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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 Feb 12. 2024

필사 - 가뿐해지기

다음을 디딜 수 있도록

와닿는 문장들을 천천히 필사한다.


가끔 생각지 못한 일로 패닉이 올 때가 있다.

다른 사람들은 별거 아닌 일이라고 말해도, 어떤 때는 개인적으로 민감하게 다가올 수 있다.


어제 작은 일이 트리거가 되어 패닉감을 느꼈다. 오늘이 왔음에도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고 느꼈다.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고, 설명할 수 없는 패닉감에 지배당한 것 같았다. 밖에 나갔다 오기 위해 옷을 입었지만 길 잃은 망아지 마냥 집안을 서성거렸다.



겨우 밖에 나왔다. 천천히 스트레칭 하면서 호흡했다. 조금 진정이 되기를 바랐다. 바로 전보다는 나아졌지만, 불편한 마음이 경직된 얼굴 표정으로 드러나고 있음을 고스란히 느꼈다. 얹짢은 기분을 스스로 다룰 수 없자 무력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게 한참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서 있었다. 날씨도 추운데 밖에서.



그러다 떠오른 게 팔로잉 하는 SNS 계정이었다. 계정 주인은 외국인으로, 좋은 문구들을 사진에 얹어 포스팅한다.


그녀가 게시하는 문구들이 내게도 일깨움이 될 때면 천천히 읊조리고는 한다. 오늘은 가지고 온 펜과 노트로 필사를 해 보았다. 생각만 했던 건데 오늘 해 보게 되었다. 천천히 와닿는 문구들을 따라 쓰는 동안 마음이 안정되는 걸 느꼈다.



Stop trying to calm the storm.
Calm yourself.
The storm will pass.

폭풍을 진정시키려고 하는 대신, 자신을 진정시키자. 폭풍이 지나갈 것이다.



좋은 말은 힘을 지닌 것 같다. 관점의 전환을 환기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 리프레쉬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니 말이다.


때론 일상 조차도 계획한 일상과 다르게 맞이하게 된다. 지(知)의 영역이라고 해서 지의 다음을 열어 주는 것은 아니며, 미지의 영역은 보다 미지의 다음을 열어 주는 것 같다.


그렇다면 기대한 사건 혹은 예상에 없던 사건 양쪽 모두에서 나름의 의미를 들여올 수 있다면, 좋은 여정이 될 것 같다. 눈을 뜨는 것은 나의 몫이다.


다시 한번 받아들인다.

‘그러네, 한 치 앞도 알 수 없네.‘


필사 덕분에 차분해질 수 있던 마음이 말해 준다.

‘그래, 그럼에도 내 오늘을 단정하게, 잘 지낼 수 있을거야.‘


다음을 디딜 수 있도록 나아짐에 감사하자. 마음이 가뿐하면 가뿐한 오늘을 지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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