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여행은 무엇이 다른가
언제부터인가 심심할 때마다 휴대폰을 꺼내 지인들의 SNS 피드를 보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가끔 얼굴을 보는 지인들의 근황을 간편하게 알 수도 있고 쇼핑이나 콘서트 정보와 같이 관심 있는 정보를 알 수 있어 SNS를 즐겨 본다. sns를 지인들과 소통하는 툴로 활용을 할 수도 있지만 여행 계획을 짤 때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가장 빠르게 현지의 정보를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맛있는 스페인에 가자’를 기획할 때 스페인의 식문화 중에서도 ‘카페’ 문화를 세부적으로 다루고 싶었다. 여행지를 다루는데 직접 두 발로 걷고 뛰며 내 입으로 음미한 정보만큼 '진짜' 정보가 어디 있을까. 문제는 시간과 돈이었다.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정보를 얻으려면 그만한 시간과 돈이 필요할 텐데 내 시간과 돈은 한정되어 있었다. 여러 도시의 가장 ‘핫한 카페’를 찾고 싶었지만 당시 한국에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며 살아가는 사람이기에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한정적이었다. 바로 이때 정보의 갈증을 해결해준 툴이 바로 'SNS'였다. SNS에 올라오는 활발한 피드 덕분에 직접 두 발로 뛰기 전 어느 장소가 트렌디한 장소인지 정보를 꽤 많이 수집할 수 있었다. 실시간으로 가장 많이, 자주 올라오는 스페인의 트렌디한 카페를 확인하면서 여행을 떠나기 전 '장소의 정서'를 읽어 나갔다.
SNS는 제2의 발걸음이다. 간혹 시간이 여의치 않아 해외에서 개최하는 특별한 행사를 못 가게 되는 경우가 있다. 매년 전자 회사의 트렌드를 읽기 위해 CES 동향 신문기사를 통해 읽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를 읽는데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올해 CES의 경우 다른 행사와 겹쳐 한 곳만 다녀와야 하는 경우가 생겼는데 이때 사정상 미처 못하는 행사는 SNS를 통해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었다. 바리스타 로봇이 어떻게 생겼고 애완동물 키트는 어떤 것이 있었는지 동작하는 모습까지 생생하게 실시간 파악할 수 있어 가끔은 현장에 있는 사람들보다 정보를 더 빨리 알아차리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올린 정보들이 워낙 실시간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여행지를 선택할 때나 여행 동선을 짤 때 가장 먼저 SNS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SNS도 워낙 다양한 종류가 있어 각 SNS 매체별로 활용을 다르게 접근한다.
시간이 부족하거나 특별하고 심미적인 장소를 선택해야 할 때는 주로 ‘인스타그램’을 활용한다. 사진 위주의 SNS 툴이기 때문에 이미지 위주로 빠르게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워낙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실시간 확보할 수 있는 정보의 양도 풍부하다. 해시태그를 여러 개 선별해 수백 개의 사진을 스크롤하며 읽다 보면 그 여행지의 대표적인 맛집이나 유명한 장소가 파악이 된다. 간혹 사람들이 자주 안 가는 여행지의 맛집을 찾거나 여행 블로그에서 확보한 정보를 검증할 땐 이런 식으로 SNS의 해시태그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대신 들어본다. 간혹 여행 책자나 동영상에서는 해당 여행지의 맛집이 어디라고 소개했지만 대다수의 여행객들이 다른 맛집을 소개하거나 심미적인 사진이 해당 지역에 보인다면 책자보단 SNS에서 사람들이 열광하는 장소를 먼저 가보기도 한다.
때론 현지에서 트위터도 활용할 때가 많다. 인스타그램이 이미지 기반의 실시간 반응이라면 트위터는 키워드 중심의 실시간 반응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오늘 가려는 장소의 영업시간이나 폐점 여부 등을 확인할 땐 트위터만큼 좋은 툴이 없다. 게다가 장소 키워드로 빠르게 사람들의 솔직한 반응을 읽을 수 있다. 유명한 레스토랑이지만 실제로 ‘보기에만 좋은 허울’, ‘유명세에 비해 부족한 맛’ 등과 같은 솔직하고 객관적인 사람들의 진실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여행을 가기 전 SNS를 통해 정보를 꾸준히 수집하는 일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방대한 양의 정보를 지속적으로 모으고 읽는 과정도 만만치 않지만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정보를 분류하는 작업 역시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되는 작업이다. 그런데도 ‘여행’이란 키워드로 이런 작업을 매번 할 수 있는 까닭은 ‘애정’이 있기 때문이다. 여행을 떠난다는 기분 좋은 설렘과 여행에 대한 애정 때문에 여행을 떠나기 전 관심 있는 자료를 꾸준히 수집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자료 수집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이야기하였지만 결국 기획은 ‘애정’이 필수이다. 이렇게 SNS상 떠도는 자료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찾아가는 과정은 모두 진득한 노력의 산물이고 애정 없이는 지속하기 어렵다. 진짜 정보와 가짜 정보의 구분이나 주옥같은 정보를 얻기 위해선 오랫동안 자료를 수집하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유심히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한데 애정 없이는 쉽지가 않다. 정보는 시시각각 빠르게 뒤바뀌는데 애정이 없으면 지속해서 정보를 보지 못해 빠르게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여행이든 어떤 서비스든 무언가 유의미한 가치를 만들어내거나 새로운 시사점을 도출할 땐 양질의 정보 수집이 필수적이다. 여행 정보의 수집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지만 그 어떤 것을 기획할 때도 마찬가지로 선행되어야 할 부분이 진짜 알맹이가 들어있는 실감 난 정보이다. 그러기 위해선 그 분야의 상당한 애정을 갖아야 오랫동안 정보를 살펴볼 수 있다. 단편적인 정보가 아닌 총체적으로 숨겨진 내면의 모습을 면밀히 포착을 해야 진짜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어떤 것을 기획하거나 여행을 시작할 땐 먼저 ‘애정’을 가지려고 계속 관심을 기울이고 또 관심을 가질수록 매력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런 다음 지속적으로 시간을 들여 생생한 사람들의 속마음을 알아보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다. 단편적인 정보가 아닌 속사포처럼 쌓여있는 진짜 정보를 얻으려면 꽤 끈질긴 인내심이 필요할 때도 종종 있지만 은근한 마음을 들여다보는 재미 또한 남달라 꾸준히 정보를 모으고 있다. 확실한 것은 이렇게 애정이 있으면 고민의 질도 달라지게 되고 정보의 수집도 풍부해져 결과물이 분명히 달라진다는 점이다. 오늘도 내가 관심 있는 정보를 차근차근 SNS에서 들여다보아야겠다. 습관처럼 관심 정보를 찾다 보면 점점 내가 관심 있어하는 대상의 맨살을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 흩어지는 순간을 기억하고자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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