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치 픽스의 인공지능 활용
요즘 부쩍 새치가 늘었다. 몇 번 집에서 염색을 하고 망친적이 있어 미용실에 가서 제대로 염색을 하려고 했다. 내가 원하는 헤어 스타일을 찾아볼 수 있는 어플에 들어가 원하는 스타일과 헤어 스타일리스트 선생님들을 검색하였다. 그런데 아무리 뒤적여도 거기서 거기인 것 같았다. 사진들에 기재된 스타일이 저마다 매력적이니까 이 스타일도 해보고 싶고 저 스타일도 해보고 싶은 갈등에 빠졌다. 시간만 하염없이 소요되었다. 이때 문득 내가 쇼핑 자체를, 스타일을 찾아보는 것을 제대로 즐기는 것이 맞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나처럼 쇼핑 자체에 엄청난 시간이 걸리는 사람들과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잘 모르는 사람들, 쇼핑 자체를 귀찮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인공지능 기반으로 쇼핑을 도와주는 업체가 있다. 바로 '스티치 픽스'이다. 과연 어떻게 '스티치 픽스'는 쇼핑을 도와주는 것일까?
스티치 픽스는 온라인으로 개인의 스타일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이다. 개인이 맞춤형 스타일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각자 가진 스타일링에 대한 생각부터 신체적인 특징까지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다.
창업 초기에는 고객에게 간단한 설문조사를 하면서 거기에 맞춰 사람이 옷을 골라주는 방식으로 시작하다가 넷플릭스에서 추천 알고리즘을 담당하던 엔지니어가 합류하여 더욱 정교하게 추천 서비스를 제공해 나가고 있다.
그러면 스티치 픽스는 어떻게 고객의 데이터를 확보할까? 수많은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스티치 픽스는 설계를 매우 정교하게 하고 있다. 처음 가입할 때부터 위와 같이 사용자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입력하도록 설계하고 있다. 사용자가 스티치 픽스를 사용하려는 목적부터 신체 정보를 입력하도록 구성하게 설계하여 스티치 픽스는 고객별 약 90여 가지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고객들이 작성한 데이터뿐만 아니라 외부 데이터까지도 결합해 좀 더 정교한 고객 분석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고객들이 작성한 소셜 미디어 정보들과 반품 이력까지도 고려하여 좀 더 세분화하여 고객 프로파일링 설계를 진행한다.
가령 의류 선정은 이용하는 목적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 있다. 스타일을 새롭게 바꿔보고 싶기도 하고, 계절에 알맞은 옷을 입고 싶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의류를 선정할 땐 단순히 선호도를 넘어 개인이 어떤 니즈를 갖고 사이트를 운영하는지가 중요하다. 스티치 픽스는 사전 고객 조사를 할 때 이러한 목적을 확인하여 적합한 5벌을 선정하고 제품 발송 주기를 선택하여 다양한 패션 스타일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다.
큐레이션 된 상품을 소비자게에 제공을 하여도 소비자의 취향과 맞지 않을 수 있다. 스티치 픽스에 따르면 약 85%의 고객은 아이템을 반품하거나, 혹은 보관하려는 이유를 회사에 제공한다고 한다. 직접 제품을 사용하고 피드백을 제공하는 정보는 신뢰할 수 있고 중요한 스티치 픽스만의 자산이다.
고객이 어떤 스타일을 보고 직접적으로 "좋아요" 혹은 "싫어요"라고 표시하며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인터랙션 역시 스티치 픽스가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데이터이다. 2022년 기준 이미 스티치 픽스는 40억 개의 엄청난 항목에 대한 평가를 받아 엄청난 고객 자산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고객에 대한 충분한 데이터는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의류를 추천해주고 고객의 취향을 예측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더 많고 양질의 데이터가 확보되면 확보될수록 고객에게 보다 개인화된 큐레이션 상품을 제공해주게 되는 셈이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모든 데이터를 전반적으로 고려하는데 능숙한 반면 사람 스타일리스트는 주관적인 판단을 내리는데 능숙하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키, 몸무게, 선호도, 이전에 선택했던 스타일에 대한 피드백 등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권장 스타일을 1차적으로 추린다. 다시 스타일리스트는 인공지능이 선택한 1차 추천 선택지를 살펴본 뒤 최종 의사결정을 내린다. 스타일리스트들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선별한 대안들을 무시할 수도 있는 권한이 부여된다. 대신 훨씬 더 섬세하게 맥락을 기반으로 패션 스타일을 추천해야 하는 역할과 책임감이 있다.
인공지능의 장점과 인간의 장점이 서로 다르다. 인공지능의 장점은 수많은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확인하고 빠르게 분류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스티치 픽스는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공지능과 스티치 픽스는 서로 부족한 부분과 장점을 조율하며 개인별 맞춤 스타일링을 제공하는 형태이다.
아름답게 인공지능과 인간이 서로 공존을 하면 좋으련만 스티치 파이 내에서도 역할 사이의 갈등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스티치 픽스에는 약 6000여 명의 스타일리스트들이 함께 하고 있는데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인간의 스타일리스트 간 역할이 모호해지면서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가령 2020년에는 캘리포니아에서 일하는 스타일리스트 1400명이 해고되기도 하였고 근무하던 직원 1/3 정도가 사직한다고 의사를 표현했던 적도 있다. 이렇게 지금도 인공지능과 인간 스타일리스트 간 역할 갈등을 계속하여 조율해 나가고 있다.
인공지능으로 인간의 일자리까지 위협을 받을 거라 예상하는 연구 결과들이 많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개발을 멈출 것인가?라고 보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이미 인공지능은 우리 삶에 너무나 깊숙하게 들어와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만이 잘하는 업무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강점들을 어떻게 잘 조화시켜 나갈지가 중요하다.
지금도 여전히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인간과 공존하며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스티치 픽스는 미래의 스타일리스트 역할에 대한 질문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더욱 부각할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스타일리스트와 실시간 화상통화를 하거나 스타일 팁을 제공하면서 좀 더 인간적인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역할로 스타일리스트를 바라보고 있다. 소비자와 스타일리스트의 인간적 유대관계까지 인공지능이 완전히 대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할 만큼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구분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적절하게 활용하고 비즈니스에 의미 있는 활용 도구가 되기 위해서는 감성의 영역과 이성의 영역이 나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데이터들의 자취를 살피고 총체적으로 그룹핑을 하고 분류를 하는 작업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도움을 받으면서 동시에 감성과 맥락적 경험에 의해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은 인간의 감각과 통찰력을 발휘해야만 하는 영역으로 보인다. 제2의 스티치 픽스와 같은 업체가 나타났을 때, 시행착오 없이 인공지능을 효율적이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업무의 영역에서 인간의 역할이 무엇일지 생각해보는 부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