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보는 매력 발견하기
올해 지인들로부터 "소개팅할래?"라는 연락을 몇 번 받았다.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어 가벼운 마음으로 나갔다. 인연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소개팅에서 얻은 의외의 수확이 있었다.
바로 '다른 사람들이 매력적이라고 여기는 나의 모습‘이다. 즉 어떤 포인트에서 어필되는지.
그간 직장에서 보여준 나의 모습과, 올해 소개팅에서 보여준 나의 모습은 아주 다르다.
직장에서는 '가벼워 보이지 마라', '너무 많이 말하지 마라', '만만하게 보이지 않도록 해라' 등 이런 류의 조언들을 너무 많이 들어온 탓인지 항상 어느 정도의 낮은 목소리와 분위기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물론 그중에서 바이브가 통하는 분들을 만나면 말도 많이 하고, 깨방정과 실없는 얘기도 잘한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조용함을 유지하면서 다녔다.
그리고 이게 '나인줄' 알고 있었다. 약간 조용하고, 약간 심각하고, 약간 소심한 사람. 이런 연기(?)가 지속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나조차도 이런 내가 나인줄 알게 됐다.
올해 직장생활과 인간관계에 있어 위기가 찾아왔었다. 감사하게도 몇몇 현명한 사람들이 현명한 조언으로 내가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 줬다. 덕분에 생각을 고쳐먹은 시점 즈음 소개팅에 나가게 됐다.
그냥 가볍게 나간 자리들이었다. 또한 '그래도 시간 내서 만나는 건데 재밌는 시간 가지고 와야지'라는 생각 정도로 상대방을 만났다. 그러다 보니 '막 던질 수' 있었다. 회사에서는 먼저 안 하는 실없는 얘기, 깨방정 리액션,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개인적인 얘기 등을 신나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유쾌해질 수 있는 게 좋았다.
놀랍게도 상대방들은 이런 내 모습을 좋아했다. 소개팅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 거의 모두가 내 이런 모습을 더 좋아한다는 걸 발견했다. 괜히 무게 잡고 진지할 때보다 가볍게 다가가고 가볍게 물러서는 내 모습을 더 좋아했다.
친한 사람들이 '재현이는 밝은 에너지가 있지', '재현이는 바이브가 좋지'라고 말할 때 솔직히 믿지 않았었다. '무슨 소리야 나는 약간 센치하고 우울한데. 나를 잘 몰라서 하는 소리지'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나의 장점들을 스스로 인정하지 못한 채 깊숙이 감춰 두었던 것이다.
꽤 오랜 기간 동안 기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업텐션'을 외면하면서 지낸 것 같다. 체력이 떨어져서 그랬을 수도 있고, 어줍잖은 조언을 필터 없이 받아들여 그런 걸 수도 있고, 크고 작은 이유들로 작아질 때도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몇몇 현명한 조언들, 춤을 추면서 발견한 나, 적시에 가진 양질의 휴식, 가벼운 마음으로 만나는 태도 이러한 요소들이 합쳐지면서 '나대로의 나'를 발산할 수 있었다. 소개팅과 다른 만남들, 심지어 직장에서도 가뿐하게 행동하는 내게 더 좋은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일련의 경험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내게서 발견하는 매력 포인트가 어떤 부분인지를 보다 객관적으로 알게 되었다. '이러이러해야 있어 보이고, 만만해 보이지 않고, 매력 있어 보이지'에 대한 착각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스스로 만들었던 인형의 모습에서 나오자 삶이 조금 더 가뿐하게 느껴진다.
최근에 소개팅을 한 분이 말했다.
‘재현씨랑 노는 거 즐거워요.'라고.
너무 좋은 칭찬 아닐까? 나랑 노는 게 즐겁다니.
필터 없이 받아들인 외부 조언들 속 작아진 상태에서 정의했던 나의 매력 포인트와, 다른 사람들이 내게서 눈에 띄게 보는 매력 포인트가 다르다는 건 새삼 신기한 발견이었다. 다른 이들의 생각과 나의 생각에 미스매치가 있다는 것, 그리고 이 간격이 꽤 크다는 걸 깨닫고 놀라웠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스스로를 가두던 착각에서 나올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리고 나다워질 수 있기에 삶을 조금 가뿐하게 대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소개팅을 나간 건데 나에 대해, 인간관계에 대해 한층 새로운 발견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경험에서 배울 것이 앞으로도 많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