할 수 있는 비디오 게임 아이디어를 모집하는 공모전을 개최하였다. 학생, 개발자, 게임 마니아 등 누구라도 즐겁게 게임할 수 있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제안할 수 있는 공모전으로 대상은 승용차 외 버스, 오토바이 등 다양한 모빌리티로 확장하여 아이디어를 제안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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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부터 리그 오브 레전드를 만든 'Riot Games'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전 세계 게임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아예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중 하나인 'Dreams'와 함께 메르세데스는 공동으로 게임을 만들기도 하는 등 게임 산업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벤츠의 마케팅 부사장은 미래 세대를 위해 벤츠는 새로운 방법으로 파트너십을 모색한다는 발표를 하면서 'Dreams'라는 게임에서 벤츠의 미래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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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역시 주사위 놀이, 체스 등 다양한 비디오 게임들이 내장하여 차량이 출시되고 있다. 심지어 차량 내 USB 포트를 통해 연결된 플레이 스테이션이나 Xbox를 통해 게임 컨트롤이 가능하다. 게임을 직관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게 되어 훨씬 흥미롭고 실감 나게 게임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있다. 차량 안에서 지루하고 재미없게 대기하고 있었다면 게임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여 또 하나의 흥미로운 아지트로 활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왜 갑자기 차량 회사들은 이토록 게임 회사들과 밀접한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돈독한 관계를 유지시켜 나가는 것일까? 가장 대표적으로 차량 판매 매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미래의 차량 주 고객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는 타깃과 오랜 시간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낡고 고루한 이미지가 아닌 최첨단의 흥미로운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1020 세대들이 주로 관심 있어하는 도메인에서의 관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 그래서 게임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때론 '레이싱 게임'의 차량 모델로 활용을 하며 계속적으로 차량 이미지를 각인시켜 보기도 하고 아예 메타버스 세계에서 차량을 선보이기도 한다. 조금이라도 눈길을 끌어 1020 세대들에게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당장 직접적인 차량 매출에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추후 1020 세대들이 차량 구매력을 갖출 때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한 브랜드가 더 매출에 영향을 받게 되어 장기적으로 마케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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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여러 심리적 요소들을 가미한다면 차량을 더욱 오랫동안, 친환경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닛산 전기 자동차 '리프'는 계기판에 나무 요소를 넣었다. '리프'를 타고 다니면 나무 모양이 하나씩 생기는데 운전을 하면 할수록 나무가 더 늘어간다. 친환경 자동차의 이미지도 알리면서 운전을 할 때 환경적으로 좋은 일을 하는데 동참하는 듯한 심리적 요소를 제공하고 있다. 즉각적인 보상과 재미 요소들은 게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요소들로 운전에 도입했을 때 또 다른 방향으로 운전의 가치를 만들어 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차량에서 있는 시간 자체를 즐겁고 재미있게 변화시킬 수 있다. 꽉 막힌 정체 구간에서의 운전 경험은 누구라도 지루하고 피곤하다. 이때 '게임'을 할 수 있다면 그 시간이 보다 유익하고 재미있을 수 있다. 운전 경험 자체를 흥미롭고 가치 있게 만들어 갈 수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 사람들이 자동차 타는 시간을 즐거워하고 계속 찾게 만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게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게다가 자율주행 시대가 온다면 더 이상 탑승자들은 이동에만 집중하지 않아도 된다. 운전 외에도 이동하는 시간을 가치 있게 보내기 위한 여러 가지 활동들을 만끽할 수 있게 되는 환경에 놓이게 된 것이다.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모빌리티 회사들은 게임 회사와 돈독한 관계를 맺어 나가고 있다.


탑승자들이 무엇을 할 때 이동을 하면서도 흥미롭고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게 될까? 이동하는 시간을 보다 유용하고 가치 있게 활용하기 위한 방법들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될 것이다. 특히 자율주행 시대가 온다면 이동하는 시간과 공간은 지금과는 또 다른 개념으로 달라질 것이다. 나만의 쉼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며 집중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작업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이동수단이 제2의 공간에 대한 개념으로 확장되기 때문에 모빌리티 회사와 이종 분야 간의 융합은 더욱 빈번하게 발생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가장 개인적이고 집중이 잘 되는 나만의 게임 공간으로 활용되는 날이 곧 오지 않을까 내심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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