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박사·회사 모두 부족했는데, 이상하게 커리어가 단단해졌다
처음 박사과정을 시작했을 때가 2019년이었다. 업무는 손에 익은지 오래되서 약간 지루했다. 스스로를 채우기 위해 시작한 것이 대학원이었다. 그렇게 8년이 지났다. 그 사이 나는 귀여운 아기도 낳게 되었고 회사 업무도 더 넓게 담당하게 되었다. 육아휴직 후 복귀를 하면서 난생 처음해보는, 어려운 업무는 나를 긴장하게 했다. 그동안 손에 쥐고 있던 육아와 대학원 과정을 어느것 하나 제대로 완수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다. 어느것 하나 자신있는게 없었다. 그런데도 예심을 보기 직전 교수님은 80페이지 이상의 논문을 요구하셨고 회사에서는 CEO 보고를 위한 기획서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부터 모든 것이 한꺼번에 굴러가기 시작했다. 일, 육아, 학업이 서로 부딪히며 흐트러지는 것처럼 보였지만 나는 그 혼란 가운데 조금씩 나를 다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을 배워갔다. 통제할 수 없는 상황들 앞에서 당황하기보다 흐르는 대로 조정하며 버티는 법 그러니까 유연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박사 과정이 UX 기획자에게 준 무기: 'Why'에 대한 집요함
나는 본래 '감'좋은 실무형 기획자였다. 이론보다는 실행이 앞섰다. 그런데 대학원에 오니 모든 것이 '왜'로 시작했다. 교수님께서는 늘 물어보셨다. "인지된 투명성이 무엇인가요?", "왜 이렇게 논리를 세웠어요? 왜 이렇게 가설을 세웠어요?" 등의 '왜'를 계속 물어보셨다. 나는 늘 당황했다.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전제들이 전혀 당연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새 논문을 끊임없이 찾아 읽었다. 그러면서 내 문장과 사고는 조금씩 정교해졌다. 이 훈련은 실무에서도 똑같이 이어졌다. 나는 더 이상 '보기 좋으니까요" "편하니까요"정도로 기획안을 설명하지 않았다. 이유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이어졌고 어떤 보고서나 기획을 할 때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그 논리를 계속 스스로 채워나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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