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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 Dec 22. 2023

인정하지 않았지만 매일 다른 날

미묘한 하루들

사진을 찍어 둔다.

현관문 앞에서 그날 코디가 맘에 들면 찍어서 개인소장 한다. 요즘은 셀프 사진관도 많아서 '뭔가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들어가 찍기도 한다.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사진을 보게 될 때가 있는데 조금 놀랄 때가 가끔 있다. 그 시간 간격을 두고 조금 달라진 분위기를 풍길 때다. 어쩌면 사람은 꽤 단시간 내에도 변할 수 있는 존재일까 싶다.



이전에 찍은 사진을 보면서 생각한다.

이때 이런 기분이었지- 이런 상황이었지-.


새로 찍은 사진을 보면서 생각한다.

또다시 일정한 시간을 건너와 있는 나.

이 시간 간격 동안 무슨 일이 있었지-.

지금 내가 어디쯤 서있지-.


셀프 사진관에서 찍는 사진은 핸드폰 사진보다 임팩트가 강하다. 사진만 보아도 당시 마음상태, 계절감 이런 맥락들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사진을 보는 시점은 언제나 가장 최근이다. 그러면 시간을 건너온 지금 이때와 다른 모습에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우연히 딱 한달된 날 찍은 사진

오늘 어쩌다보니 딱 한달 째 된 날 사진을 찍었다.

자주 가는 아이스크림 가게 근처에 셀프 사진관이 있는 건 즐거운 반칙이다. 다녀오는 길 사진 찍기 딱 좋은 기분이니까. 재미있는 점 하나는, 언제나 미묘하게 달라져 있는 헤어스타일이 시간의 간격을 보여준다는 거다.


사진을 찍으러 가면 어떤 식으로든 웃고 있다.

그런데 웃고 있는 두 얼굴이 미묘하게 다르다.

사진 찍을 때 기분, 표정지을 때 드는 기분이 다르다.


마음에 들어 있는게 달라서일까.

매일 같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 안에 들어 있는 게 달라져 있다. 일상은 도무지 벗어날 수 없고 비슷해서 지루하다고 느끼지만, 사실 매일 다른 날들로 이루어져 변해간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한달 밖에 안 지난 모습인데 그새 안밖에 변화가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가지런한, 단정한 생활을 잃은 시점은 언제부터일까 생각도 해본다.


시간의 간격을 기록한 사진. 지금 시점 서있는 곳을 가늠해 보기에 꽤 괜찮은 방법인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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