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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 싱그럽긴 하네

회사 아르바이트 친구가 쏘아 올린 공

by 현이

회사 사무실에 아르바이트 친구가 한 명 들어왔다. 그 친구는 04년생의 무려 올해 20살(대학교 2학년)이다. 처음에는 '되게 어리다.. 뭔가 나이 가늠이 쉽지 않네'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그 친구가 들어와서 며칠뒤 느낀 게 하나 있다. 조직에 새 사람 한 명이 들어온다는 건 팀 분위기를 만드는 데 어느 정도 일조를 한다는 거다. 뭔가 당연한 걸 깨달은 것 같지만 내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주었기에 깊이 남는 것 같다.


살자. 바르게. 멋지게.



아르바이트 친구를 뽑게 된 이유가 있었다. 나를 포함한 막내들이 하는 잡다한 일을 덜어주기 위함이었다. 팀에서 살림적인 일을 많이 해야 하다 보니 그런 업무들을 조금 줄여주고 일에 더 집중해서 전문성을 키우라는 뜻이었다. 그렇게 아르바이트 친구가 들어오게 되었는데, 적어도 나에게 어느 정도 뜻밖의 영향을 미쳤다. 덕분에 조금 더 좋은 기분으로 회사에서 일할 의지가 생겼고 또 그렇게 할 수 있게 되는데 그 친구의 도움이 있었다.


그 친구는 우리와 똑같이 아침에 출근해서 풀타임으로 일을 했다. 대학교 2학년 남학생인데, 이 친구를 보면서 '싱그러운 젊음이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친구는 싱그러우려고 노력하지 않았고 자기 말로는 회사에 오면 늘 졸리다고 했다. 그래서 친구의 자연스러운 성격이 우연히도 '스무 살'이라는 나이가 가진 이미지와 잘 맞았는지도 모르겠다고 일단 결론을 냈다.



그 친구가 보여주는 분위기는 우리 사무실 다른 사람들이 발산하는 분위기와 사뭇 다른 것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다른지 생각을 해 봤다.


인사를 공손하게 한다.

인사는 사실 매일 하는 거다. 그런데 매일 하는 그 인사를 좀 정성스럽게 하는 것 같았다. 사무실에서 완연한 막내인 그 친구는 굽신거린다 라기보다는 그저 공손하게 "안녕하세요"하고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나 역시도 막내의 시간을 굉장히 여러 번 지내봤고, 때로는 항상 친절하지는 않은 사람들에게 굳이 그렇게 공손하게 인사를 하는 게 나도 모르게 좀 어려워질 때가 있었다. 그 친구가 그저 변함없이 공손하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되게 보기 좋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꼰대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어쨌든 나보다 어린 친구가 공손하게 바르게 인사를 한다는 게 참 예뻐 보이는 일이라고 밖에 할 수가 없었다. 이것은 한국의 문화였다. 그 친구의 태도가 바르고 예뻐 보였다.


“감사합니다”를 잘한다.

그 친구에게 작지만 중요한 일, 때로는 허드렛일처럼 보이는 일들을 인수인계 해 주었다. 문서 보내기부터 업무 특성상 점심식사를 배달로 하기에 식사 주문, 팀원들 커피 사 오기, 물품 도착하면 정리하기 등의 일이었다. 작은 일들, 허드렛일이라고 생각했던 그래서 불평한 적도 많던 일을 알려줄 때 그 친구는 뭔가 배우면 항상 그냥 "감사합니다"라고 공손하게 말했다. 인사를 할 때처럼 말이다.


사실 일을 시키기 위해 알려주는 거고, 허드렛일이라고 하면 그렇다고 할 수도 있는 일들이었다. 그런데 그게 뭐가 감사한지, 감사한 일이 아니지 않나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관계(다른 말로 인간 간에 드는 감정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는 이성적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호감이라는 측면에서 안녕하세요와 감사하다는 말을 상냥하게 잘하는 것만으로도 어른들의 눈에 비치기에는 예뻐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그 친구에게 업무를 알려줄 때나 짧은 대화를 하고 나면 좋은 기분이 들었다. “안녕하세요”와 “감사합니다”를 공손히 하는 것뿐인 듯한데 좋은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나도 그렇게 하기 시작했다. 좋은 태도를 배울만 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아침에 출근해서 그 자리에 있는 전체를 대상으로 한 번만 인사하는 게 아니라, 한분 한분 만날 때마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했다. 그리고 일을 가르쳐 주시면 그것이 무엇이든 감사합니다- 라고 진심을 담아 말했다.



직접 해 보니 이는 듣는 이와 말하는 이 모두에게 좋은 기분을 주는 일이었다. 그 친구를 보면서 '젊은 친구가 들어온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젊은 신입이 들어오면 밝은 에너지를 기대한다는 말이 이런 의미구나‘를 어렴풋이 느꼈다. 아 다시 한번 말하자면 그 친구는 밝다기보다는 그냥 자연스럽고 공손했다.


사무실과 출근해서 일하는 것에 너무 익숙해졌고, 힘들다는 비언어적 표현을 숨기지 않는 기존 직원들의 바이브가 아니라, 이렇게 젊은 친구가 들어온다면 어쩔 수 없이 리프레쉬, 분위기 전환을 기대할 수밖에 없겠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보다 어린 사람들에게도 늘 배울 점이 있다. 인사와 감사합니다 라는 말을 진심으로 하는 것. 그리고 나의 태도를 통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주고 있다는 걸 배웠다. 젊은 친구들과 앞으로도 가까이 지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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