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하는 기획자 Oct 17. 2019

어느 날 갑자기 환경 보호를 하게 되는 법

유럽의 환경 보호 트렌드를 보고 느낀 단상


도시가 참 낭만적이었던 하이델베르크




우리 집에 먼지가 쌓이기 시작하였다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서재이다. 한강을 마주 보고 위치하고 있어 창문을 열면 한강의 시원한 풍경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 때문에 답답하거나 논문 때문에 골치가 아플 때마다 늘 나만의 장소로 가 창문을 시원하게 열어두곤 강바람을 느끼곤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서재에서 바라본 강가 풍경이 회색 빛깔로 보이기 시작하였다. 새하얀 새시에는 까만 흙먼지가 묻어 물티슈로 쓱 문지르기만 해도 두툼한 먼지가 가득 묻어 나왔다. 공기를 느끼는데 둔감하지만 어느 순간 철 냄새, 흙냄새를 느끼기 시작하였다. 거리에 나오면 사람들은 다들 하얀 마스크를 쓴 채 인상을 쓰고 있었다. 거리도 사람도 온통 회색 빛깔일 때 ‘미세 먼지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피부로 느끼는 계절의 감각이 달라지고 있다. 항상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만끽하고 살다 어느 순간부터 봄과 가을의 체감 시간이 짧아지게 되었다. 대신 화끈하게 덥거나 추운 감각만 느끼게 된 것이다. 상황이 우리나라만 이런 줄 알았건만 얼마 전 출장을 다녀온 남편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6월 중순의 ‘영국’은 완전히 기상 이변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역사상 이런 더위는 없었다고 할 정도로 맹렬한 더위가 기승을 부려 3분만 걸어도 따가운 햇살에 온몸이 타들어갈 듯하다고 한다. 


사람들이 ‘환경보호’를 외칠 때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로 들렸다. 모든 도덕적인 이야기가 그렇듯 지키면 좋고, 안 지켜도 사는데 크게 상관없는 이야기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매해 체감하는 온도가 다르다. 이젠 직접적으로 피부로 느끼고 코로 마시는 시기가 다가온 셈이다.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더 많았던 하이델베르크


단 한 사람의 노력으론 환경이 좋아질 리 만무하다.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환경을 보전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때 조금이라도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 칸트의 도시 독일 ‘하이델베르크’를 갔을 때 정작 내 마음을 움직인 부분은 세계적인 철학자의 도시라는 타이틀보단 ‘자전거’였다. 하이델베르크 역을 나오자마자 끝없이 펼쳐진 자전거에 깜짝 놀랐다. 보통 기차역을 나서면 대개 택시가 보이거나 자동차 주차장이 늘어서 있기 마련인데 지성의 도시 하이델베르크는 자동차가 보이기 전에 어마어마한 숫자의 자전거가 즐비하게 늘어서있었다. 


홀로 외딴 도시에 도착하여 두리번거리며 맞선 길을 따라 걸어가는데 정작 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 것은 안내표지판보다 즐비하게 늘어선 ‘자전거’와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었다. ‘자전거’를 떠올리면 대게 환경 친화적인 이동수단, 그리고 건강하게 운동하는 사람들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탄탄한 근육질 몸매의 청년들이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지나가는 풍경, 자전거를 타고 마실을 나온 아주머니, 안전모를 쓰고 천천히 지나가는 학생들의 풍경에 도시는 낯설었지만 건강한 이미지가 먼저 느껴졌다. 



자전거가 먼저 눈에 들어오더니 하이델베르크를 떠나 다른 도시를 가는 길까지 자전거가 일상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기차를 타면 자전거 심벌이 보인다.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놓은 것이다. 하이델베르크처럼 역마다 자전거 주차장을 설치한 곳은 물론 자전거 전용 도로 역시 구분되어 자전거 운전자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심지어 도로에 새겨진 정지선을 자동차보다 앞에 그려 넣어 안전을 배려한 흔적 역시도 볼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자동차 운전을 할 때 깜빡이를 켜서 다른 자동차에게 신호를 주듯 자전거 타는 인파들도 그들만의 신호 체계가 있다는 점이다. 뒷사람들이 다치지 않도록 이곳에선 멈춰야 하거나 우회전을 해야 한다는 등 그들의 언어로 뒷사람들에게 신호를 전달한다. 그렇게 환경 친화적인 이동수단의 역할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아침 9시경 출근길을 살펴보니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아저씨가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고 있었다. 자전거가 멀리서 보기에 제법 크기도 크지만 반은 유모차처럼 보이는 게 그 풍경이 독특해 가까이 가서 보니 자전거를 개조하여 유모차를 만든 것이었다. 조금 있다 이번엔 한 할아버지가 자전거를 개조하여 간이 상점을 만들어 신문과 책을 판매하기 시작한다. 이미 사람들은 환경을 보전하는 방법, 이동하는 수단, 건강을 지키는 수단을 넘어 너무나 익숙한 삶의 일부분이 된 셈이다. 


