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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 Dec 31. 2023

받침대가 되어주는 것들

시간을 연결해 주는 것들

삶에 받침대가 되어주는 것들이 있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연결해 주는 것들.

물살이 가차 없이 흘러가듯 하루하루가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니라, 흐름 속에서 나를 지지해 주는 받침대가 되어주는 것.

작은 하루들이 방향성을 갖고 나아가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



그중 하나가 내게는 춤이다.

수업 때마다 기본기를 배우고 연습한다. 춤의 3대 기본기는 바운스, 웨이브, 아이솔레이션이다. 여기에 골반 동작을 추가하면 4대 기본기가 될 것 같다.

곡마다 주로 활용되는 기본기가 있어서 곡 안무를 들어가기 전 배운다. 다음으로 1주에서 2주에 걸쳐 곡의 하이라이트 안무를 나간다.


수업 때 집중해서 안무를 배우면 다음 수업 때까지 연습할 수 있다. 매 수업 마지막에 찍은 영상을 다시 본다. 사실 이때는 춤을 추는 나의 모습에 취할 때도 있다. 하하. 집에 오는 그새 안무를 까먹곤 하기에, 영상 속 모습에 취하는 걸 넘어 여러 차례 돌려보며 춤으로 구현해 본다. 가수들이 찍은 연습 영상을 보면서 느낌과 동작을 참고하기도 한다. 일종의 배운 걸 소화하는 과정이다.


그러면 다음 수업 때 이전 진도를 매끄럽게 출 수 있고, 새로 다음 안무를 나갈 수 있다. 곡에 따라 수업 차수가 1주, 2주, 원데이로 다르다. 공연 준비를 할 때는 한달 반 동안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이처럼 ‘이번 곡’이 몇 차시이든 즐겁게 배우고 스스로 해내는 시간을 갖는다. 수업에 갈 때마다 새로운 기본기나, 기본기 응용버전을 배우기에 한 차시 한 차시 다녀오면 ‘또 하나 늘었다‘라며 매우 뿌듯하다. 이렇게 이번 곡을 한 축으로 나의 일주일이 연결된다.


이 연결감이 나를 지탱해 주기에 매우 중요하다. 살아가면서 자칫 희미해져 놓아 버리기 쉬운 자아 인식감, 정체성의 끈을 이어 가도록 해 주어서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의 연장선상에 내가 있도록 해 준다.



각자 사랑하여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이 있다. 이들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연결해 준다. 이들 덕분에 현재는 찰나의 순간으로 그치지 않는다. 지속성이라는 요소를 부여함으로써 삶을 단단하고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시작과 끝을 만들어 주되, 현재가 의미 있는 다음으로 미래로 연결된다.


나는 행복이 이 지점에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앞으로도 춤을 삶으로, 삶을 춤으로 만드는 춤을 추고 싶다.


원더걸스 - Be My Baby

이맘때쯤 들어줘야 하는 곡이라며 수업을 더욱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해 주셨다.

올해 마지막 선곡으로 정말 완벽 :)


올해 마지막 날 남기는 사진. 웃고 있는 얼굴이라 다행이다.


좋아하는 카페와 아이스크림 가게도 내게 연결감을 주는 무언가이다.


혼자 하는 연말 파티

올해 언젠가 맥주 없이도 괜찮은 저녁이었으면 좋겠다고 쓴 글이 있는데. 감사하게도 지금 그렇다. 논알콜을 마신다. 하하. 마음 깊숙이 한 켠이 따스하다. 외로움과 텅 빈 마음으로 인해 맥주에 의지하지 않을 수 있는 지금이 새삼스럽고 감사하다.


12월을 좋은 기분으로 맞이했고, 이제 나름대로 인사를 건넬 시간이 온 것 같다. 다음 시간으로 잘 건너갈 수 있도록 해 주렴.




독자님들께 연결감을 선사하는 것은 무엇인지요.

포근한 연말 저녁시간 그리고 다가오는 새해 복 따스히 가득 받으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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