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해진다는 건

왜곡 밖으로

by 가람

이전 글을 작성할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삶이지만 나쁘다 나쁘지 않다 판단하는 게 맞는 걸까. 또 다른 왜곡이자 오만 아닐까 하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법륜 스님 말씀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인생에는 뭘 해야 되는 것도 없고 안 해야 되는 것도 없다" 또 "큰 건 들고 싶고 힘은 안 들이는 방법은 없다" 그러니 '내가 어떤 상태에 놓여 있구나'하는 선명한 자각을 먼저 하라고.


최근 휴대폰 사진첩에서 10년 전쯤 저장해 놓은 이미지를 발견했다. 파란 배경에 검은색 문구가 적힌. "영화 <슬라이딩 도어스>의 대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Everything happens for the best.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은 더 잘 되기 위한 일들이었다고."


아, 궁극적으로 이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구나. 정체되어 보이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구나. 나만 멈춰 있는 것 같은 속상함에 그랬구나. 발전이라는 단어를 잘못 적용하고 해석했구나. 감정을 감각하는 단계를 건너뛰면 벌어지는 모든 일이 이해되지 않는 뒤죽박죽 투성이로 남겠구나. 섣부른 판단을 내리지도 구분선을 긋지도 말자. 그렇다면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을 그 자체로 수용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겠구나. 어떻게 하고 싶은지 가만히 응시한 후에 선택이란 걸 하면 되겠구나.


무겁지 않게 힘 빼고. 판단은 나중에.



이틀 전 눈이 왔다. 창밖으로 눈 오는 모습을 내다보면서 들었던 생각, 느낌을 적어 보았다.

이렇게 왜곡 지점을 지나가는 듯하다.


고작, 아닌


온 세상이 하얗다. 그것이 오기만을 기다린 건 아니었는데. 내 마음도 하얗다.
그것의 가락은 이쪽저쪽 움직임이 다르다. 몇 걸음만 옮겨도 눈에 맺히는 상이 달라진다.
왼쪽 편에서는 물 흐르듯 쏴아- 위에서 아래로 쏟아진다.
더는 소화하지 못해 밖으로 넘쳐 나온 비누 거품처럼. 사치스럽게 막을 올리는 무대처럼.

오른쪽 편에서는 누가 투명하게 손바람을 일으켜 떠올리는 모양새다. 두둥실 떠다닌다.
아래층 공기를 베개 삼아 넘실넘실 리듬을 탄다.
아이들이 후- 하고 불어 날리는 비눗방울처럼. 멀리멀리 퍼져 나간다.
빨리 녹지 말라는 당부를 들었나 보다.

건물 나무 놀이터. 고정된 환경에 집중하면 그것의 모습은 빨리 감기 된다.
뿌연 하늘에서부터 흩어져 내리는 그것에 시선을 지긋이 맞추면 결정체의 속살이 다 보인다.
1.7배 느린 화면이 송출된다.
창밖 풍경이 각각의 색깔을 가진 건 이 때문일 것이다. 온 세상이 희면
그것이 내리는 건지 녹고 있는지 알 수 없기에. 무엇인지조차 모르기에.

창문을 열어 바람결에 손을 내밀었다.
어디에서 어디로 흐르나 손과 손목에 닿는 공기의 면적으로 알아채보려고.
어느 부위를 에워싸며 그것을 앉히는지 궁금해서.
찰나의 존재감을 느끼며 사라짐을 기억한다.

바람결 따라 옮겨 다니다 사라지는 일도 흔적이 남는 일이다.
단 0.1초의 순간이라도.
다른 자국과 겹치지 않는다.
독보적인 안착이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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