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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아닌 순간을 쌓아가는 일

작은 여유를 배우고, 조금씩 나아가는 삶에 대하여

by 헤이아빠

브런치에 투자를 아는 척 글을 쓰기 시작한 후

얼마 전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럼, 어느 정도 성공하신 건가요?"


조금은 쑥스럽고,

한참을 생각하게 되는 물음이었어요.


크게 성공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특별한 투자 비법을 알았던 것도 아닙니다.


그저 매달 들어오는 월급을 소중히 모으고 있고,

살아가면서 필요한 만큼의 집을 마련했고,

작게나마 수익을 내는 부동산을 몇개 소유했고,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조금의 금융자산을 쌓아두었습니다.


그것들은 누구에게는 작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하루하루를 조금 덜 불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든든한 울타리 같은 것들입니다.


올해 2월,

아내와 아들과 함께 10일 동안 시드니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꽤 비용이 드는 일이라서

예전 같았으면 망설였을 그런 선택을,

이제는 기꺼이 할 수 있었습니다.


여행기간 동안,

낯선 거리에서 가족과 함께 웃고 걷던 순간,

아이의 손을 잡고 바다를 바라보던 순간,

고요한 아침에 창 너머로 쏟아지던 햇살까지,

그 모든 것이 제게는 소중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 되었습니다.


만으로 41살.

대단한 무언가를 이룬 건 아닐지 몰라도,

지금 제 삶에 꽤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조금 더 확신을 가지고 단단하게,

조금 더 주변을 살피며 따뜻하게,

앞으로도 계속 좋아질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직은 생각을 말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어쩌면, 성공이라는 건

어디까지 올라갔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어떤 시간을 쌓아가느냐에 달려 있는지도 모릅니다.


멀리 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크게 보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내가 가진 내 삶 안에서 충분히 따뜻하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걸,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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