유럽 사람들에게 자전거는 교통수단으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환경도 보전하면서 효율적으로 이동을 활용을 할 수 있도록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세심한 흔적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런 노력으로 사람들은 자동차의 매연을 마시는 대신 자전거를 통한 건강을 얻고 있다. 




환경을 보전하면 돈으로 돌려주는 마트

여행자에게 낯선 풍경 중 하나는 환경을 보전하면 돈으로 환급해주는 정책이었다. 플라스틱 빈 물통을 갖고 오면 일정 금액을 돈으로 환급해준다. 사람이 직접 확인을 하고 환급을 해주는 경우도 있고 아예 기계를 비치해 놓은 경우도 있다. 기계 안에 사용한 페트병을 넣으면 영수증과 함께 잔돈을 환급해준다. 물론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은 아니지만 단 몇백 원이라도 돌려받을 수 있기에 사람들은 모두 자발적으로 자신이 마신 페트병을 모아 마트에 가져간다. 돈을 돌려받는 기쁨은 물론 환경을 보전하는데 기여했다는 성취감 역시 느낄 수 있어 여행자인 나조차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기억이 난다. 


환경 보호를 알면서도 시도하지 못하는 이유


유럽 어디를 가도 환경 보호에 대한 관심이 느껴졌다. 반면에 사람 사는 모습이 다 비슷하듯 길가의 쓰레기도 그 와중에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재미있는 점은 세계 어디를 가도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다 똑같지만 생각만큼 실천이 앞장서는 경우는 일부 사례일 뿐이다. 


보호해야 할 환경은 거대하지만 인간은 그에 비해 너무 작은 존재이다. 지속적으로 환경오염에 노출되어 있다 보니 그 상황을 당연히 여기는 것이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환경오염에 부딪히는 상태에선 인간의 생각을 변화시키기보단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다. 사람의 인지나 의사결정을 바꾸기 위해 환경을 조금씩 바꿔 나가는 것이다. 가령, 의도적으로 SNS를 통해 친한 친구가 분리수거를 한 사진이 반복적으로 올라오도록 만드는 것이다. 아예 직관적으로 어느 순간 표지판이 없었는데 환경 표지판을 강렬하게 보여준다든지 청각적인 경고 장치를 이용할 수도 있다. 여기서 포인트는 인간을 바꾸려 하지 말고 환경을 계속 조작해 나가는 것이다. 인간은 매 순간마다 고도의 연산을 통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보다 단순하게, 상황 상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작업 기업의 한계로 이 한순간의 선택이 얼마나 경제적 손실을 불러일으키는지 등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 


선택을 하는 데 있어 아주 쉽게 환경적으로 인지를 하여 환경보호를 동참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인간은 충분히 환경 보호에 대해 알 만큼 알고 있다. 환경보호를 하고는 싶지만 보호 활동을 해도 티가 안 나기에 학습된 무기력이 축적될 수 있다. 어느 정도 훈련을 통해 페트병을 가져다주면 돈을 준다던지, 아예 환경 자체가 자전거에 친화적인 환경으로 만들던지 등등의 시도를 만들어야 '말 뿐인 환경보호'가 행동으로 실천되지 않을까.  


환경 문제는 팔짱 끼고 먼발치에서 구경하며 보는 문제가 아니라 이제 몸소 당면하는 문제이다.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면 질수록 환경을 보전하는 방법은 더욱 다양해질 것이다. 이런 작은 노력들을 통해 조금씩 자연을 회복시켜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흩어지는 순간을 기억하고자 기록합니다.

@traveler_jo_

유튜브 채널

* book_jo@naver.co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